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회사 주가 20% 오를때 자회사 50% 올라"…母子상장사 노려라 [정영효의 일본산업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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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株 중심으로 모회사 시총 역전한 자회사 늘어
개정 지배구조지침으로 모자상장 해소 적극적
M&A 가능성에 행동주의펀드·헤지펀드 몰려
개정 지배구조지침으로 모자상장 해소 적극적
M&A 가능성에 행동주의펀드·헤지펀드 몰려
일본증시에서 모회사와 자회사가 동시에 주식시장에 상장된 모자상장사들이 행동주의 펀드와 헤지펀드의 타깃이 되고 있다. 모자회사 모두 주가가 오를 가능성이 있어 투자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10일 일본 주류회사 기린홀딩스의 시가총액은 1조8984억엔(약 20조2068억원)으로 바이오 자회사인 교와기린의 2조1681억엔보다 약 2700억엔 작다. 일본 국내외에 136개의 자회사를 거느린 거대 모기업의 기업가치가 136개 중 하나에 불과한 자회사 가치보다 낮게 평가받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19 이후 바이오·제약주가 뜨면서 관련 자회사를 둔 기업에 시총 역전 현상이 많이 나타난다. 식품·주류 기업인 다카라홀딩스의 시총(3187억엔)은 다카라바이오(3817억엔)보다 630억엔 작다. 일본을 대표하는 화학 대기업 스미토모화학(9751억엔)은 자회사 대일본스미토모제약(8316억엔)과 차가 1400억엔으로 줄었다.
영화제작사 도에이의 시가총액(3226억엔)은 애니메이션 제작 자회사 도에이에니메이션(9467억엔)의 30% 수준에 불과하다.
고평가된 주식을 팔고 저평가된 주식을 사는 롱숏전략 대로라면 기린홀딩스를 사고 교와기린을 파는 것이 정석이다. 하지만 한 싱가포르 헤지펀드는 "기린홀딩스 뿐 아니라 교와기린도 매수할 것"이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말했다.
헤지펀드들이 변칙 투자전략을 구사하는 것은 지난 6월 시행된 일본증시의 기업지배구조 지침과 관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지주회사와 자회사가 동시에 상장된 사례가 흔한 우리나라와 달리 일본 금융당국은 모자상장에 부정적이다.
모회사와 자회사 주주의 이해관계가 다르기 때문에 이해상충이 발생할 소지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코로나19 이후 모회사와 자회사가 일사불란하게 산업구조 변화에 대응할 필요성이 커진 것도 모자상장에 부정적인 이유다.
노무라자본시장연구소에 따르면 전체 상장사 가운데 모회사와 동시에 상장된 자회사 비율이 2006년 20%에서 2019년 7%까지 줄었다. 개정 지배구조 지침은 모자상장을 더욱 엄격히 규제하고 있다. 지배주주(모회사)가 있는 상장사는 이사회 멤버의 3분의 1 이상을 독립적인 사외이사로 선출하고, 모자회사간에 이해상충이 없는지를 확인하는 특별위원회를 설치해야 한다.
독립 사외이사를 영입하고 특별위원회를 설치하는 비용을 줄이기 위해 모자상장을 해소하려는 기업들의 움직임이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이와증권의 모자상장사 주가 분석에 따르면 2018년 이후 모회사 주가가 20% 상승하는 동안 자회사 주가는 50% 상승했다. 모회사의 저평가에 '베팅'하는 투자가보다 자회사의 M&A 가능성을 점친 투자가가 더 적극적이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아베 겐지 다이와증권 수석 전략가는 "대기업들도 자회사를 공개매수해 상장폐지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지자 이에 앞서 자회사 주식을 사두려는 투자자가 늘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모자상장을 해소한 사례는 20여건으로 사상 최대 규모였다.
일본 최대 이동통신 회사 NTT도코모와 편의점 체인인 패밀리마트와 소니파이낸셜홀딩스 등이 모회사인 NTT·이토추상사·소니의 주식 공개 매수를 거쳐 상장 폐지됐다. NTT가 NTT도코모를 100% 자회사로 만드는 데는 일본 공개 매수 사상 최대 규모인 4조2578억 엔이 투입됐다.
기린홀딩스도 지난해 3월 영국 행동주의 펀드 주주로부터 자회사 매각을 요구하는 주주제안을 받았다. 이 제안은 부결됐지만 '맥주 회사와 제약회사의 윈윈효과'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는 계기가 됐다. 교와기린의 가치가 커질수록 행동주의 펀드가 추가로 나서 매각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비핵심 자회사들을 매각해 모자회사 상장을 해소한 히타치제작소 주가는 올초보다 50% 상승했다. 한 대형 증권사 트레이더는 "히타치 주식에 대한 공매도가 사라지면서 주가가 올랐다"고 설명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10일 일본 주류회사 기린홀딩스의 시가총액은 1조8984억엔(약 20조2068억원)으로 바이오 자회사인 교와기린의 2조1681억엔보다 약 2700억엔 작다. 일본 국내외에 136개의 자회사를 거느린 거대 모기업의 기업가치가 136개 중 하나에 불과한 자회사 가치보다 낮게 평가받고 있는 것이다.
