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과 만난 바이오] 수학적 모델링이 의료기술 발달에 기여하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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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완호 국가수리과학연구소 수리모델링팀장/고태욱 연구원/유민하 연구원
우리의 일상적인 삶을 앗아간 신종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고 예방하기 위해 전 세계 각국이 노력하고 있다. 수학적 모델링은 코로나19의 확산 예측에 중추적인 역할을 하며 대중에게 한층 더 익숙해졌다.
수학적 모델링이란, 어떤 시스템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이해하거나 예측하기 위해 대상이 되는 시스템을 수학적 언어로 표현하고 수학적 방법으로 해결해가는 과정을 말한다. 이는 이미 16~17세기부터 천체운동 등의 자연현상을 이해하기 위해 사용되고 있던 전통적인 방법이다. 현대사회에서 데이터의 축적과 학문 간 융합으로 수학적 모델링의 수요는 사회과학, 자연과학, 의학, 공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급진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실험이나 임상연구가 주를 이루고 있는 생명현상 연구에 있어서도 수학적 모델링이 도입돼 널리 활용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수학적 모델링에서는 대상이 되는 시스템의 상태를 몇 개의 변수로 나타내고, 그 변수들 사이의 관계를 나타내는 수식을 알아냄으로써 그 시스템을 이해한다.
이때 대부분의 관계식은 변수들과 변수들의 변화율로 기술이 되는 미분방정식으로 나타난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뉴턴의 운동 방정식도 힘과 질량, 그리고 속도의 변화율인 가속도의 관계로 기술되는 미분방정식이다. 수학적 모델링을 통해 시스템을 정확히 기술할 수 있다면 그 시스템이 나타낼 수 있는 움직임을 예측하거나, 왜 그러한 움직임을 나타내는지 그 원리를 분석해낼 수도 있다.
다만 모델링을 구성하는 미분방정식들이 너무 복잡해서 손으로 풀어내는 것에는 한계가 있어, 컴퓨터를 이용해 근사 해를 구하고 다양한 시나리오에 따른 결과를 분석하는 컴퓨터 시뮬레이션 방법이 널리 이용되고 있다.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서 분석하고자 하는 시스템의 양상을 컴퓨터상에서 미리 볼 수 있기에 실험, 관측과 보완적으로 사용할 수 있고, 모델의 검증과 개선에 사용될 수 있다. 최근에는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이용, 인공심장을 구현하여 가상 시술을 수행하거나 인체 시스템을 모방하여 약물 투입에 대한 반응을 예측하는 등 최첨단 기술에도 활용되고 있다.
국가수리과학연구소 수리모델링팀에서는 이러한 수학적 모델링을 이용해 생체에서 나타나는 현상을 이해하고, 질환을 예측하고 진단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세포에서부터 인체 장기 수준에서 일어나는 생명 현상을 수학적으로 모델링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개발된 수학적 모델을 통해 인체 내 시스템의 작동 원리와 기능을 이해하고, 질환에 의해 나타나는 생체 신호 변화의 측정과 의료적 치료의 효과를 정량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신경계의 수학적 모델링
신경신호는 세포막 사이의 전압이 신경세포에 주어지는 입력에 따라 급격히 커졌다가 줄어드는 형태로 나타나고, 뇌기능은 이러한 신경신호의 생성과 전달을 통해 이뤄진다. 이런 이유로 신경신호의 생성 메커니즘을 알아내는 것은 뇌 연구에 있어 근간이 되는 매우 중요한 일 중 하나였다.
1950년대 초반 호지킨과 헉슬리는 실험을 통해 세포막 전압에 따라 세포막의 이온 출입 통로를 통한 이온 흐름이 영향을 받는 것을 증명했다. 이를 반영해 세포막 전압과 이온 출입 통로의 특성을 결정짓는 변수들에 대한 미분방정식 형태의 수학적 모델을 만들었다. 그들은 이 모델을 이용해 양의 피드백에 의해 세포막 전압이 급격히 커졌다가 다시 음의 피드백을 통해 줄어드는 형태의 신경신호 생성 기작을 설명할 수 있었다. 호지킨과 헉슬리는 이 연구로 1963년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았다.
