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처분 가능성 불분명…태광실업 3천억대 물납에 '제2의 다스' 우려도
'MB의 다스'가 상속세로 낸 비상장주식, 42회 유찰 후 매각 보류
이명박 전 대통령 처남 김재정 씨 사망 이후 김씨의 아내 권영미 씨가 상속세로 납부한 자동차 부품회사 다스의 비상장주식은 42회 유찰된 끝에 매각이 보류된 상태다.

지난해 대법원이 이 전 대통령을 다스의 실소유주로 인정하는 판결을 내리면서 이 주식의 처분 가능성은 더욱 불분명해졌다.

12일 국세청과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에 따르면, 상속세 물납 자산을 관리하는 캠코는 대법원 판결 이후 다스 비상장주식의 공매 진행 여부에 대해 국세청에 질의했으나 국세청은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해 회신하지 않았다.

다스 비상장주식 상속세 물납은 애초부터 '꼼수'로 진행됐다는 의혹이 있다.

김 씨가 2010년 사망한 뒤 상속재산 중에는 수십만 평의 임야도 있었으나 상속세 납부 만기일에 갑작스럽게 근저당이 설정되면서 물납 대상에서 제외됐다.

현금 등 금융자산만으로 세금 납부가 어려울 때 물납이 허용되는데 물납 순서는 국공채, 처분 제한된 상장주식, 국내 소재 부동산, 조건을 충족하는 유가증권, 비상장주식 순이다.

당시 부동산 근저당 설정에 따라 비상장주식 물납도 가능해지면서 권 씨는 상속세 약 416억원을 다스 비상장주식으로 냈고, 이 때문에 근저당 설정이 의도적인 세금 회피 목적이라는 의혹이 일었다.

캠코는 이후 물납된 다스 비상장주식 공매에 나섰지만 주식은 제대로 팔리지 않았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양경숙 의원이 캠코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다스 주식은 2011년 11월부터 2017년 1월까지 공매에서 42차례 유찰됐다.

이에 국세청이 다스 비상장주식을 물납받을 당시 실제 가치보다 과대평가해준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이 전 대통령을 다스의 실소유주로 인정하는 대법원 판결에 따라 캠코는 다스 주식 매각을 보류했다.

사망한 김 씨가 다스의 실소유주가 아니기에 주식을 매각하더라도 분쟁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MB의 다스'가 상속세로 낸 비상장주식, 42회 유찰 후 매각 보류
캠코가 내부적으로 진행한 법률 검토에 따르면 이 전 대통령이나 권 씨가 물납 취소를 신청할 수 있는 방법은 마땅치 않고 국세청의 물납 직권취소 가능성도 불분명하다.

캠코가 다스 주식을 다시 공매에 부쳐 팔더라도 이 주식의 소유권에 대한 정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매수인에게 소유권을 넘기기도 어렵다.

현재로선 다스 비상장주식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며 앞으로의 처분 가능성도 매우 불분명하다.

결국 약 416억원의 세금은 사실상 걷지 못한 것과 다름없는 상태가 이어지는 것이다.

다스 사례가 가장 대표적이지만, 가치 평가와 매각이 쉽지 않다는 특성 때문에 물납 받은 비상장주식이 매각되지 않은 경우는 이외에도 여럿이다.

2011년부터 올해 8월까지 매각되지 않은 비상장주식 물납분은 334종목, 총 5천634억원에 달한다.

이 중 다스 비상장주식 416억원어치가 7.4%를 차지한다.

전례 없이 규모가 큰 3천억원대 태광실업 비상장주식 상속세 물납도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목소리가 있다.

태광실업 박주환 회장을 비롯한 사주일가는 박연차 회장이 세상을 떠나면서 남긴 지분 55.39% 포함 상속재산에 대한 세금 절반가량을 비상장주식으로 물납하겠다고 신고했고, 국세청은 이를 승인하기로 했다.

태광실업 주식도 제대로 팔리지 않거나 싼 가격에 다시 사주일가의 손에 들어가면 '제2의 다스'처럼 비상장주식 물납 '꼼수'의 대표적 사례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양경숙 의원은 "세금을 물납받을 경우 그 가치에 상응하는 매각대금을 받지 못하거나 매각하지 못하면 국고 손실로 이어진다"며 "특히 '제2의 다스'가 될 수 있는 비상장주식은 납세자가 다른 수단이 모두 소진됐다는 것을 입증하는 경우에만 물납을 허가하도록 제한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