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발사주' 놓고 우왕좌왕하는 野 [좌동욱 반장의 여의도 돋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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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발자·전달자 규명 핵심, 박지원·野 압수수색은 곁가지
김웅 의원 처신 실망…"당 지도부엔 사건 전말 알려야"
홍준표만 "팩트 규명하라"요구…"지지율엔 다 이유있다"
김웅 의원 처신 실망…"당 지도부엔 사건 전말 알려야"
홍준표만 "팩트 규명하라"요구…"지지율엔 다 이유있다"
대선을 6개월여 앞두고 정치권을 강타한 소위 ‘고발 사주’ 의혹은, 사안을 조금만 들여다보면 내용이 간단하다. 안개 속에 가려져 있었던 제보자(조성은)가 국민의힘 당직자라는 사실이 드러났고, ‘출처 없는 괴문서’라 칭했던 관련 고발장과 증거들은 검찰에 제출됐다.여당 측 인사들에 대한 수사를 촉구하는 검찰 고발장이 총선을 앞두고 당시 야당 국회의원 후보인 김웅 의원을 거쳐 제보자인 조성은씨에게 건넨 사실 자체는 ‘팩트’다.
아직 밝혀지지 않은 사실은 고발장을 작성한 사람과 그 고발장을 김웅 국민의힘 의원에 건네준 사람이다. 두 사람은 같을 수도, 다를 수도 있다. 당초 혐의자로 알려진 손준성 검사(당시 대검 수사정보정책관)는 직접 언론에 “제가 고발장을 작성하거나 첨부 자료를 김웅 의원에게 송부하였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도 ‘고발장을 본 적이 있는가’라는 기자들의 질문엔 답을 하지 않는다. 이번 의혹의 또 다른 핵심 당사자인 김웅 의원은 제보자인 조성은씨는 명확히 기억하면서, 문건을 건넨 사람과 고발장에 대해선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을 아끼고 있다.
결국 이번 사건의 핵심은 고발장을 작성한 사람이 누구인지, 그 소속이 검찰인지 대검인지, 이를 전달한 사람이 누구인지를 밝혀내면 되는 일이다. 은밀한 거래를 밝히기 위해 계좌 추적을 할 필요도 없고, 휴대폰 통화 내역을 하나 하나 들여다볼 사안도 아니다. 고발장을 작성한 사람으로 지목받은 손 검사가 철장 신세를 각오하고 끝까지 함구할 가능성도 커 보이진 않는다. 만일 손 검사를 비롯 검찰 소속의 검사, 직원이 고발장의 작성자 또는 전달자라면 당시 검찰총장이던 윤석열 후보(사진 위)는 이에 대해 법적 또는 도덕적 책임을 져야 한다. 선거를 코앞에 두고 정치에 개입하려 했던 검찰의 구태가 입증되면서, 이런 검찰을 개혁해야 한다는 여권의 목소리에도 힘이 실리게 된다.
반대로 고발장의 작성자와 전달자가 당시 검찰과 무관하다면, “내가 그렇게 무섭냐”는 윤 후보 측 주장이 국민들에게 울림을 주게 될 것이다. 선거를 앞둔 야권 1위 대선 후보에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공무상 비밀누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공직선거법 위반 등 무시무시한 4개 범죄 혐의를 씌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도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
다른 사안들은 이번 사건의 본질에서 벗어난 곁가지들이다. 공수처가 김웅 의원에 대해 압수수색을 한 것은 피할 수 없는 수순이다. 경험이 많지 않은 검사와 수사관들이 나선 탓에 절차적인 문제가 발생한 정도다. 이번 사건이 공개되기 전 조성은씨가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을 만난 것도 이번 사태의 본질이라고 볼 근거가 없다. 야권은 노련하고 경험많은 박 원장이 이번 사태에 개입했다고 볼 증거나 개연성을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야당의 유력 예비후보 찍어내겠다고 국가정보원 등 권력기관이 총출동했다”(조수진 최고위원)라고 비난하는 것은 여권의 정치공세만큼이나 무책임해 보인다.
이준석 대표, 김기현 원내대표 등 국민의힘 지도부는 사건의 실체를 우선 파악하고, 대처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공수처의 다소 무리한 야당 의원 압수수색에 대한 여론은 고발장 작성자와 전달자가 누구냐에 따라 확연하게 달라질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힘 있는 검찰과 공수처에 접근하기가 쉬운 여권이 훨씬 더 유리하다.
사건의 실체를 남들보다 조금 더 알고 있는 김웅 의원의 처신은 다소 실망스럽다. 사건의 전말을 지도부에도 털어놓지 않으니, 야권 전체가 우왕좌왕하고 있다. 국회의원의 면책특권은 이런 공적인 일에 적절히 활용하라고 주어진 권리다. 옳은 일을 하고 감옥에 갈 수 있다는 정도의 각오가 없다면 국회의원을 그만두고 변호사 업무를 하는 게 차라리 낫다.