우리는 모델의 수학적 분석으로 신경신호 생성 조건을 찾을 수 있고,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마치 실험에서 측정하는 것처럼 세포막 전압의 시간에 따른 변화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다수의 신경세포로 구성된 뇌의 특정 부분이나 뇌의 연구도 수학적 모델링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신경계의 수학적 모델링을 통해 정보가 신경계에서 어떻게 처리되는지, 신경계의 구조와 구성 요소들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또 질환 등으로 신경계 구성요소에 변화가 있거나 구성요소들 간 결합에 변화가 있을 때 수학적 모델에 이를 반영하여 그 영향을 추적 연구할 수 있다.
실험이나 임상연구에서 시도해보기 어려운 변화들도 모델을 통해 실시해볼 수 있어 이론을 만들어 가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신경계의 수학적 모델링은 신경계를 모방한 전자칩이나 인공지능 시스템 개발의 밑바탕이 되기도 한다. 심장이나 혈당 조절 시스템의 세포들도 신경세포와 비슷하게 신호를 생성하고 비슷한 형태로 모델링된다.
과학계산을 이용한 박테리아 운동 모방
물고기는 지느러미를 이용해 물속에서 자유로이 이동할 수 있으며, 이를 본떠서 스쿠버다이버나 해녀들은 오리발을 착용해 물속에서 효과적으로 이동한다. 하지만 주변 환경이 물이 아니라 꿀처럼 점성이 훨씬 큰 유체라면 어떨지 한번 생각해보자. 여전히 물고기, 스쿠버다이버, 해녀들은 꿀 속에서도 자유로이 움직일 수 있을까? 아니면 헤엄쳐 나가기 위한 다른 구조가 필요할까.
실제 우리 몸 안에 있는 박테리아와 같은 미생물의 크기는 수 마이크로미터밖에 되지 않으므로, 박테리아가 처한 환경은 우리가 꿀 속에서 있는 것과 같은 상황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 대장균, 살모넬라균, 비브리오균 등의 박테리아는 세포체에 부착돼 있는 왼손방향 나선형 모양의 편모를 시계 방향이나 반시계방향으로 회전시켜줌으로써 효율적으로 헤엄쳐 나간다. 하지만 여러 개의 편모가 나타내는 상호작용이나, 방향을 전환하기 위해 생기는 변화 등은 매우 순식간에 이뤄지는 현상이므로 관측만으로 이를 자세히 밝혀내기는 어려웠다.
본 연구팀에서는 이러한 박테리아가 헤엄칠 때 나타나는 현상을 밝히기 위해 수학적 모델링과 컴퓨터 시뮬레이션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모델을 구성하는 방정식은 잘게 쪼개진 시간에 대해서 매번 계산되며, 계산된 결과 값은 편모를 이루고 있는 점과 벡터를 이동시켜 편모의 움직임을 나타낸다. 수학적으로 개발된 모델은 편모의 회전속도를 조절하거나, 실험적으로는 다루기 어려운 돌연변이에 대해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돌연변이 시뮬레이션을 통해 현상을 이해할 수도 있다.
현재 연구진은 강체로 이루어진 세포체의 구성 및 편모와의 연결을 구현하여 자유로이 유영하는 박테리아의 수학적 모델 개발을 진행하고 있는데, 박테리아 운동을 모방하는 것은 체내 삽입을 목적으로 막힌 미세혈관을 뚫거나 특정 지점에 약물을 투여하는 역할의 미세로봇 개발과 설계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전류와 전압의 관계를 이용해 개발한 의료장비, EIT 기기
X선의 발견 이후 의료영상장비는 매우 빠르게 발전했고, 최근 CT, MRI 등과 같은 장비는 의료현장에 활용돼 병변의 발견과 치료에 사용된다. 이러한 장비들은 고품질의 영상을 제공하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고가의 장비를 활용해야 하기 때문에 측정이 어렵다는 단점도 있다.
이러한 장비들에 비해 비교적 많이 사용되고 있지 않지만, 전기임피던스 단층촬영기술(EIT·Electrical Impedance Tomography) 역시 인체 내부 영상을 획득하기 위한 기술이다. 이 기술은 인체를 구성하는 조직이 서로 다른 전기 전도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이용해 내부 영상을 획득한다.
전기 전도도(conductivity)는 물체 혹은 대상이 전기를 얼마나 잘 통하게 하는지를 나타내는 양으로, 저항의 역수로 주어진다. 전기 전도도는 물체를 구성하는 물질에 따라 달라지는데, 대표적으로 우리 몸을 구성하는 근육, 지방 등이 서로 다른 전기 전도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알려져 있다.
