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이 부동산 쓸어담은 줄 알았는데…"차라리 터키가 낫지" [노경목의 미래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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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전문가 "한국 부동산 투자, 비추천"
현지 사이트 韓 투자 관심도, 日의 1%
한국내 주택 매입도 차이나타운 집중
현지 사이트 韓 투자 관심도, 日의 1%
한국내 주택 매입도 차이나타운 집중
"한국 내 주택 구입은 한국 영주권을 얻기 위한 목적이 아니면 추천하지 않습니다. 투자 목적이라면 훨씬 더 좋은 나라와 관련 상품이 많습니다."
중국내 유명 해외 투자·이민 플랫폼인 글로벌 출국(環球出國·글로벌 출국)에 '한국 부동산 투자가 어떠냐'는 상담글을 올리자 돌아온 답변이다. 중국인 상담원은 "한국 부동산은 지난해 이후 기대 수익이 떨어져 관련 상품을 더 이상 취급하지 않고 있다"며 "굳이 해외에 부동산을 산다면 그리스와 키프로스, 터키를 추천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체류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면 한국 투자 상품이 남아있었더라도 추천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같은 돈이면 싱가포르 보험 상품이 현재로서는 가장 유망하다"고 덧붙였다.
최근 수년간 서울 및 수도권 집값이 급등하면서 일각에서는 중국인을 중심으로 한 차이나머니의 유입을 원인으로 든다. 이는 집값이 앞으로도 상승할 것이라는 근거가 되기도 한다. 전문직 입장에서도 근로소득을 모아 집을 마련하는 것이 버거울 정도로 서울 시내 집값이 치솟았기 때문이다. "결국 중국인이 대거 매수에 나서며 기존 거주자의 주택 구매가 막혀버린 홍콩이나 타이베이의 전철을 밟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이들 기사에 실제 중국인이나 중국 전문가들의 말은 담겨 있지 않다. 중국인의 움직임을 분석·전망하고 있지만 실제 중국인이나 중국인을 가장 잘 아는 이들의 목소리는 빠져 있는 것이다.
한국 부동산 시장에 대한 무관심은 글로벌출국(環球出國·글로벌 출국) 이외의 다른 중국내 해외 부동산 투자 사이트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해외 부동산 투자에 특화된 쥐와이(居外·해외에 산다는 뜻)가 대표적이다.
이 사이트에는 전통적으로 중국인의 해외 투자가 많은 미국과 호주부터 피지, 잠비야, 케이먼군도까지 109개국의 각종 부동산 물건이 올라와 있다. 중국인의 투자 관심도가 높은 미국과 호주, 태국 등은 6~14개 주요 도시별로 주택과 업무시설, 토지 등이 정리돼 있기도 하다. 하지만 이 사이트에 올라온 한국 주택 물건은 모두 합쳐 6건에 불과하다. 강원도 타운하우스, 해운대 아파트 등이며 서울에서는 은평구와 영등포구의 중소형 아파트가 한채씩 올라와 있다. 900여건의 매물이 있는 태국, 800여건이 있는 일본은 물론 몽골(9건)에 비해서도 관심도가 떨어진다.
쥐와이 사이트에 많은 부동산 매물을 올린 국가들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미국 호주 영국처럼 어느 나라 사람이든 살고 싶은 곳이 첫번째다. 태국,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 화교가 경제권을 장악한 국가가 두번째다. 중국인이 부동산을 매입해 바로 이주하더라도 언어 등 일상 생활에 지장이 없는 나라들이다. 한국이나 서울은 이같은 조건에 해당하지 않는다.
"중국에서 해외 자산을 매입하려면 단순히 국내 대출을 일으키는 것 뿐만 아니라 돈을 송금하는 것과 관련한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는 중앙정부는 물론 지방까지 복잡한 규제로 얽혀 있어 쉬운 일이 아니다.
