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 유출에 안갯속 애플카, 자율주행 거리 웨이모의 3% 불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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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사장 이직 후 애플 경영진 "정리해고 없을 것"
직원들 다독였지만 애플카 사업 의구심 확산
"완전차 대신 승차 경험 개선에 집중" 전망도
직원들 다독였지만 애플카 사업 의구심 확산
"완전차 대신 승차 경험 개선에 집중" 전망도
애플카 프로젝트 운영을 맡았던 더그 필드 부사장이 포드로 자리를 옮긴 뒤 애플(AAPL)의 자동차 사업을 둘러싼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애플카 프로젝트인 타이탄을 시작한 지 7년이 지났지만 아직 윤곽조차 나오지 않아서다. 다만 애플 경영진은 여전히 사업 시행 의지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리해고 없을 것" 직원 다독인 애플 경영진
12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애플 경영진은 필드 퇴사 직후 직원 브리핑을 통해 '조직개편은 하겠지만 정리 해고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프로젝트 운영진의 퇴사가 잇따르자 동요하는 직원들을 다독이기 위한 자리였다. 애플 경영진이 자동차 사업을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필드 부사장의 후임으론 애플워치에서 건강부문 소프트웨어 개발 프로젝트를 맡았던 케빈 린치가 선임됐다.
하지만 사업 불확실성을 지적하는 목소리는 여전히 높아졌다. 애플은 자율주행 테스트 차량의 운행 기록 보고서를 내고 있지만 아직 이 보고서에 프로젝트 타이탄은 공개되지 않았다.
애플의 차량들이 자율주행한 거리는 지난해 1만9000마일이었다. 같은 기간 알파벳의 자율주행차 웨이모가 이동한 거리는 63만마일에 이른다. 애플의 자율주행 거리는 웨이모의 33분의 1 수준이다. 시험 운전자가 개입해 이동한 거리를 살펴봐도 웨이모는 3만마일이었지만 애플은 145마일에 그쳤다.
애플카는 애플의 신사업으로 큰 주목을 받았다. 애플카 프로젝트 도입 초기인 2015년 당시 팀쿡 최고경영자(CEO)는 "사람들이 그들의 차안에서 아이폰을 경험하길 바란다"고 했다. 포화상태인데다 수익성이 떨어지는 스마트폰 시장을 벗어나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컸다.
실현되지 못한 완전 자율주행, 청사진만 가득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기까진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자율주행차 도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애플 뿐 아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창업자는 2016년 완전한 자율주행차를 2년 안에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아직 완전 자율 주행차는 나오지 않았다.
구글의 공동창업자 레리 페이지도 로보택시 시장이 구글보다 더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지만 실현되지 않았다. 우버와 리프트는 지난해 자율주행 프로젝트를 포기했다고 FT는 보도했다.
디지털 라이다 그룹의 아우스터 CEO인 앵거스 파칼라는 "2010년 기술기업(IT)들이 로보틱스 프로그램을 시작했을 땐 상당한 오만에 차 있었다"며 "그들은 노키아나 블랙베리처럼 자동차 산업을 이끌 것이라고 했지만 사실과 거리가 멀었다"고 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자동차 분야에서 애플이 가진 이점도 점차 사라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번스타인의 아른트 엘링호스트는 "애플은 공급망에 대한 전문지식, 브랜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서비스를 결합하는 데 세계 최고 능력을 갖고 있다"면서도 "배터리 성능에서 테슬라를, 대규모 제조면에서 메르세데스나 벤츠를 능가하진 못한다"고 했다. 자율주행 시장을 선점하지 않고는 애플카의 한계가 분명하다는 것이다.
"애플, 완전차 대신 승차 경험 바꿀 것" 전망도
애플이 완전히 새로운 차량을 만드는 것 대신 아니라 차량 내 공간을 재창조해 운전자 경험을 개선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애플은 지난달 속도, 조명 경고 등을 표시할 수 있는 외부 조명 특허를 취득했다. 차량 지붕에서 안전벨트까지 이어진 에어백 관련 안전 시스템 특허도 확보했다. 애플은 아이폰 충전이나 어두운 차안에서 음료 등을 내려놓을 수 있도록 안내하는 차량조명, 자율주행, 교통알림 시각센서 등의 특허를 받았다.
디자이네이티드 드라이버의 마누엘라 파파도폴 CEO는 "애플이 자동차를 만드는 것 대신 운전석을 바꾸고 탑승자 경험을 바뀌는 방향으로 계획을 축소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차량 실내 공간은 애플에 큰 기회가 될 것"이라며 "증강현실과 가상현실을 차량 창문에 투영할 수 있고 여기에 기회가 있다"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