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오는 치과용 임플란트 시장에서 ‘지각 변동’을 일으킬 수 있는 다크호스로 꼽힙니다. 임플란트 식립 절차를 간소화한 디지털 임플란트와 3D 프린터를 통한 보철물 제작 솔루션을 통해 사업 차별화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2025년 매출을 지난해의 4배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도전적인 목표를 세웠습니다.
김진백 디오 대표 / 사진=디오 제공
김진백 디오 대표 / 사진=디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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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2분기는 치과용 임플란트업계의 약진이 돋보이는 시기였습니다. 오스템임플란트가 최초로 분기 매출 2000억 원을 돌파한 가운데 덴티움, 레이 등도 전분기 대비 실적을 끌어올렸습니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치과용 임플란트 수출액은 1억3754만 달러로 전년 동기 7135만 달러 대비 93%나 올랐습니다.

코로나19 유행으로 막혀 있던 중국 시장이 뚫리고 유럽, 미국이 일상을 되찾으면서 수출길이 열리게 된 덕을 봤습니다.

임플란트 시장은 의료기기 업력 100년 이상을 자랑하는 기존 해외 강자와 신흥 한국 기업들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시장입니다. 업계에선 2021년 세계 임플란트 시장 규모를 6조 원 수준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이 분야의 절대 강자는 시장점유율 4분의 1을 먹고 있는 스위스 스트라우만입니다.

지난 2분기 6590억 원의 매출고를 올렸습니다. 이 뒤를 이어 미국 기업인 다나허와 덴츠플라이가 15% 내외 점유율을 차지하는 가운데 업계 4위인 오스템임플란트가 아시아 최대 매출을 내며 추격하는 형국입니다. 후발주자가 틈을 비집기가 쉽지 않은 시장입니다.

내원 횟수 7→3회로 줄인 디지털 임플란트

지난해 1201억 원 매출을 낸 디오는 측면 공격으로 이 시장을 공략하고 있습니다. 2014년 국내 최초로 출시했던 ‘디지털 임플란트’가 이 회사의 무기입니다. 디지털이라는 말이 조금 막연하게 들립니다. 디지털 측정 장비로 잇몸을 찍은 뒤 컴퓨터로 임플란트를 설계, 디자인해 수술 절차를 줄여주는 개념으로 보면 됩니다.

기존 임플란트 수술 절차를 먼저 알아보겠습니다. 우선 환자의 잇몸을 컴퓨터단층촬영(CT)으로 찍은 뒤 잇몸을 절개하게 됩니다. 절개해서 드러난 뼈의 생김새를 확인하고 잇몸을 다시 봉합합니다. 이후 실밥을 떼어내고 2차 수술로 다시 잇몸을 절개한 뒤 나사 모양으로 된 픽스처(받침대)를 심습니다.

통상 임플란트라고 하면 치아의 뿌리 역할을 하게 되는 이 픽스처를 가리킵니다. 이후 지지체 역할을 하는 어버트먼트(기둥)를 심고 그 위에 치아 형태인 크라운(보철물)을 씌우게 됩니다. 임플란트를 고르게 심기 위해 기존 이를 발치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러한 발치, 뼈이식, 임플란트 식립, 보철 등의 과정을 거치려면 7번은 병원에 방문해야 합니다.

디오의 디지털 임플란트 서비스인 ‘디오나비’는 병원 내원 횟수를 3회로 줄였습니다. 먼저 CT뿐 아니라 구강 스캐너도 사용해 환자의 잇몸 영상을 촬영합니다. CT로는 잇몸 뼈의 상태를, 구강 스캐너로는 신경조직 등 잇몸 내부 상태를 살펴봅니다.

이후 두 영상 데이터를 병합한 뒤 컴퓨터 모의시술로 임플란트 식립 경로를 찾게 됩니다. 잇몸을 째서 임플란트를 어디에 심을지 치과의사가 고민하는 과정을 디오가 대신해주는 것이죠. 임플란트 납품에 그쳤던 사업 영역을 임플란트 설계 분야로 확장한 겁니다.

설계안이 나오게 되면 3D 프린터로 임플란트를 심을 위치를 표시한 보조기구인 ‘서지컬 가이드’를 출력합니다. 치과의사가 수술용 도구를 들게 되는 건 이때입니다. 서지컬 가이드를 시술할 부위에 끼운 뒤 이에 맞춰 드릴로 구멍을 뚫고 임플란트를 심으면 됩니다.