그나마 2010년대 초중반까지는 중국 정부도 해외 투자를 권장해 비교적 쉬웠다. 중국인들이 제주도 땅을 매입하고, 부산 해운대의 일부 아파트를 사들인게 이때다. 하지만 당시에도 서울 등 수도권에는 투자가 적었다. 단순히 대도시보다는 바다를 낀 해안 도시를 좋아하는 중국인들의 성향 때문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최근에는 어려워졌다. 중국인들이 한국 아파트를 매입해 집값을 올려놨다는 주장은 과장된 면이 있다."
그렇다면 왜 '중국인이 서울 집값을 올린다'는 믿음이 강하게 뿌리 내린 것일까. 최근 몇년간 급증한 중국인의 국내 아파트 매입이 이유다. 2011년 648건에 불과했던 중국인의 국내 주택 매수는 지난해 1만559건까지 급증했다. 지난해 전체 외국인 주택 매입의 54%에 이른다. 한국 부동산에 대한 중국 현지의 차가운 시선과는 상반된 결과다.
수수께끼는 중국인들의 국내 부동산 매입 지역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풀린다. 부동산 중개 플랫폼 직방에 따르면 중국인들은 경기도와 인천 부동산을 가장 많이 매수한 것으로 나타난다. 기초 지자체 기준으로는 경기 부천과 인천 부평구의 주택 매입 비중이 높았다. 서울에서는 지난해 중국인의 주택 매입 1173건의 46%인 538건이 구로 영등포 금천 등 서남부 지역에 집중됐다.
이처럼 구체적인 통계를 들여다보면 중국 국적자들의 국내 주택 매입이 투자보다는 실거주에 가깝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중국동포나 국내 체류 중국인들의 거주지가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매수가 활발하기 때문이다. 서울이든, 수도권이든 주택 투자 수요가 활발한 동남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집값 상승폭이 낮은 지역이기도 하다.
결국 중국인의 주택 매입을 '차이나머니(중국 자본)'의 한국 부동산 시장으로 보는 것은 무리다. 1992년 한중수교 이후 국내에 들어와 30년간 건설현장 인부로, 마라탕 가게 운영으로 자본을 축적한 중국동포 등이 실거주할 곳을 마련했다는 것이 사실에 가깝다.
조만간 고갈이 우려되는 건강보험이 단적인 예다. 상당수 한국인은 중국인 등 외국인 근로자들이 의료쇼핑을 벌여 건강보험 재정을 갉아먹는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서울대 팩트체크센터 조사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17년까지 5년간 외국인이 낸 건보료가 그들이 받은 혜택보다 1조1000억원 많았다.
구체적으로 국내에 취업한 외국인 근로자는 5년간 1인당 평균 537만원의 건보료를 납부했지만 이들이 받은 건보 혜택은 220만원으로 절반에도 못 미쳤다. 대부분의 의료비가 은퇴 이후에 발생하는 점을 감안하면 젊은 시절 한국에서 일하고 귀국하는 외국인 근로자가 밑질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외국인 근로자는 그들이 받을 가능성의 거의 없는 국민연금을 납부하고 있기도 하다.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외국인 근로자가 낸 국민연금 적립금은 9조1439억원에 이른다. 정부는 귀국하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낸 국민연금 적립금을 찾아갈 수 있도록 했지만 제도 홍보 미비로 대상자의 3분의 1 정도만 환급 받는다. 국내 근로자 평균에 못 미치는 급여를 받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그 중 일부를 한국 국민의 노후를 위해 보태고 있는 셈이다.
집값 급등과 거덜나는 건보 재정의 근본 원인은 한국 안에 있다. 이를 외부나 이방인에서 비롯된 것으로 돌리는 것은 문제 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날로 권위주의적인 성격이 짙어지며 주변 국가를 압박하는 중국에 대한 반감을 국내 경제 주체로 뿌리내린 중국동포 및 중국인에 그대로 투영해서는 안된다.