옴의 법칙은 1차원에서의 전기 전도도와 전압, 전류 분포의 관계를 나타낸다. 이는 맥스웰 방정식을 통해 2, 3차원으로 자연스럽게 확장되는데, 전기전도도와 전류, 전압분포의 관계는 미분방정식으로 표현된다.
1980년대 칼데론은 ‘주어진 영역 경계에서 주입된 전류와 전압의 관계로부터, 영역 내부 도전율 복원이 가능할까?’ 라는 역방향의 문제를 제안했다. 흔히 칼데론 문제라고 알려져 있는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10여 년의 시간이 걸렸고, 1980년대 후반 군터 울만, 나흐만 아론샤인 등의 수학자에 의해 긍정적인 답을 얻었고, 이후로 EIT 기술이 발전하게 됐다. 최근에는 EIT 기반의 상용화된 기기들이 나오고 있다. 이러한 장비들은 가슴, 머리 등 측정하고자 하는 부위에 8~32개의 전극을 부착하고, 측정된 전류, 전압으로부터 영상을 획득한다.
이러한 장비들은 안전하고, 편리하며, 실시간 영상 획득이 용이하다는 장점을 바탕으로, 수술 중이나 수면 중 호흡, 심장박동 등을 모니터링하는 데 사용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수리모델링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수학적 모델링에 근간한 현상의 파악은 스마트 헬스케어 등 첨단기술 개발의 핵심 역할을 할 것이다. 국내적으로도 수학적 모델링 분야에 대한 전폭적인 육성과 도전이 필요한 시기라 생각된다.
<저자 소개>
이완호 국가수리과학연구소 수리모델링팀장
건국대 수학과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으며 현재 국가수리과학연구소 수리모델링팀장으로 재직 중이다. 공학적이거나 생물학적인 현상을 수학적으로 모델링하고 수치적인 기법을 통해 해결하는 연구를 진행 중에 있다.
고태욱 연구원
KAIST 물리학과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미국 피츠버그대 수학과 등에서 신경계의 수학적 모델링 연구를 수행하였고, 현재 국가수리과학연구소 선임연구원으로 수리모델링팀에서 의료 데이터 관련 기계학습과 모델링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유민하 연구원
서울대 수학과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고 2020년부터 국가수리과학연구소 수리모델링팀에 재직 중이다. 자연현상을 편미분방정식을 통하여 모델링하고, 분석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이 글은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1년 9월호에 실렸습니다.
수학적 모델링이란, 어떤 시스템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이해하거나 예측하기 위해 대상이 되는 시스템을 수학적 언어로 표현하고 수학적 방법으로 해결해가는 과정을 말한다. 이는 이미 16~17세기부터 천체운동 등의 자연현상을 이해하기 위해 사용되고 있던 전통적인 방법이다. 현대사회에서 데이터의 축적과 학문 간 융합으로 수학적 모델링의 수요는 사회과학, 자연과학, 의학, 공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급진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실험이나 임상연구가 주를 이루고 있는 생명현상 연구에 있어서도 수학적 모델링이 도입돼 널리 활용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수학적 모델링에서는 대상이 되는 시스템의 상태를 몇 개의 변수로 나타내고, 그 변수들 사이의 관계를 나타내는 수식을 알아냄으로써 그 시스템을 이해한다.
이때 대부분의 관계식은 변수들과 변수들의 변화율로 기술이 되는 미분방정식으로 나타난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뉴턴의 운동 방정식도 힘과 질량, 그리고 속도의 변화율인 가속도의 관계로 기술되는 미분방정식이다. 수학적 모델링을 통해 시스템을 정확히 기술할 수 있다면 그 시스템이 나타낼 수 있는 움직임을 예측하거나, 왜 그러한 움직임을 나타내는지 그 원리를 분석해낼 수도 있다.
다만 모델링을 구성하는 미분방정식들이 너무 복잡해서 손으로 풀어내는 것에는 한계가 있어, 컴퓨터를 이용해 근사 해를 구하고 다양한 시나리오에 따른 결과를 분석하는 컴퓨터 시뮬레이션 방법이 널리 이용되고 있다.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서 분석하고자 하는 시스템의 양상을 컴퓨터상에서 미리 볼 수 있기에 실험, 관측과 보완적으로 사용할 수 있고, 모델의 검증과 개선에 사용될 수 있다. 최근에는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이용, 인공심장을 구현하여 가상 시술을 수행하거나 인체 시스템을 모방하여 약물 투입에 대한 반응을 예측하는 등 최첨단 기술에도 활용되고 있다.
