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박지원, '공모 의혹' 해명 불충분할 시 사퇴 요구"

李 "박 원장의 모종의 '코창' 정황 의심"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3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이른바 '고발 사주' 의혹 제보자 조성은 씨와 박지원 국정원장 간의 사전 공모 의혹이 불거지자 "박 원장은 하루빨리 조 씨와의 공모 의혹에 대한 입장을 정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대표는 13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은 정보기관 수장이 뉴스 정치면에 등장하는 상황이 닥치면 불안해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 대표는 "정보기관의 정치 개입은 우리 국민이 가장 경계하는 지점이며, 해명이 불충분할 경우 야당은 대선 일정을 앞두고 국정원장 사퇴나 경질을 요구할 것"이라며 "조 씨가 보도 날짜에 대해 '우리 원장님과 제가 원한 날짜가 아니다'라고 발언해 파문이 일고 있다"고 했다.

이어 "여기서 '우리 원장님'은 국정원장이 맞나. 국정원장은 국정원법 제11조에 따라 국내 정치에 관여하는 것이 엄격히 금지되는데, 왜 이런 사안이 보도되면서 국정원장이 원하는 날짜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지 궁금하다"며 "박 원장이 8월 11일 서울 모 호텔에서 제보자를 만났다는데 공교롭게 8월 10일과 12일 (조 씨의) 휴대전화에서 캡처된 메시지가 언론에 공개됐다. 이는 야권 대선 후보와 야권 인사 공격에 사용됐다"고 덧붙였다.

그는 "8월 11일 박 원장이 제보자를 만난 시점 바로 앞과 뒤에 이런 캡처 정황이 있다는 것은, 박 원장이 모종의 코칭을 한 정황이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며 "모든 게 박 원장은 '오비이락'(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 상황인데, 이렇게 배가 우수수 떨어지는 상황이라면 까마귀가 배를 쪼아 떨어트린 게 아닌지 까마귀도 해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즉각적으로 이런 의문 사안에 대해 조 씨 아니라 국정원장 입으로 해명을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8년 1월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의당지키기운동본부 전체회의에서 박지원 국민의당 전 대표(현 국가정보원장)와 조성은 전 미래통합당 선대위원회 부위원장이 대화하고 있는 모습. / 사진=뉴스1

앞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 재직 당시 검찰이 여권 인사들에 대한 고발을 사주했다는 의혹을 언론에 제보한 조 씨는 12일 SBS에 출연해 보도 시점(지난 2일)이 뉴스버스 발행인 이진동 기자가 임의로 결정한 날짜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지난 8월 11일 박 원장과의 만남은 고발 사주 제보와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조 씨가 "날짜와 어떤 기간 때문에 제게 자꾸 어떤 프레임 씌우기 아니면 공격을 하시는데 사실 이 9월 2일이라는 날짜는 우리 원장님이나 제가 원했던 거나, 제가 배려받아서 상의했던 날짜가 아니다"라며 "그냥 이진동 기자가 '치자'고 결정했던 날짜"라고 말해 야당을 중심으로 조 씨가 박 원장과 보도 시점을 사전에 협의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윤 전 총장 대선 캠프 종합상황총괄실장을 맡고 있는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은 12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수처에 국정원장 대선 개입 의혹 사건인 '박지원 게이트'에 대한 즉각적인 수사 착수를 촉구한다"며 "제보자 조 씨가 지난 8월 11일 서울 모 호텔에서 박 원장과 만났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번 사건은 박 원장과 그의 정치적 '수양딸'인 조 씨가 대한민국 대선에서 유력 야당 주자를 제거하고자 꾸민 정치공작 사건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조 씨는 13일 페이스북을 통해 "이상한 말꼬리 잡기식의 내용들이 있다"며 "박 원장과는 어떤 요소에서라도 윤 전 총장에 대한 내용들을 상의하거나 할 대상으로 고려하지 않았고, 심지어 한 달 후 미래인 9월 2일 보도는 하루 전날에도 알 수 없던 저로서는 사고와 같은 보도였으므로 '말도 안 되는 엮기'라는 의미"라고 관련 의혹을 반박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