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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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 공짜를 싫어할 사람은 없다. 아무런 대가 없이 무언가를 갖거나 쓸 수 있다는데 누가 이를 마다하겠나. 하지만 조금만 더 들여다 보면 세상에는 공짜가 없다. 사람들은 타인을 위해 자신이 가진 걸 그대로 주는 법이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산가들의 거액 기부 행위조차 가만히 보면 거기에는 기부자의 심리적 만족이라는 게 깔려 있다. 기부를 자주 하는 사람들은 '주는 기쁨' 혹은 '베푸는 기쁨'이 얼마나 큰 지에 대해 종종 이야기한다.

물론 심리적 만족이라는 게 기부의 혜택을 받는 이들에게 무엇을 대가로 요구해서 얻는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아무런 조건 없이 타인에게 무얼 해주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봐도 된다. 기부조차 이럴진대 정치인들이 내세우는 '무료'나 '공짜'는 실제로는 다 거짓말이라고 봐도 된다.

요즘 살포가 시작된 재난지원금은 지난번 칼럼에서 썼듯이 '내가 세금 내서 갚아야 할 빚을 미리 당겨쓰는' 일종의 현금서비스와 같다고 보면 거의 틀림 없다. 현금서비스와 다르다면 나의 이름으로 빚을 지는데 그 결정을 내가 아닌 정치인들이 생색내며 한다는 것이다. 하위 88% 준다고 하는데 그거 못받는다고 아우성치는 국민들이 있어서 더 늘려서 준다고 한다. 여당에서 90% 얘기가 나오는데 이러다 하위 99%에 재난지원금 준다는 소리 나오지 말란 법도 없다. 코미디도 이런 코미디가 없다.

요즘 급부상한 또 다른 공짜 논쟁은 일산대교 통행료다. 이재명 경기지사가 일산대교 통행료 무료화를 추진하면서 국민연금이 갖고 있는 운영권을 회수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일산대교를 평소에 자주 오가는 사람들은 통행료가 없어진다니 좋다고 환호할 지도 모르겠다. 마치 재난지원금 받았다고 좋아하는 사람들과 하나도 다르지 않다.

하지만 '교통기본권'을 내세우며 일산대교 무료화를 추진하는 이재명 지사는 뭘 모르는 사람이거나 나쁜 사람이거나 둘 중에 하나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일산대교를 짓는데 돈은 들어갔고 이 돈은 어떤 형태로는 누군가가 부담해야 한다. 이 다리가 어느날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게 아니라면 말이다.그런데 이 지사는 버젓이 무료화를 내세우며 사실상 자신의 선거운동을 벌이고 있다. 그 비용은 자신이 부담할 생각은 하지도 않으면서 말이다.

일산대교(주)지분 100%를 갖고 있는 국민연금은 경기도가 운영권을 회수하며 주겠다는 2000억원은 2038년까지 국민연금이 일산대교 기대 수익으로 예상하고 있는 7000억원에 턱없이 적다며 경기도가 강행할 경우 소송도 불사한다는 입장이다. 너무도 당연한 반발이다. 경기도가 국민연금에 5000억원 정도를 포기하기를 강요한다는 것은 국민연금의 재정에 그만큼 부담이 되고 이는 바로 국민연금에 가입한 대다수 국민들의 부담으로 돌아온다. 여기에는 일산대교를 자주 다니는 사람들도 물론 포함된다. 일산대교 무료화가 결코 공짜가 아님은 너무도 명백하다.

경기도는 그나마 국민연금에 주겠다고 제안한 2000억원조차 이 중 절반은 경기도가 부담하고 나머지 절반은 고양·파주·김포 3개 시가 실제 이용자 비율에 따라 분담하게 한다는 방침이라고 한다. 결국 2000억원 모두를 경기도민이나 이들 3개시 시민들의 세금으로 충당하겠다는 얘기다. 이재명 지사 자신은 한 푼도 안쓰고 사실상 선거운동용으로 일산대교 통행료 무료화를 운운하며 그 비용은 국민연금, 혹은 지자체들을 통한 세금에서 부담하라는 것이다. 참으로 가당치 않은 얘기다.

경기도 내에서 일산대교 이용 비율이 가장 높은 김포시는 벌써 반발하고 있다고 한다. "무료화는 당연한데 시민 세금이 들어가는 건 반대한다"는 것이다. 당장 돈 부담이 눈앞의 일이 되니 김포시가 정신이 번쩍 드는 모양이다. 김포시의 반발은 당연하지만 정말 실체를 파악했다면 "무료화가 당연하다"는 주장부터 접어야 할 것이다.

웃기는 건 경기도의 일산대교 통행료 무료화 추진에 경상남도 등 다른 시·도에서 비슷한 움직임이 일고 있다는 것이다. 경남도의회에서는 마창대교 통행료도 무료화하자는 움직임이 벌써 있는 모양이다. 이런 식으로 민자유치 등을 통해 지어진 사회간접자본 시설 이용료를 정치인들이 나서 하나 둘 '무료화' 운운할 경우 그 비용은 모두 다 국민들의 지갑에서 나간다는 걸 제발들 명심했으면 좋겠다. 헹여나 정치인들이 '공짜'나 '무료'를 이야기하면 이는 바로 '생색은 정치인들이, 부담은 국민이'와 동일어라는 걸 많은 국민들이 알았으면 한다. 다시 얘기하지만 세상에 공짜는 없다.

김선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