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소련의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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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련 영화 ‘방패와 칼’은 전설적인 비밀 첩보요원 이야기를 다룬 5시간44분짜리 대작이다. 1968년 개봉된 이 영화를 보고 전율을 느낀 16세 소년 블라디미르 푸틴은 그때까지 품어온 장래 꿈을 선장에서 첩보요원으로 바꿨다. 그는 대학 4학년 때 비밀경찰·첩보조직인 KGB에 들어갔고, 1980년대 10년간 동독에서 KGB 요원으로 암약했다.
1991년 소련이 무너지는 것을 본 푸틴은 충격을 받았다. 귀국 후 첩보력을 무기로 모스크바에 진출한 그는 정보기관을 먼저 장악했다. 이를 바탕으로 48세에 대통령이 됐고, 21년째 ‘현대판 차르(황제)’로 군림하고 있다. 그의 꿈은 러시아 국경 너머로 향하고 있다.
푸틴 평전 《뉴 차르》를 쓴 스티븐 리 마이어스는 “그가 그리는 미래는 강대국 소련과 옛 러시아제국을 합친 ‘대(大)러시아 구상’이라고 분석했다. 푸틴은 소련 붕괴에 따른 충격으로 광적인 권력욕에 사로잡혔다. ‘3연임 금지’ 원칙 때문에 고향 후배 밑에서 총리를 자처한 뒤 다시 권좌에 오른 것도 이런 집착 때문이었다. 2008년에는 옛 연방인 조지아를 침공해 러시아에 접한 남(南)오세티야와 압하지야 지역을 조지아로부터 분리시켰다. 당시 침공은 군사훈련을 핑계로 시작했다. 2014년엔 우크라이나의 크림반도를 강제 병합했다. 이때도 군사훈련을 가장하는 수법을 썼다.
엊그제는 옛 연방 벨라루스와 연합국가를 만들기 위한 28개 통합 방안을 발표했다. 벨라루스와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와 유럽 사이의 전략적 요충지다. 벨라루스의 친(親)러 성향 대통령 루카셴코는 27년째 철권통치를 휘두르는 ‘유럽의 마지막 독재자’다. 거센 퇴진 요구에 맞닥뜨린 그가 푸틴의 비호 아래 국가연합에 적극 찬동했다.
이미 러시아군 20만 명이 ‘국방협력’이라는 명분으로 대규모 연합훈련에 돌입했다. 푸틴은 이를 계기로 유럽과의 국경선에도 병력을 증강 배치하고 있다. 국제정치 분석가들은 “푸틴이 벨라루스 흡수 후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세를 강화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푸틴은 벨라루스와의 통합에 대해 “경제활동의 공정한 경쟁 보장”이라는 의미를 부여했다. 루카셴코는 “양국민의 복지 증진이 목표”라고 말했다. ‘공정과 복지’라는 달콤한 말과 ‘국방협력’이라는 칼날이 동시에 번뜩이는 형국이다. 그러고 보니 올해가 소련 붕괴 30주년이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1991년 소련이 무너지는 것을 본 푸틴은 충격을 받았다. 귀국 후 첩보력을 무기로 모스크바에 진출한 그는 정보기관을 먼저 장악했다. 이를 바탕으로 48세에 대통령이 됐고, 21년째 ‘현대판 차르(황제)’로 군림하고 있다. 그의 꿈은 러시아 국경 너머로 향하고 있다.
푸틴 평전 《뉴 차르》를 쓴 스티븐 리 마이어스는 “그가 그리는 미래는 강대국 소련과 옛 러시아제국을 합친 ‘대(大)러시아 구상’이라고 분석했다. 푸틴은 소련 붕괴에 따른 충격으로 광적인 권력욕에 사로잡혔다. ‘3연임 금지’ 원칙 때문에 고향 후배 밑에서 총리를 자처한 뒤 다시 권좌에 오른 것도 이런 집착 때문이었다. 2008년에는 옛 연방인 조지아를 침공해 러시아에 접한 남(南)오세티야와 압하지야 지역을 조지아로부터 분리시켰다. 당시 침공은 군사훈련을 핑계로 시작했다. 2014년엔 우크라이나의 크림반도를 강제 병합했다. 이때도 군사훈련을 가장하는 수법을 썼다.
엊그제는 옛 연방 벨라루스와 연합국가를 만들기 위한 28개 통합 방안을 발표했다. 벨라루스와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와 유럽 사이의 전략적 요충지다. 벨라루스의 친(親)러 성향 대통령 루카셴코는 27년째 철권통치를 휘두르는 ‘유럽의 마지막 독재자’다. 거센 퇴진 요구에 맞닥뜨린 그가 푸틴의 비호 아래 국가연합에 적극 찬동했다.
이미 러시아군 20만 명이 ‘국방협력’이라는 명분으로 대규모 연합훈련에 돌입했다. 푸틴은 이를 계기로 유럽과의 국경선에도 병력을 증강 배치하고 있다. 국제정치 분석가들은 “푸틴이 벨라루스 흡수 후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세를 강화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푸틴은 벨라루스와의 통합에 대해 “경제활동의 공정한 경쟁 보장”이라는 의미를 부여했다. 루카셴코는 “양국민의 복지 증진이 목표”라고 말했다. ‘공정과 복지’라는 달콤한 말과 ‘국방협력’이라는 칼날이 동시에 번뜩이는 형국이다. 그러고 보니 올해가 소련 붕괴 30주년이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