국가수리과학연구소 수리모델링팀에서는 이러한 수학적 모델링을 이용해 생체에서 나타나는 현상을 이해하고, 질환을 예측하고 진단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세포에서부터 인체 장기 수준에서 일어나는 생명 현상을 수학적으로 모델링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개발된 수학적 모델을 통해 인체 내 시스템의 작동 원리와 기능을 이해하고, 질환에 의해 나타나는 생체 신호 변화의 측정과 의료적 치료의 효과를 정량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신경계의 수학적 모델링
신경신호는 세포막 사이의 전압이 신경세포에 주어지는 입력에 따라 급격히 커졌다가 줄어드는 형태로 나타나고, 뇌기능은 이러한 신경신호의 생성과 전달을 통해 이뤄진다. 이런 이유로 신경신호의 생성 메커니즘을 알아내는 것은 뇌 연구에 있어 근간이 되는 매우 중요한 일 중 하나였다.
1950년대 초반 호지킨과 헉슬리는 실험을 통해 세포막 전압에 따라 세포막의 이온 출입 통로를 통한 이온 흐름이 영향을 받는 것을 증명했다. 이를 반영해 세포막 전압과 이온 출입 통로의 특성을 결정짓는 변수들에 대한 미분방정식 형태의 수학적 모델을 만들었다. 그들은 이 모델을 이용해 양의 피드백에 의해 세포막 전압이 급격히 커졌다가 다시 음의 피드백을 통해 줄어드는 형태의 신경신호 생성 기작을 설명할 수 있었다. 호지킨과 헉슬리는 이 연구로 1963년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았다.
우리는 모델의 수학적 분석으로 신경신호 생성 조건을 찾을 수 있고,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마치 실험에서 측정하는 것처럼 세포막 전압의 시간에 따른 변화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다수의 신경세포로 구성된 뇌의 특정 부분이나 뇌의 연구도 수학적 모델링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신경계의 수학적 모델링을 통해 정보가 신경계에서 어떻게 처리되는지, 신경계의 구조와 구성 요소들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또 질환 등으로 신경계 구성요소에 변화가 있거나 구성요소들 간 결합에 변화가 있을 때 수학적 모델에 이를 반영하여 그 영향을 추적 연구할 수 있다.
실험이나 임상연구에서 시도해보기 어려운 변화들도 모델을 통해 실시해볼 수 있어 이론을 만들어 가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신경계의 수학적 모델링은 신경계를 모방한 전자칩이나 인공지능 시스템 개발의 밑바탕이 되기도 한다. 심장이나 혈당 조절 시스템의 세포들도 신경세포와 비슷하게 신호를 생성하고 비슷한 형태로 모델링된다.
과학계산을 이용한 박테리아 운동 모방
물고기는 지느러미를 이용해 물속에서 자유로이 이동할 수 있으며, 이를 본떠서 스쿠버다이버나 해녀들은 오리발을 착용해 물속에서 효과적으로 이동한다. 하지만 주변 환경이 물이 아니라 꿀처럼 점성이 훨씬 큰 유체라면 어떨지 한번 생각해보자. 여전히 물고기, 스쿠버다이버, 해녀들은 꿀 속에서도 자유로이 움직일 수 있을까? 아니면 헤엄쳐 나가기 위한 다른 구조가 필요할까.
실제 우리 몸 안에 있는 박테리아와 같은 미생물의 크기는 수 마이크로미터밖에 되지 않으므로, 박테리아가 처한 환경은 우리가 꿀 속에서 있는 것과 같은 상황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 대장균, 살모넬라균, 비브리오균 등의 박테리아는 세포체에 부착돼 있는 왼손방향 나선형 모양의 편모를 시계 방향이나 반시계방향으로 회전시켜줌으로써 효율적으로 헤엄쳐 나간다. 하지만 여러 개의 편모가 나타내는 상호작용이나, 방향을 전환하기 위해 생기는 변화 등은 매우 순식간에 이뤄지는 현상이므로 관측만으로 이를 자세히 밝혀내기는 어려웠다.