디오나비를 통한 임플란트 식립 횟수는 지난 7월 50만 회를 돌파했습니다. 지난해에만 10만5000만 회 식립이 이뤄졌습니다. 회사 측은 올해 15만 회 식립을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개발 초기엔 정확하다고 여겼던 CT 영상을 기반으로 임플란트를 디자인했다가 실제 잇몸 뼈의 계측과 오차가 발생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디지털 임플란트가 잘 알려지지 않았던 사업 초기엔 의료진에게 새로운 시술 방식을 전달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서비스 출시 8년 차인 지금은 이 같은 문제가 해소됐다고 합니다. 내년 초엔 인공지능(AI)을 도입한 서비스를 내놔 설계 정밀도를 한층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그간 쌓여 있던 50만 회 이상의 식립 데이터를 학습한 AI가 자동으로 임플란트를 설계할 수 있도록 할 예정입니다.

무치악 수술시간 3분의 1로 단축

김진백 대표는 “디지털 임플란트 공급으로 치과진료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고 강조합니다. 임플란트 수술을 미루거나 틀니를 착용했던 환자들까지 임플란트를 쓸 수 있게 되면서 시장의 판 자체가 커지게 됐다는 이야기입니다.

디오는 올해 출시한 ‘디오나비 풀아치’가 임플란트 시술 건수 자체를 늘려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디오나비 풀아치는 치아가 아예 없는 무치악 환자를 대상으로 한 디지털 임플란트 서비스입니다.

국내 65세 이상 인구 중 무치악 환자는 10%에 달한다고 합니다. 치아가 다 빠지게 되면 잇몸뼈가 내려앉으면서 입 주변이 쭈글쭈글해지고 팔자주름이 깊어지는 등 외모에 변화가 생깁니다.

무치악 환자들을 위한 기존 해결책은 틀니였습니다. 틀니는 자연치 대비 씹는 힘(저작력)이 20%에 불과하고 2~3년마다 새것으로 갈아 끼워야 하는 불편함이 있습니다. 말하다가 틀니가 입 밖으로 튀어나오는 불상사가 생기기도 합니다. 임플란트를 심은 뒤 그 위에 보철물이 아닌 틀니를 고정시키는 방법을 쓸 수도 있지만 저작력을 개선하는 데는 여전히 한계가 있습니다.

빠진 치아 자리 각각에 임플란트를 심은 뒤 일일이 보철물을 올리는 수술법도 있습니다. 자연치를 살리려고 할 때 쓰이는 방식입니다. 다만 심어야 할 임플란트가 많다 보니 수술 난이도도 높고 수술 비용도 비싸집니다. 이 대안으로 위턱과 아래턱 각각에 임플란트를 6개 정도만 심은 뒤 묶음으로 한꺼번에 제작한 보철물을 단번에 씌우는 방법도 있습니다. 디오나비 풀아치가 쓰고 있는 방식입니다.

무치악에 디지털 임플란트를 적용한 다른 업체로는 다나허가 2014년 인수한 스위스 노벨바이오케어가 있습니다. 노벨바이오케어는 울퉁불퉁한 잇몸 수평을 맞추기 위해 잇몸 뼈를 깎아 고르게 만드는 방식을 쓰고 있습니다. 수술시간이 4~5시간 걸리고 환자의 고통도 상당하다는 게 디오 측의 설명입니다.

디오는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잇몸 위치별로 높이가 다른 임플란트를 심어 잇몸 뼈 평탄화 작업 없이도 식립이 가능하도록 했습니다. 1시간 30분이면 수술이 끝난다고 합니다.
수술 시간을 3분의 1 수준으로 줄였다는 건 치과 입장에서도 큰 매력입니다. 하나의 유닛체어(치과진료용 의자)에서 같은 시간에 3배 많은 환자를 받을 수 있게 된 덕분에 수익성도 높아지기 때문이죠. 디오가 경쟁사 대비 2배 가까이 높은 가격에 서비스를 공급하더라도 병원의 수익률이 더 좋아지는 구조라는 게 회사 측의 설명입니다.

디오는 지난 4월 미국, 중국에서도 디오나비 풀아치 서비스를 상용화했습니다. 해당 서비스로만 지난 상반기 70억 원 매출을 냈다고 합니다. 올해 이 매출액을 200억 원까지 늘리는 게 목표입니다. 고난이도 수술을 쉽게 만들었다는 점은 특히 해외시장에서 장점이 됩니다. 김 대표는 “의사들의 역량이 세계 최고 수준인 한국과 달리 해외에선 까다로운 임플란트 시술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더 많다”며 “디지털 임플란트에 대한 수요가 더 커질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고 말했습니다.

