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중고차를 보지도 않고 온라인으로 구매하냐고요? 실제로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10일 서울 수표동 본사에서 만난 정인국 케이카 사장(사진)은 “중고차 시장에 e커머스(전자상거래) 혁명이 일어나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케이카는 국내 최대 직영 중고차 기업으로 전신은 ‘SK엔카’다. 2018년 사모펀드(PEF) 한앤컴퍼니에 매각된 뒤 사명을 변경했다. 연간 10만여 대의 중고차를 판매하고 있으며 국내 중고차 시장 점유율은 3%대다.

정 사장은 “올 상반기 전체 매출에서 온라인 구매가 차지하는 비중이 41%로 이 중 80%가 모바일을 통한 거래”라며 “매장 방문이나 딜러 상담 없이 오로지 모바일 화면을 보고 구매를 결정하는 것”이라고 했다.

중고차 시장은 정보 비대칭으로 불량 여부를 파악하기 힘들어 저품질 제품 위주로 거래되는 대표적인 ‘레몬 마켓’이다. 이 때문에 소비자들이 비대면 구매를 선호하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많았다. 케이카가 2015년 업계 최초로 e커머스 플랫폼 ‘내차사기 홈서비스’를 출시했으나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한 것도 이런 이유가 컸다.

그러다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정 사장은 “코로나19 이전에는 공유경제가 뜨면서 차량을 소유하는 것보다 렌트가 유행이었다”며 “그런데 감염병 확산으로 자가용 출퇴근 수요가 늘고 소비자들이 매장 방문을 꺼리면서 온라인 매출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고 말했다.

업계는 케이카의 온라인 투자 전략이 뒤늦게 빛을 발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 회사는 온라인에서도 차량의 실물을 보는 것과 같은 효과를 느끼게 하기 위해 3차원(3D) 라이브 뷰를 제공한다. 당일 배송 서비스와 3일 책임환불제도 시행했다. 책임환불제는 차량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탁송비를 제외한 비용을 3일 내 무조건 환불해주는 제도다. 이 밖에 모바일 화면에서 클릭 한 번이면 대출 알선부터 결제까지 이뤄지는 시스템도 구축했다. 정 사장은 “24시간 내 대출 심사와 승인이 이뤄지는 시스템을 마련한 것은 업계 최초”라며 “모바일 구매에 최적화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끊임없이 서비스를 혁신한 덕분에 소비자에게 좋은 반응을 얻은 것 같다”고 말했다.

케이카 매출은 2018년 7428억원에서 지난해 1조3231억원으로 연평균 35.6% 성장했다. 같은 기간 온라인 매출은 1557억원에서 4082억원으로 연평균 63.1% 늘었다. 판매 대수는 지난해 11만 대에서 올해 13만 대로 늘 것으로 예상된다.

이 회사는 오는 10월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다. 공모 자금은 오프라인 매장을 확장하는 데 투자할 계획이다. 온라인 구매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다. 정 사장은 “쿠팡의 풀필먼트 서비스처럼 중고차 구매도 온라인 주문을 소화할 수 있는 오프라인 거점이 필수적”이라며 “현재는 전국에 41개 매장을 두고 외부 업체에 탁송 부문을 아웃소싱하고 있는데 앞으로는 차량이 들어오면 세차부터 수리, 소모품 교환, 탁송까지 가능한 센터를 구축해 비용을 효율화하겠다”고 말했다.

케이카는 오는 27~28일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수요예측을 하고 같은 달 30일과 10월 1일 일반투자자 대상 공모 청약을 받는다. 희망공모가는 3만4300~4만3200원, 공모 규모는 5773억~7271억원이다. 시가총액은 1조6494억~2조773억원으로 예상된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