본 연구팀에서는 이러한 박테리아가 헤엄칠 때 나타나는 현상을 밝히기 위해 수학적 모델링과 컴퓨터 시뮬레이션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모델을 구성하는 방정식은 잘게 쪼개진 시간에 대해서 매번 계산되며, 계산된 결과 값은 편모를 이루고 있는 점과 벡터를 이동시켜 편모의 움직임을 나타낸다. 수학적으로 개발된 모델은 편모의 회전속도를 조절하거나, 실험적으로는 다루기 어려운 돌연변이에 대해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돌연변이 시뮬레이션을 통해 현상을 이해할 수도 있다.
현재 연구진은 강체로 이루어진 세포체의 구성 및 편모와의 연결을 구현하여 자유로이 유영하는 박테리아의 수학적 모델 개발을 진행하고 있는데, 박테리아 운동을 모방하는 것은 체내 삽입을 목적으로 막힌 미세혈관을 뚫거나 특정 지점에 약물을 투여하는 역할의 미세로봇 개발과 설계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전류와 전압의 관계를 이용해 개발한 의료장비, EIT 기기
X선의 발견 이후 의료영상장비는 매우 빠르게 발전했고, 최근 CT, MRI 등과 같은 장비는 의료현장에 활용돼 병변의 발견과 치료에 사용된다. 이러한 장비들은 고품질의 영상을 제공하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고가의 장비를 활용해야 하기 때문에 측정이 어렵다는 단점도 있다.
이러한 장비들에 비해 비교적 많이 사용되고 있지 않지만, 전기임피던스 단층촬영기술(EIT·Electrical Impedance Tomography) 역시 인체 내부 영상을 획득하기 위한 기술이다. 이 기술은 인체를 구성하는 조직이 서로 다른 전기 전도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이용해 내부 영상을 획득한다.
전기 전도도(conductivity)는 물체 혹은 대상이 전기를 얼마나 잘 통하게 하는지를 나타내는 양으로, 저항의 역수로 주어진다. 전기 전도도는 물체를 구성하는 물질에 따라 달라지는데, 대표적으로 우리 몸을 구성하는 근육, 지방 등이 서로 다른 전기 전도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알려져 있다.
옴의 법칙은 1차원에서의 전기 전도도와 전압, 전류 분포의 관계를 나타낸다. 이는 맥스웰 방정식을 통해 2, 3차원으로 자연스럽게 확장되는데, 전기전도도와 전류, 전압분포의 관계는 미분방정식으로 표현된다.
1980년대 칼데론은 ‘주어진 영역 경계에서 주입된 전류와 전압의 관계로부터, 영역 내부 도전율 복원이 가능할까?’ 라는 역방향의 문제를 제안했다. 흔히 칼데론 문제라고 알려져 있는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10여 년의 시간이 걸렸고, 1980년대 후반 군터 울만, 나흐만 아론샤인 등의 수학자에 의해 긍정적인 답을 얻었고, 이후로 EIT 기술이 발전하게 됐다. 최근에는 EIT 기반의 상용화된 기기들이 나오고 있다. 이러한 장비들은 가슴, 머리 등 측정하고자 하는 부위에 8~32개의 전극을 부착하고, 측정된 전류, 전압으로부터 영상을 획득한다.
이러한 장비들은 안전하고, 편리하며, 실시간 영상 획득이 용이하다는 장점을 바탕으로, 수술 중이나 수면 중 호흡, 심장박동 등을 모니터링하는 데 사용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수리모델링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수학적 모델링에 근간한 현상의 파악은 스마트 헬스케어 등 첨단기술 개발의 핵심 역할을 할 것이다. 국내적으로도 수학적 모델링 분야에 대한 전폭적인 육성과 도전이 필요한 시기라 생각된다.
<저자 소개>
이완호 국가수리과학연구소 수리모델링팀장
건국대 수학과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으며 현재 국가수리과학연구소 수리모델링팀장으로 재직 중이다. 공학적이거나 생물학적인 현상을 수학적으로 모델링하고 수치적인 기법을 통해 해결하는 연구를 진행 중에 있다.
고태욱 연구원
KAIST 물리학과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미국 피츠버그대 수학과 등에서 신경계의 수학적 모델링 연구를 수행하였고, 현재 국가수리과학연구소 선임연구원으로 수리모델링팀에서 의료 데이터 관련 기계학습과 모델링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유민하 연구원
서울대 수학과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고 2020년부터 국가수리과학연구소 수리모델링팀에 재직 중이다. 자연현상을 편미분방정식을 통하여 모델링하고, 분석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이 글은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1년 9월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