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죽지세로 질주하던 테슬라에 급브레이크가 걸렸다. 국내 연간 2만대 판매 고지를 눈앞에 뒀지만 차량용 반도체 부족 품귀 현상에 발목이 잡혔다. 현재로선 3분기 인도 물량을 맞출 수 있을지도 장담하기 어려운 상태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처음으로 연간 1만대 판매량을 넘긴 테슬라는 올해는 2만대 판매 기록을 바라보고 있다. 국내에서 전기차만으로 2만대 판매를 노리는 건 테슬라가 유일하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 집계치 기준 국내 시장에서 올해 1~8월 테슬라 누적 판매량은 1만4082대로 작년 같은 기간(8462대)과 비교해 판매량이 66%나 뛰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 차량용 반도체 품귀 사태 위기 속에서도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지난해 연간 판매량(1만1826대)은 이미 훌쩍 넘겼다. 월별로 보면 6월에 4860대가 판매됐고 3월(3194대) 5월(3461대) 8월(2431대)에도 2000~3000대 이상 판매량을 유지했다.

월평균 판매량 1700대 수준으로 이 추이라면 올해 2만대 판매도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러나 최근 동남아발(發) 반도체 수급 상황이 악화하면서 적신호가 켜졌다. 그간 위기 속에서도 상승세를 지속해온 테슬라지만 이번만큼은 타격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다.

특히 테슬라는 국내 시장에 분기별로 물량을 보내는 경향이 있다. 올해 역시 3월과 6월 판매량이 유독 높았다. 예상대로라면 9월은 대규모 물량이 들어와야 하는 시기지만 기대보다 훨씬 적은 수준의 물량이 공급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국내 최고 인기 차종인 '모델 3'는 내년까지 주문이 불가능한 상태다.

차량용 반도체 부족 사태는 하반기 들어서도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없다. 도리어 전세계 13% 반도체를 생산하는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에 전파력이 강한 델타 변이가 확산돼 공급 차질이 심각해졌다. 여타 자동차 제조사들과 달리 상반기에 비교적 꾸준히 생산을 이어온 도요타마저 이달 글로벌 생산량을 당초 계획보다 40% 줄이겠다고 선언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이달 8일(현지시간) 직원에게 보낸 사내 메일에서 3분기 인도 물량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며 생산량을 최대치로 끌어올릴 것을 직원들에게 주문한 것도 이같은 맥락이다.

머스크 CEO는 "3분기 초 극심한 부품 수급 차질에 시달렸다. 이에 따라 분기말 이례적으로 힘든 시기를 겪고 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테슬라는 역사상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며 "우선 일부 부품을 제외하고 차량을 제작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테슬라는 지난달 전자제어 유닛(ECU)용 반도체 부족으로 나흘간 중국 상하이 공장 일부 라인 가동을 멈췄다. 전기 스포츠카 '로드스터' 2세대 양산형 모델 출시는 오는 2023년으로 미뤘고, 물량 맞추기 차원에서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탑재한 모델3를 최근 미국 시장에서 판매 개시했다. LFP 배터리는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가격은 저렴하나 주행거리가 짧다는 단점이 있다. 그간 LFP 배터리 장착 모델(모델3·모델Y)은 중국 상하이 공장에서 생산돼 중국 현지와 유럽 시장에만 수출돼 왔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