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 택배 터미널에 마련된 40대 대리점주 분향소. 연합뉴스
김포 택배 터미널에 마련된 40대 대리점주 분향소. 연합뉴스
지난달 한 택배 대리점장이 택배노조의 집단 괴롭힘으로 극단적 선택을 한 상황에서 택배노조가 "노조보다 대리점 갑질이 더 심하다"는 설문조사 결과를 내놨다.

택배노조는 CJ대한통운 택배기사를 대상으로 노조와 대리점의 갑질에 대해 물은 결과 "노조의 갑질보다 대리점의 갑질이 더 심하다"고 답한 기사가 51.2%라고 13일 발표했다. 설문대상자는 CJ대한통운 기사 1만9011명으로, 이중 노조원은 2410명, 비조합원은 1만6611명이었다. 설문에 응한 사람은 1665명이다. 응답자 중 노조원과 비조합원이 몇 명인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같은 질문에 “언론 보도처럼 노조의 갑질이 심각하다”는 답변은 26.6%, “대리점 측의 갑질, 노조의 갑질이 비슷하다”는 답변은 22.1% 수준이었다.
택배노조 "노조 갑질? 대리점 갑질 더 심하다는 기사들이 51.2%"
구체적으로는 “택배가 분실, 파손됐을 때 대리점 측이 기사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피해를 당당한 적 있다”는 응답이 42.9%였다. 이밖에 △부당한 업무지시(28.6%) △대리점의 일방적인 수수료 인상(28.2%) △배송구역 강제 조정(27.7%) △반말, 욕설, 폭언(25.7%) △수수료(임금) 지연 지급(21.9%)을 경험했다는 택배기사도 있었다. 대리점 관계자로부터 물리적인 폭행을 당했다는 기사도 73명(4.6%) 있었다.

택배노조 관계자는 "최근 대리점장 사망 사건으로 언론이 '노조 갑질'을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있지만, CJ대한통운 택배기사들은 오히려 대리점의 갑질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지난달 31일 CJ대한통운 김포장기대리점장 이모씨(40)는 지난 30일 배송 중 한 아파트에서 극단적 선택을 했다. 이씨는 유서에서 "조합원의 집단 괴롭힘과 날이 갈수록 심해지는 태업으로 우울증이 극에 달했다"며 "대리점 소장을 파멸시키겠다는 집단 괴롭힘에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되는 게 이들이 원하는 결말일지 모르겠다는 생각에 너무도 억울하다"고 남겼다.

해당 대리점에서 근무하는 배송기사는 17명으로, 이 가운데 12명이 택배노조 소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이들이 지난 5월부터 택배 분류작업을 진행하지 않는 등 집단행동을 지속하고 대체배송을 거부했다”고 주장했다.

최예린 기자 rambut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