노경목/이혜인 기자 autonomy@hankyung.com
중국내 유명 해외 투자·이민 플랫폼인 글로벌 출국(環球出國·글로벌 출국)에 '한국 부동산 투자가 어떠냐'는 상담글을 올리자 돌아온 답변이다. 중국인 상담원은 "한국 부동산은 지난해 이후 기대 수익이 떨어져 관련 상품을 더 이상 취급하지 않고 있다"며 "굳이 해외에 부동산을 산다면 그리스와 키프로스, 터키를 추천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체류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면 한국 투자 상품이 남아있었더라도 추천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같은 돈이면 싱가포르 보험 상품이 현재로서는 가장 유망하다"고 덧붙였다.
최근 수년간 서울 및 수도권 집값이 급등하면서 일각에서는 중국인을 중심으로 한 차이나머니의 유입을 원인으로 든다. 이는 집값이 앞으로도 상승할 것이라는 근거가 되기도 한다. 전문직 입장에서도 근로소득을 모아 집을 마련하는 것이 버거울 정도로 서울 시내 집값이 치솟았기 때문이다. "결국 중국인이 대거 매수에 나서며 기존 거주자의 주택 구매가 막혀버린 홍콩이나 타이베이의 전철을 밟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국 부동산에 관심 없는 중국인
일부 기사에서는 서울 강남 및 마포 지역 중개업자, 국내 부동산 전문가의 입을 빌려 중국인의 한국 주택 구입 열기를 전하기도 한다. "중국에서 가까운데다 최근까지 높은 가격 상승을 거듭했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하지만 이들 기사에 실제 중국인이나 중국 전문가들의 말은 담겨 있지 않다. 중국인의 움직임을 분석·전망하고 있지만 실제 중국인이나 중국인을 가장 잘 아는 이들의 목소리는 빠져 있는 것이다.
한국 부동산 시장에 대한 무관심은 글로벌출국(環球出國·글로벌 출국) 이외의 다른 중국내 해외 부동산 투자 사이트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해외 부동산 투자에 특화된 쥐와이(居外·해외에 산다는 뜻)가 대표적이다.
이 사이트에는 전통적으로 중국인의 해외 투자가 많은 미국과 호주부터 피지, 잠비야, 케이먼군도까지 109개국의 각종 부동산 물건이 올라와 있다. 중국인의 투자 관심도가 높은 미국과 호주, 태국 등은 6~14개 주요 도시별로 주택과 업무시설, 토지 등이 정리돼 있기도 하다. 하지만 이 사이트에 올라온 한국 주택 물건은 모두 합쳐 6건에 불과하다. 강원도 타운하우스, 해운대 아파트 등이며 서울에서는 은평구와 영등포구의 중소형 아파트가 한채씩 올라와 있다. 900여건의 매물이 있는 태국, 800여건이 있는 일본은 물론 몽골(9건)에 비해서도 관심도가 떨어진다.
쥐와이 사이트에 많은 부동산 매물을 올린 국가들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미국 호주 영국처럼 어느 나라 사람이든 살고 싶은 곳이 첫번째다. 태국,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 화교가 경제권을 장악한 국가가 두번째다. 중국인이 부동산을 매입해 바로 이주하더라도 언어 등 일상 생활에 지장이 없는 나라들이다. 한국이나 서울은 이같은 조건에 해당하지 않는다.
중국동포가 한국 집 사면 차이나머니?
중국에는 한국과 같은 금융규제가 없어 대출을 일으켜 한국 부동산을 살 것이라는 예상도 사실과 다르다. 지만수 금융연구원 국제금융연구실장의 말이다."중국에서 해외 자산을 매입하려면 단순히 국내 대출을 일으키는 것 뿐만 아니라 돈을 송금하는 것과 관련한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는 중앙정부는 물론 지방까지 복잡한 규제로 얽혀 있어 쉬운 일이 아니다.
그나마 2010년대 초중반까지는 중국 정부도 해외 투자를 권장해 비교적 쉬웠다. 중국인들이 제주도 땅을 매입하고, 부산 해운대의 일부 아파트를 사들인게 이때다. 하지만 당시에도 서울 등 수도권에는 투자가 적었다. 단순히 대도시보다는 바다를 낀 해안 도시를 좋아하는 중국인들의 성향 때문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최근에는 어려워졌다. 중국인들이 한국 아파트를 매입해 집값을 올려놨다는 주장은 과장된 면이 있다."
