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에 임금피크제 적용하려던 회사…법원 "무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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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회사 대교 2009년 임금피크제 도입
이르면 44세부터 임금 삭감되도록 설계
감봉 근로자보다 낮은 수준의 임금 받게 돼
법원 "연령만으로 삭감, 합리적 이유 없어"
고령자고용법 위반으로 본 최초 판결
이르면 44세부터 임금 삭감되도록 설계
감봉 근로자보다 낮은 수준의 임금 받게 돼
법원 "연령만으로 삭감, 합리적 이유 없어"
고령자고용법 위반으로 본 최초 판결
회사가 이르면 40대 중반부터 적용되는 임금피크제를 도입했고 삭감률도 심각한 수준이라면 해당 임금피크제는 무효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특히 임금피크제 도입이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고령자고용법)' 위반이라고 판단한 판결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서울고등법원 제1민사부(재판장 전지원)는 지난 8일 주식회사 대교의 전현직 직원들이 회사를 상대로 청구한 임금 소송에서 이 같이 판단하고 근로자 측의 손을 들어줬다. 이 판결이 최종 확정될 경우 회사는 직원들에게 임금피크제로 감액한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
대교는 2009년 임금피크제를 최초로 도입했고 2010년 임금 삭감률을 높인 2차 임금피크제를 실시했다.
밝혀진 바에 따르면 이 회사는 취업규칙을 변경해 정년을 2년 연장하면서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다. 높은 직급인 G1, G2 직원은 57세까지, G3, G4 직원은 55세까지 정년을 연장하는 대신 G1은 50세부터, G2는 48세부터, G3, G4는 44~46세부터 임금피크제가 시작되게 한 것이다. 각 직급별로 4~5회 내에 승급(승진)을 하지 못하면 직급에서 정해진 나이부터 임금피크제가 적용되는 형식이었다. 이 경우 이르면 40대 중반부터 임금이 감액 돼 논란이 불거졌다.
임금 삭감 폭도 컸다. 삭감률이 30%에서 시작해 50%에 이르는 수준이었다. 이렇게 삭감된 임금은 감급(감봉)의 징계를 받는 경우보다도 훨씬 낮았고, 대기발령을 받아서 근로제공을 하지 않은 직원과 비슷했다.
앞서 1심은 임금피크제가 "근로자들의 집단적 동의를 얻지 못했다"며 절차적인 문제가 있어 무효라고 판단한 바 있다.
하지만 2심 서울고등법원은 여기 그치지 않고 "임금피크제 자체가 현저히 부당하다"고 판단해 근로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일반적인 임금피크제와 비교하면 비슷한 사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근로자에게 일방적으로 불이익한 내용"이라며 "40대 중반에 임금피크제가 도입된 근로자들은 정년까지 10년동안 절반에 가까운 임금 삭감을 감수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고령자고용법도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고령자고용법은 '사업주는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을 이유로 근로자를 차별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근로자가 제공하는 근로의 질이나 양과 무관하게 오로지 '일정한 연령에 도달했는지 여부'와 임금 삭감을 연동시키는 것은 임금이 근로의 대가라는 점에 비춰보면 '합리적' 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회사 측은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것은 경영상 진단에 따른 것으로, 고정적인 임금 지급이 매출액 감소의 주된 원인이었기 때문"이라며 "성과주의 임금체계를 확립해 노사상생의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도입했다"고 항변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상생이 아니라) 사실상 직원을 퇴출하려는 의도에서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것으로 보이며, 임금피크제를 적용 받은 직원의 퇴사율이 실제로 높았다"고 꼬집었다. 이어 "고정적 임금이 문제였다는 진단을 받았다면 임금체계를 손봤어야 하는데, 임금피크제를 적용 받는 직원에게만 책임을 지웠다"고 지적했다.
대교는 2009년과 2010년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면서 논란을 불러 일으킨 바 있다. 당시 근로기준법에 따라 근로자들의 동의를 얻는 과정에서 사전 설명이나 의견 취합 과정을 제대로 거치지 못했고 결국 지난 2017년에도 대법원에서 임금피크제 도입이 무효라는 판단을 받은 바 있다.
