서울 독산동 즐스튜디오에서 9일 열린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 ‘국민 시그널 면접’에 참가한 최재형 후보(왼쪽)와 면접위원으로 나선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의 모습이 한 화면에 보이고 있다. /김병언 기자
서울 독산동 즐스튜디오에서 9일 열린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 ‘국민 시그널 면접’에 참가한 최재형 후보(왼쪽)와 면접위원으로 나선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의 모습이 한 화면에 보이고 있다. /김병언 기자
국민의힘 대선주자들이 9일 진보 논객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앞에서 ‘면접’을 봤다. 서울 독산동 즐스튜디오에서 열린 이날 ‘국민 시그널 면접’은 12명의 국민의힘 주자 중 장성민, 장기표, 박찬주, 최재형, 유승민, 홍준표 후보 순으로 진행됐다. 윤석열 후보 등 나머지 6명은 10일 면접을 치른다. 면접위원으론 진 전 교수 외에 자유선진당 의원 출신인 박선영 동국대 법대 교수와 팩트체크 전문 언론사 뉴스톱의 김준일 대표가 나섰다.

대선주자들과 면접위원들 사이에선 시종일관 날 선 공방이 오갔다. 홍 후보는 거친 압박 면접에도 유머를 곁들이며 받아치는 여유를 보였다. 박 교수가 “남성들에 비해 여성들이 (홍 후보를) 지지하지 않는다. 돼지발정제 등 여성 비하 막말이 좋지 않은 이미지로 남아있기 때문 아니냐”고 하자 주저 없이 “그렇다”고 답해 시작부터 폭소를 자아냈다. 박 교수가 홍 후보의 비례대표 국회의원 폐지 공약에 대해 “비례대표는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판결이 나서 도입됐다”고 지적하자 홍 후보는 “헌법을 바꾸는 판인데 무슨 헌법재판소 얘기를 하냐”고 받아쳤다. 이어 “탄핵 사태를 보니 헌법재판소 폐지도 검토해야겠더라”며 “차라리 헌법재판소를 폐지하고 대법원으로 통합하는 게 어떠냐”고 역제안했다. 진 전 교수는 홍 후보의 답변이 기발하다는 듯 박수를 치며 큰 소리로 웃었다.

최 후보에게는 정치적 중립성과 공약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다. 김 대표는 “감사원장을 중도에 그만두면서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최 후보는 “훼손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재직 중에 과연 정치적 중립을 훼손할 의심이 되는 감사를 했는지 여부가 중요하다”고 반박했다. 진 전 교수는 “공약을 보면 굉장히 ‘울트라 라이트’”라며 “작은 정부론을 내걸었는데 시대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따졌다. 최 후보는 “작은 정부론을 한마디로 표현하는 것은 적절치 않고, 작고 스피디(speedy)하고 스마트(smart)한 정부여야 한다는 것”이라며 “작은 규모지만 사회 변화에 잘 적응할 수 있는 효율적인 측면을 함께 봐달라”고 답했다.

유 후보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배신자’ 프레임이 논란이 됐다. 김 대표가 “이준석도 (대표로) 당선되고, 박근혜 전 대통령을 잡아넣은 윤석열도 보수 진영에서 지지가 높은데 유 후보만 배신자 아이콘으로 남아 있다”고 묻자, 유 후보는 “질문하시는 분은 제가 배신자라고 생각하냐”고 되물었다. 김 대표가 “대통령이 되면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을 사면할 생각이 있느냐”고 질문하자 유 후보는 “사면할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은 비판적인 면접위원을 통해 민심을 반영하는 후보 면접을 하자는 취지에서 진 전 교수 등이 참여하는 ‘국민 면접’ 행사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