장비 임대해 보철물 생산까지 치과 내에서 해결

인공 치아 역할을 하는 보철물 시장도 디오가 눈여겨보는 사업 영역입니다. 임플란트 설계뿐만 아니라 보철물 제작까지 자동화하겠다는 겁니다. 임플란트와 어버트먼트 위에 올리게 되는 보철물을 만드는 건 그간 기공소의 영역이었습니다.

치과의사는 임플란트 식립 이후에 제작을 의뢰한 보철물이 기공소에서 배송되길 기다려야 했습니다. 이 같은 대기 시간을 줄이기 위해 일부 대형 치과는 자체 기공소를 두고 1억 원대 장비를 사서 쓰고 있기도 합니다.

디오는 치과에서 자체적으로 1시간 만에 보철물을 생산할 수 있도록 한 솔루션인 ‘디오 에코시스템’을 지난 6월 출시했습니다.

3D 프린터로 레진 용액을 치아 형태로 출력한 뒤 이를 경화기로 단단하게 만드는 방식입니다. 1회 출력 단가가 7000원 수준이라고 합니다. 저렴한 비용으로 자체 생산이 가능하니 여분용 보철물을 치과에서 미리 만들어놓을 수도 있습니다. 환자의 보철물이 파손됐을 때 후속 대응이 더 빨라지게 된 겁니다.

주목할 부분은 제품 공급 방식입니다. 이 회사는 3D 프린터와 경화기를 월 10만 원대 가격으로 빌릴 수 있도록 해 규모가 작은 치과도 부담 없이 보철물을 자체 생산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고가에 장비를 판매하는 대신 장비를 빌려쓸 수 있도록 해 문턱을 낮춘 것이죠. 김 대표는 “사내에 치과기공사 인력만 60여 명을 두고서 제품 개발을 해왔다”며 “장비를 공급해놓으면 레진 소재 등에서 꾸준한 수익을 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회사는 내년 미국에서도 디오 에코시스템을 출시할 예정입니다.
[이주현의 바이오 탐구영역] 임플란트에 디지털 바람 일으킨 디오의 성장 전략은
중국 시장 확장해 2025년 매출 5000억 원 목표

디오는 2025년 목표 매출액을 5000억 원으로 잡았습니다. 2020년 매출액(1201억 원)의 4배가 넘는 수치입니다. 그간 제품 개발에 집중해왔던 디지털 임플란트 사업이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결실을 내게 되면서 사세가 빠르게 확장하리라는 게 회사 측의 판단입니다. 현재 국내 치과의원은 1만8000여 곳이 있습니다. 회사 측 설명에 따르면 이 중 디지털 임플란트를 도입한 곳이 3000여 곳, 그중 디오나비를 도입한 곳이 1600여 곳이라고 합니다.

세부적으론 중국, 미국 등 해외시장에서 매출의 80% 이상을 내겠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현재 22곳인 해외법인 수를 내년에 7곳 늘리겠다는 구상입니다.

이 회사는 특히 중국 시장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통상 선진국 시장의 임플란트 식립률은 1% 수준입니다. 중국은 이 식립률이 0.1~0.2%에 불과해 성장 가능성이 큽니다. 특히 임플란트 시술 경험이 적은 경우에 더 효과적인 디지털 임플란트 서비스가 공급되기 좋은 환경입니다.

디오는 중국에서 올해 380억 원, 내년 600억 원의 매출고를 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지난 7월 중국 유통사와 3년간 500억 원 규모 디지털 임플란트 제품 공급계약을 체결하기도 했습니다. 이 유통사는 중국 민간 치과 13만 곳 중 5만 곳 이상을 거래처로 두고 있다고 합니다.

김 대표는 “해외시장의 규제 가능성도 고려해 서비스를 준비했다”며 “현재는 한국에서 중국으로 임플란트 제품을 공급하고 있지만 중국 내에서 임플란트를 제작할 수 있는 시스템을 이미 구축해놨다”고 말했습니다. 중국에서 내년 디지털 투명교정 서비스도 출시할 계획입니다.

사업의 변수는 지분 매각입니다. 디오의 최대주주는 지난 6월 기준 지분 21.44%를 들고 있는 디오홀딩스입니다. 디오홀딩스는 나이스홀딩스 등이 투자한 사모펀드를 통해 세워진 회사입니다. 2010년 디오 지분을 매수하며 최대주주에 올랐던 덴츠플라이가 빠져나가는 과정에서 이 사모펀드가 최대주주가 됐습니다. 이후 사모펀드의 만료 기간이 다가오면서 지분 매각 추진이 결정됐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입니다.
[이주현의 바이오 탐구영역] 임플란트에 디지털 바람 일으킨 디오의 성장 전략은
이주현 기자

*이 기사는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1년 9월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