◆도에이 모회사 시총이 자회사 30%
자회사 교와기린의 시총이 지난 5월 처음 모회사인 기린홀딩스를 역전한 이후 격차는 점점 벌어지고 있다. 기린홀딩스 주가가 2050엔 안팎에서 제자리인 반면 교와기린 주가는 4개월새 4015엔으로 19.3% 뛰었기 때문이다.코로나19 이후 바이오·제약주가 뜨면서 관련 자회사를 둔 기업에 시총 역전 현상이 많이 나타난다. 식품·주류 기업인 다카라홀딩스의 시총(3187억엔)은 다카라바이오(3817억엔)보다 630억엔 작다. 일본을 대표하는 화학 대기업 스미토모화학(9751억엔)은 자회사 대일본스미토모제약(8316억엔)과 차가 1400억엔으로 줄었다.
영화제작사 도에이의 시가총액(3226억엔)은 애니메이션 제작 자회사 도에이에니메이션(9467억엔)의 30% 수준에 불과하다.
고평가된 주식을 팔고 저평가된 주식을 사는 롱숏전략 대로라면 기린홀딩스를 사고 교와기린을 파는 것이 정석이다. 하지만 한 싱가포르 헤지펀드는 "기린홀딩스 뿐 아니라 교와기린도 매수할 것"이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말했다.
헤지펀드들이 변칙 투자전략을 구사하는 것은 지난 6월 시행된 일본증시의 기업지배구조 지침과 관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지주회사와 자회사가 동시에 상장된 사례가 흔한 우리나라와 달리 일본 금융당국은 모자상장에 부정적이다.
모회사와 자회사 주주의 이해관계가 다르기 때문에 이해상충이 발생할 소지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코로나19 이후 모회사와 자회사가 일사불란하게 산업구조 변화에 대응할 필요성이 커진 것도 모자상장에 부정적인 이유다.
노무라자본시장연구소에 따르면 전체 상장사 가운데 모회사와 동시에 상장된 자회사 비율이 2006년 20%에서 2019년 7%까지 줄었다. 개정 지배구조 지침은 모자상장을 더욱 엄격히 규제하고 있다. 지배주주(모회사)가 있는 상장사는 이사회 멤버의 3분의 1 이상을 독립적인 사외이사로 선출하고, 모자회사간에 이해상충이 없는지를 확인하는 특별위원회를 설치해야 한다.
독립 사외이사를 영입하고 특별위원회를 설치하는 비용을 줄이기 위해 모자상장을 해소하려는 기업들의 움직임이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모회사 주가 20% 오를때 자회사 50%↑
모자상장을 해소하려면 자회사를 매각하거나, 공개매수를 실시해 100% 자회사로 만들어 상장폐지시켜야 한다. 어느 쪽이든 주가 상승 요인인 인수·합병(M&A)의 가능성이 커진다는 의미다. 헤지펀드들이 모회사보다 시총이 큰 자회사 주식을 적극적으로 매입하는 이유다.다이와증권의 모자상장사 주가 분석에 따르면 2018년 이후 모회사 주가가 20% 상승하는 동안 자회사 주가는 50% 상승했다. 모회사의 저평가에 '베팅'하는 투자가보다 자회사의 M&A 가능성을 점친 투자가가 더 적극적이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아베 겐지 다이와증권 수석 전략가는 "대기업들도 자회사를 공개매수해 상장폐지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지자 이에 앞서 자회사 주식을 사두려는 투자자가 늘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모자상장을 해소한 사례는 20여건으로 사상 최대 규모였다.
일본 최대 이동통신 회사 NTT도코모와 편의점 체인인 패밀리마트와 소니파이낸셜홀딩스 등이 모회사인 NTT·이토추상사·소니의 주식 공개 매수를 거쳐 상장 폐지됐다. NTT가 NTT도코모를 100% 자회사로 만드는 데는 일본 공개 매수 사상 최대 규모인 4조2578억 엔이 투입됐다.
기린홀딩스도 지난해 3월 영국 행동주의 펀드 주주로부터 자회사 매각을 요구하는 주주제안을 받았다. 이 제안은 부결됐지만 '맥주 회사와 제약회사의 윈윈효과'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는 계기가 됐다. 교와기린의 가치가 커질수록 행동주의 펀드가 추가로 나서 매각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비핵심 자회사들을 매각해 모자회사 상장을 해소한 히타치제작소 주가는 올초보다 50% 상승했다. 한 대형 증권사 트레이더는 "히타치 주식에 대한 공매도가 사라지면서 주가가 올랐다"고 설명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