야권에서 그나마 이번 사건을 정확히 들여다보고 있는 사람이 홍준표 의원(사진 아래) 정도다. 야당의 다른 대선 후보들이 앞다퉈 여권의 정치 공작을 규탄할 때, 홍 의원은 “팩트가 있다면 그 경위가 어찌 되었건 간에 그건 공작이 아니고 범죄”라고 주장했다. 그가 윤 후보의 경쟁자라서 흘려들을 말이 아니다. 국민들이 홍 의원을 뒤늦게 밀어주는 것은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
아직 밝혀지지 않은 사실은 고발장을 작성한 사람과 그 고발장을 김웅 국민의힘 의원에 건네준 사람이다. 두 사람은 같을 수도, 다를 수도 있다. 당초 혐의자로 알려진 손준성 검사(당시 대검 수사정보정책관)는 직접 언론에 “제가 고발장을 작성하거나 첨부 자료를 김웅 의원에게 송부하였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도 ‘고발장을 본 적이 있는가’라는 기자들의 질문엔 답을 하지 않는다. 이번 의혹의 또 다른 핵심 당사자인 김웅 의원은 제보자인 조성은씨는 명확히 기억하면서, 문건을 건넨 사람과 고발장에 대해선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을 아끼고 있다.
결국 이번 사건의 핵심은 고발장을 작성한 사람이 누구인지, 그 소속이 검찰인지 대검인지, 이를 전달한 사람이 누구인지를 밝혀내면 되는 일이다. 은밀한 거래를 밝히기 위해 계좌 추적을 할 필요도 없고, 휴대폰 통화 내역을 하나 하나 들여다볼 사안도 아니다. 고발장을 작성한 사람으로 지목받은 손 검사가 철장 신세를 각오하고 끝까지 함구할 가능성도 커 보이진 않는다. 만일 손 검사를 비롯 검찰 소속의 검사, 직원이 고발장의 작성자 또는 전달자라면 당시 검찰총장이던 윤석열 후보(사진 위)는 이에 대해 법적 또는 도덕적 책임을 져야 한다. 선거를 코앞에 두고 정치에 개입하려 했던 검찰의 구태가 입증되면서, 이런 검찰을 개혁해야 한다는 여권의 목소리에도 힘이 실리게 된다.
반대로 고발장의 작성자와 전달자가 당시 검찰과 무관하다면, “내가 그렇게 무섭냐”는 윤 후보 측 주장이 국민들에게 울림을 주게 될 것이다. 선거를 앞둔 야권 1위 대선 후보에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공무상 비밀누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공직선거법 위반 등 무시무시한 4개 범죄 혐의를 씌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도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
다른 사안들은 이번 사건의 본질에서 벗어난 곁가지들이다. 공수처가 김웅 의원에 대해 압수수색을 한 것은 피할 수 없는 수순이다. 경험이 많지 않은 검사와 수사관들이 나선 탓에 절차적인 문제가 발생한 정도다. 이번 사건이 공개되기 전 조성은씨가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을 만난 것도 이번 사태의 본질이라고 볼 근거가 없다. 야권은 노련하고 경험많은 박 원장이 이번 사태에 개입했다고 볼 증거나 개연성을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야당의 유력 예비후보 찍어내겠다고 국가정보원 등 권력기관이 총출동했다”(조수진 최고위원)라고 비난하는 것은 여권의 정치공세만큼이나 무책임해 보인다.
이준석 대표, 김기현 원내대표 등 국민의힘 지도부는 사건의 실체를 우선 파악하고, 대처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공수처의 다소 무리한 야당 의원 압수수색에 대한 여론은 고발장 작성자와 전달자가 누구냐에 따라 확연하게 달라질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힘 있는 검찰과 공수처에 접근하기가 쉬운 여권이 훨씬 더 유리하다.
사건의 실체를 남들보다 조금 더 알고 있는 김웅 의원의 처신은 다소 실망스럽다. 사건의 전말을 지도부에도 털어놓지 않으니, 야권 전체가 우왕좌왕하고 있다. 국회의원의 면책특권은 이런 공적인 일에 적절히 활용하라고 주어진 권리다. 옳은 일을 하고 감옥에 갈 수 있다는 정도의 각오가 없다면 국회의원을 그만두고 변호사 업무를 하는 게 차라리 낫다.
야권에서 그나마 이번 사건을 정확히 들여다보고 있는 사람이 홍준표 의원(사진 아래) 정도다. 야당의 다른 대선 후보들이 앞다퉈 여권의 정치 공작을 규탄할 때, 홍 의원은 “팩트가 있다면 그 경위가 어찌 되었건 간에 그건 공작이 아니고 범죄”라고 주장했다. 그가 윤 후보의 경쟁자라서 흘려들을 말이 아니다. 국민들이 홍 의원을 뒤늦게 밀어주는 것은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