한 노동전문 변호사는 "임금피크제가 고령자고용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한 판결은 없는 것으로 안다"면서 "다만 이번 판결은 임금피크제로 인한 근로자의 불이익이 심각한 상황에 대한 판결이었다는 점에서 다른 회사의 임금피크제에도 확대·적용할 수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서울고등법원 제1민사부(재판장 전지원)는 지난 8일 주식회사 대교의 전현직 직원들이 회사를 상대로 청구한 임금 소송에서 이 같이 판단하고 근로자 측의 손을 들어줬다. 이 판결이 최종 확정될 경우 회사는 직원들에게 임금피크제로 감액한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
대교는 2009년 임금피크제를 최초로 도입했고 2010년 임금 삭감률을 높인 2차 임금피크제를 실시했다.
밝혀진 바에 따르면 이 회사는 취업규칙을 변경해 정년을 2년 연장하면서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다. 높은 직급인 G1, G2 직원은 57세까지, G3, G4 직원은 55세까지 정년을 연장하는 대신 G1은 50세부터, G2는 48세부터, G3, G4는 44~46세부터 임금피크제가 시작되게 한 것이다. 각 직급별로 4~5회 내에 승급(승진)을 하지 못하면 직급에서 정해진 나이부터 임금피크제가 적용되는 형식이었다. 이 경우 이르면 40대 중반부터 임금이 감액 돼 논란이 불거졌다.
임금 삭감 폭도 컸다. 삭감률이 30%에서 시작해 50%에 이르는 수준이었다. 이렇게 삭감된 임금은 감급(감봉)의 징계를 받는 경우보다도 훨씬 낮았고, 대기발령을 받아서 근로제공을 하지 않은 직원과 비슷했다.
앞서 1심은 임금피크제가 "근로자들의 집단적 동의를 얻지 못했다"며 절차적인 문제가 있어 무효라고 판단한 바 있다.
하지만 2심 서울고등법원은 여기 그치지 않고 "임금피크제 자체가 현저히 부당하다"고 판단해 근로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일반적인 임금피크제와 비교하면 비슷한 사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근로자에게 일방적으로 불이익한 내용"이라며 "40대 중반에 임금피크제가 도입된 근로자들은 정년까지 10년동안 절반에 가까운 임금 삭감을 감수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고령자고용법도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고령자고용법은 '사업주는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을 이유로 근로자를 차별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근로자가 제공하는 근로의 질이나 양과 무관하게 오로지 '일정한 연령에 도달했는지 여부'와 임금 삭감을 연동시키는 것은 임금이 근로의 대가라는 점에 비춰보면 '합리적' 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회사 측은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것은 경영상 진단에 따른 것으로, 고정적인 임금 지급이 매출액 감소의 주된 원인이었기 때문"이라며 "성과주의 임금체계를 확립해 노사상생의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도입했다"고 항변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상생이 아니라) 사실상 직원을 퇴출하려는 의도에서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것으로 보이며, 임금피크제를 적용 받은 직원의 퇴사율이 실제로 높았다"고 꼬집었다. 이어 "고정적 임금이 문제였다는 진단을 받았다면 임금체계를 손봤어야 하는데, 임금피크제를 적용 받는 직원에게만 책임을 지웠다"고 지적했다.
대교는 2009년과 2010년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면서 논란을 불러 일으킨 바 있다. 당시 근로기준법에 따라 근로자들의 동의를 얻는 과정에서 사전 설명이나 의견 취합 과정을 제대로 거치지 못했고 결국 지난 2017년에도 대법원에서 임금피크제 도입이 무효라는 판단을 받은 바 있다.
한 노동전문 변호사는 "임금피크제가 고령자고용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한 판결은 없는 것으로 안다"면서 "다만 이번 판결은 임금피크제로 인한 근로자의 불이익이 심각한 상황에 대한 판결이었다는 점에서 다른 회사의 임금피크제에도 확대·적용할 수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