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의 영향에서 벗어난 레이가 연내 중국 합작법인 설립을 앞두고 있다. 레이의 디지털 치과 플랫폼 제품군을 활용하는 중국 내 치과 가맹병원(네트워크 치과) 사업도 함께 진행한다는 전략이다.
이상철 레이 대표 / 사진=김기남 기자
이상철 레이 대표 / 사진=김기남 기자
이상철 대표는 경희대 동서의학대학원에서 의료공학을 전공했다. 2004년에 경희대 창업보육센터에서 레이를 설립했다. 레이는 2019년 코스닥시장에 상장했다.

레이는 치과용 의료장비 및 소프트웨어를 생산 및 판매하는 기업이다. 치과용 진단 장비와 분석 및 3차원(3D) 출력 장비를 연동시켰다. 치과 치료 시 필요한 촬영부터 제품 출력까지의 모든 과정이 치과 내에서 진행된다.

레이는 2018년 515억 원, 2019년 731억 원으로 창립 이래 매출이 지속 성장해왔다. 작년에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주춤하며 552억 원 매출을 기록했다. 작년 4분기부터 중국, 미국 등 주요 지역이 코로나19로 인한 영향권에서 벗어나며 실적이 회복되기 시작했다.

경기도 판교 본사에서 만난 이상철 레이 대표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부진했던 시기를 벗어나 기존 실적 성장 본궤도에 진입했다”며 “퀀텀점프를 위한 투자 및 중국 합작법인 설립 준비도 매끄럽게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美·中 수출 기반 2분기 역대 최대 매출

레이의 올 2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236억 원과 49억 원이다. 작년 2분기 대비 매출은 204% 늘었고, 영업이익은 흑자전환했다. 역대 최대 분기 실적이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매출이 주춤했던 미국과 중국 매출이 증가하며 실적 성장을 이끌었다. 중국과 미국의 매출 비중은 각각 31%와 20%다.

이 대표는 “매년 그래왔듯 계절적 성수기로 상반기보다는 하반기에, 3분기보다는 4분기에 더 많은 매출을 예상한다”며 “역대 최대 연매출을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레이는 올해 상반기 기준 수출 비중이 91.8%다. 9개의 해외 법인을 운영하며 국가별로 각기 다른 판매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미국 지역은 동부·남부·서부의 지사를 기반으로 직접 판매하는 한편, 현지 유통사를 통한 공급도 병행하고 있다.

유럽 지역은 독일 법인과 프랑스 법인을 주축으로 판매 중이다. 작년 9월에는 메가젠임플란트와 유럽지역 콘빔씨티(CBCT) 525억 원 규모의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메가젠임플란트는 치료 장비는 갖췄지만 진단분야 제품군이 없어 레이에 개발을 의뢰했다. 레이는 내년 상반기 첫 매출 발생을 목표로 제품 개발을 차질 없이 진행 중이다.

최근 세계적으로 델타 등 변이바이러스 확산이 계속되고 있지만 이 대표는 걱정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작년 4분기 이후로는 매출이 코로나19 확산세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유럽 지역은 유일하게 아직 영향이 남아 있지만 매출 비중이 9% 정도에 불과하고 심각한 수준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제작 방식 개선한 투명교정기, 연내 매출 발생 기대

레이는 작년 코로나19로 인해 실적이 악화된 상황에서도 인원 감축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오히려 연구 인력을 충원하는 등 신제품 출시를 위한 투자를 단행했다. 이 대표는 “제품에 대한 확신이 있는 상태였고 코로나19가 영원히 지속되지 않을 것으로 봤다”며 “새로운 제품을 신속히 만들어야 한다는 판단도 작용했다”고 말했다.

재작년 말에 출시한 투명교정기는 올초에 제작 방식을 개선하고 홍보 전략을 변경했다. 투명교정기는 쉽게 탈·부착이 가능한 투명한 재질의 교정 장치다. 편의성이 높고 빼고 있을 때는 교정 중인 티가 나지 않아 심미적인 장점도 있다. 기존 투명교정장치는 구강구조를 촬영해 3차원으로 형상을 만들고 이에 맞춰 투명한 소재를 변형해 만들어냈다. 레이는 투명교정기 소재를 곧바로 출력할 수 있도록 개선했다.

치과에서 환자의 구강 스캔 데이터를 보내면 레이는 투명교정기의 디자인을 완성해 다시 치과로 보낸다. 치과는 이를 3D 프린터로 직접 출력하면 된다. 레이는 투명교정기용 소재를 직접 개발해왔다. 그러던 중 국내 한 기업이 제품 개발에 성공하자 전략적 제휴를 체결하고 소재를 도입해 제작 방식을 개선한 것이다.

투명교정기 제작 방식을 개선하며 홍보 대상도 일반의 위주에서 교정전문의 위주로 변경했다. 교정전문의와 임상을 진행해 학술적인 검증을 받겠다는 방침이다. 이 대표는 “개선된 투명교정기를 활용해 기존에 불가능했던 임상을 할 수 있어 교정전문의들의 관심이 높다”고 설명했다. 레이는 10월 개최되는 대한치과 교정학회에서 교정전문의를 대상으로 개선된 제품을 적극 알릴 계획이다.

“투명교정이 각광받는 해외와 달리 국내는 투명교정에 대한 좋지 않은 인식이 있다”며 “교정전문의에게 학술적으로 인정받으면 자연스럽게 일반의에게도 확산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중국 등 세계 진출 위한 적극적인 M&A 전략

레이는 기업 투자 및 인수합병(M&A)에도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다. 지난 2월 3D 구강스캐너 전문기업인 디디에스를 인수했다. 현재 양사의 기술력을 더한 새로운 구강스캐너를
4분기 출시 목표로 공동개발 중이다. 5월에는 치과용 컴퓨터지원설계(CAD)·컴퓨터지원제조(CAM) 및 병원경영지원(MSO) 사업을 영위하는 레이덴트를 인수했다. 레이는 사업영역 확장 및 고도화를 위해 앞으로도 치과용 소재 기업 등에 대한 투자 및 인수를 계속할 예정이다. 세계시장에 함께 진출하기 위한 목적이다.

이를 위한 자금도 마련했다. 지난 4월 유상증자 및 전환사채(CB) 발행으로 총 630억 원을 조달했다. 중국 합작법인 설립을 위해 200억 원을, 국내외 치과사업 확장을 위한 타 법인 증권 취득자금으로 200억 원을 사용하겠다는 계획이다. 100억 원과 130억 원은 각각 생산시설 확충 및 개발자금으로 쓴다.

중국 기업과의 합작법인 설립은 본계약 체결을 앞두고 있다. 연내 계약 체결 및 법인 설립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합작법인의 총 자본금은 300억 원 규모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레이는 합작법인을 통해 모든 제품군을 중국 현지에서 생산할 방침이다. 중국 진출 전략에는 치과병원 사업도 포함됐다. 레이는 지난 2월 예치과네트워크에서 설립한 ‘예아카데미’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전략적 투자를 진행한 결과 예아카데미의 최대주주 지위를 획득했다. 예치과네트워크의 의료 서비스 역량 및 경험을 기반으로 중국에서 치과 네트워크 사업을 할 계획이다.

이 대표는 “중국은 시장 규모에 비해 치과 및 의료진이 부족해 실적 성장에 한계가 있다”며 “레이의 디지털 솔루션과 예치과 네트워크병원의 역량을 더해 중국 내 의료 사각지대에도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게 될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유망기업] 레이 “中 합작법인 연내 설립… 네트워크병원 사업도 함께 간다”

박인혁 기자

*이 기사는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1년 9월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