그렇다면 왜 '중국인이 서울 집값을 올린다'는 믿음이 강하게 뿌리 내린 것일까. 최근 몇년간 급증한 중국인의 국내 아파트 매입이 이유다. 2011년 648건에 불과했던 중국인의 국내 주택 매수는 지난해 1만559건까지 급증했다. 지난해 전체 외국인 주택 매입의 54%에 이른다. 한국 부동산에 대한 중국 현지의 차가운 시선과는 상반된 결과다.
수수께끼는 중국인들의 국내 부동산 매입 지역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풀린다. 부동산 중개 플랫폼 직방에 따르면 중국인들은 경기도와 인천 부동산을 가장 많이 매수한 것으로 나타난다. 기초 지자체 기준으로는 경기 부천과 인천 부평구의 주택 매입 비중이 높았다. 서울에서는 지난해 중국인의 주택 매입 1173건의 46%인 538건이 구로 영등포 금천 등 서남부 지역에 집중됐다.
이처럼 구체적인 통계를 들여다보면 중국 국적자들의 국내 주택 매입이 투자보다는 실거주에 가깝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중국동포나 국내 체류 중국인들의 거주지가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매수가 활발하기 때문이다. 서울이든, 수도권이든 주택 투자 수요가 활발한 동남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집값 상승폭이 낮은 지역이기도 하다.
결국 중국인의 주택 매입을 '차이나머니(중국 자본)'의 한국 부동산 시장으로 보는 것은 무리다. 1992년 한중수교 이후 국내에 들어와 30년간 건설현장 인부로, 마라탕 가게 운영으로 자본을 축적한 중국동포 등이 실거주할 곳을 마련했다는 것이 사실에 가깝다.
착시 부르는 반중감정
집값 상승의 주범으로 중국인을 꼽는 배경에는 최근 집값 급등에 대한 분노와 반중 감정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유감스럽게도 부동산 문제 뿐 아니라 각종 사회문제를 바라보는 이면에는 중국동포와 중국인, 외국인 근로자 일반에 대한 혐오가 깔려 있는 경우가 많다.조만간 고갈이 우려되는 건강보험이 단적인 예다. 상당수 한국인은 중국인 등 외국인 근로자들이 의료쇼핑을 벌여 건강보험 재정을 갉아먹는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서울대 팩트체크센터 조사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17년까지 5년간 외국인이 낸 건보료가 그들이 받은 혜택보다 1조1000억원 많았다.
구체적으로 국내에 취업한 외국인 근로자는 5년간 1인당 평균 537만원의 건보료를 납부했지만 이들이 받은 건보 혜택은 220만원으로 절반에도 못 미쳤다. 대부분의 의료비가 은퇴 이후에 발생하는 점을 감안하면 젊은 시절 한국에서 일하고 귀국하는 외국인 근로자가 밑질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외국인 근로자는 그들이 받을 가능성의 거의 없는 국민연금을 납부하고 있기도 하다.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외국인 근로자가 낸 국민연금 적립금은 9조1439억원에 이른다. 정부는 귀국하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낸 국민연금 적립금을 찾아갈 수 있도록 했지만 제도 홍보 미비로 대상자의 3분의 1 정도만 환급 받는다. 국내 근로자 평균에 못 미치는 급여를 받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그 중 일부를 한국 국민의 노후를 위해 보태고 있는 셈이다.
집값 급등과 거덜나는 건보 재정의 근본 원인은 한국 안에 있다. 이를 외부나 이방인에서 비롯된 것으로 돌리는 것은 문제 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날로 권위주의적인 성격이 짙어지며 주변 국가를 압박하는 중국에 대한 반감을 국내 경제 주체로 뿌리내린 중국동포 및 중국인에 그대로 투영해서는 안된다.
노경목/이혜인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