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정부, 외평채 발행 돌연 연기…이유가 황당 [마켓인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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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관계자 "해외 직접 나가겠다"며 외평채 발행 돌연 연기
달러채권 발행 준비하던 기업들 난감
한국 외환보유액 4600억달러로 사상최대
'외평채 발행 실익 없다' 목소리 높아져
달러채권 발행 준비하던 기업들 난감
한국 외환보유액 4600억달러로 사상최대
'외평채 발행 실익 없다' 목소리 높아져
≪이 기사는 09월09일(08:11)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정부가 15억달러 규모의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 발행 일정을 예고없이 연기했다. 이 시기를 피해 해외 자금조달을 준비하던 기업들은 유탄을 맞고 있다. 정부 관계자들이" 해외 현지에 나가 투자 설명회를 열어야겠다"며 주관사 등에 일정 변경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당초 이달 중순으로 예정됐던 최대 15억달러 규모 외평채 발행 시기를 다음달초께로 연기했다. 외평채는 급격한 환율 변동에 대응하는 외국환평형기금을 조성하기 위해 정부가 발행하는 채권이다. 외평채 발행 시기를 피해 해외 자금조달에 나서려던 기업들은 난감해졌다. 비슷한 기간에 한국물 채권 발행이 겹치면 투자자 확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게다가 외화 채권발행은 기재부 신고 절차를 거쳐야해 기업들은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다.
기재부가 대주주인 기업은행은 일정을 급히 당겨 운좋게 다음주 채권발행 수요예측에 나섰으나 대다수는 일정이 불투명해졌다. 한국전력과 수출입은행은 각각 달러화·유로화 채권 발행을 준비하고 있었다. 해외 자금조달을 저울질하던 일부 민간 금융사들은 당분간은 신고조차 내기 어려운 분위기다. 금리가 오르는 추세라 발행 시기가 밀려 자금조달비용이 생각보다 높아질 수 있다는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외평채 발행일정이 밀린 것이 정부 관계자들이 투자설명회를 하겠다며 직접 해외로 나가겠다고 고집한 탓으로 알려지자 시장의 원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국내 시중은행과 대기업들은 원격으로 투자자 미팅을 하며 채권발행을 하고 대면 투자설명회는 거의 하지 않는 추세다. 한 금융사 관계자는 "외국 금융사 관계자들도 대면 설명회를 꺼리는 시국에 해외로 가겠다고 고집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정부 부채가 1000조원에 육박한 상황에서 실익이 없다고 지적되는 외평채를 계속 발행하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외환보유액은 지난말 말 기준 4639억달러로 매달 사상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어 기금 필요성이 낮아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금은 안정적이고 유동성이 높은 미 국채 등으로 예치할 수 밖에 없어 발행할수록 손해다. 이 때문에 국회는 내년 외평채 발행한도를 15억달러에서 10억달러로 축소하기도 했다.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외평채 물량은 3억7500만유로(약 4억4647만달러)에 불과해 정부가 올해 15억달러 한도까지 외평채를 발행한다면 채무를 1조원 이상 순증시키는 셈이다. 내년 정부 재정수지도 적자가 예상돼 국가 부채는 1000조원을 넘을 전망이다.
정부가 앞장서 한국 기업들의 자금조달을 돕는다는 이유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정부와 신용등급을 공유하는 산업은행, 수출입은행등이 꾸준히 해외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정부의 외평채 발행은 국정 홍보자료를 만들기 위한 목적 밖에 없다"는 비판까지 나온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14억5000만달러 규모 외평채를 발행한 뒤 '해외투자자 한국경제 신뢰 재확인', '당초 시장의 예상을 상회하는 성과' 등의 문구를 담은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당초 이달 중순으로 예정됐던 최대 15억달러 규모 외평채 발행 시기를 다음달초께로 연기했다. 외평채는 급격한 환율 변동에 대응하는 외국환평형기금을 조성하기 위해 정부가 발행하는 채권이다. 외평채 발행 시기를 피해 해외 자금조달에 나서려던 기업들은 난감해졌다. 비슷한 기간에 한국물 채권 발행이 겹치면 투자자 확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게다가 외화 채권발행은 기재부 신고 절차를 거쳐야해 기업들은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다.
기재부가 대주주인 기업은행은 일정을 급히 당겨 운좋게 다음주 채권발행 수요예측에 나섰으나 대다수는 일정이 불투명해졌다. 한국전력과 수출입은행은 각각 달러화·유로화 채권 발행을 준비하고 있었다. 해외 자금조달을 저울질하던 일부 민간 금융사들은 당분간은 신고조차 내기 어려운 분위기다. 금리가 오르는 추세라 발행 시기가 밀려 자금조달비용이 생각보다 높아질 수 있다는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외평채 발행일정이 밀린 것이 정부 관계자들이 투자설명회를 하겠다며 직접 해외로 나가겠다고 고집한 탓으로 알려지자 시장의 원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국내 시중은행과 대기업들은 원격으로 투자자 미팅을 하며 채권발행을 하고 대면 투자설명회는 거의 하지 않는 추세다. 한 금융사 관계자는 "외국 금융사 관계자들도 대면 설명회를 꺼리는 시국에 해외로 가겠다고 고집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정부 부채가 1000조원에 육박한 상황에서 실익이 없다고 지적되는 외평채를 계속 발행하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외환보유액은 지난말 말 기준 4639억달러로 매달 사상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어 기금 필요성이 낮아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금은 안정적이고 유동성이 높은 미 국채 등으로 예치할 수 밖에 없어 발행할수록 손해다. 이 때문에 국회는 내년 외평채 발행한도를 15억달러에서 10억달러로 축소하기도 했다.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외평채 물량은 3억7500만유로(약 4억4647만달러)에 불과해 정부가 올해 15억달러 한도까지 외평채를 발행한다면 채무를 1조원 이상 순증시키는 셈이다. 내년 정부 재정수지도 적자가 예상돼 국가 부채는 1000조원을 넘을 전망이다.
정부가 앞장서 한국 기업들의 자금조달을 돕는다는 이유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정부와 신용등급을 공유하는 산업은행, 수출입은행등이 꾸준히 해외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정부의 외평채 발행은 국정 홍보자료를 만들기 위한 목적 밖에 없다"는 비판까지 나온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14억5000만달러 규모 외평채를 발행한 뒤 '해외투자자 한국경제 신뢰 재확인', '당초 시장의 예상을 상회하는 성과' 등의 문구를 담은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