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여주 해슬리나인브릿지는 대표적인 명문 골프장으로 꼽히지만 회원 가입은 ‘하늘의 별 따기’다. 개장 10년 만에 연회비를 대폭 인상하기로 했으나 탈퇴한 회원이 단 한 명도 나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경DB
경기 여주 해슬리나인브릿지는 대표적인 명문 골프장으로 꼽히지만 회원 가입은 ‘하늘의 별 따기’다. 개장 10년 만에 연회비를 대폭 인상하기로 했으나 탈퇴한 회원이 단 한 명도 나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경DB
10억원을 웃도는 하이엔드(최고급) 골프장 회원권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코로나19 특수로 해외 골프 여행이 막힌 데다 국내 골프인구가 늘어나면서 예약이 쉽고 고급스러운 골프를 즐기려는 수요가 몰리면서다. 그나마도 수요에 비해 매물이 턱없이 부족해 거래가 성사되지 못하는 상황이다. 하이엔드 회원권은 차익 실현 기대에 수준 높은 골프 서비스까지 즐길 수 있어 부동산이나 주식을 대체하는 새로운 투자처로도 떠오르고 있다.

연회비 대폭 인상에도 탈회 ‘0’

'아파트 한채 값' 최고급 골프장 회원권…"없어서 못 삽니다"
최근 골프 애호가들 사이에서 CJ가 운영하는 경기 여주 해슬리나인브릿지가 화제였다. 이곳은 고급스러운 클럽 문화와 아름다운 코스 덕분에 ‘한국의 오거스타’로 꼽히는 대표적 하이엔드 골프장이다.

해슬리나인브릿지는 최근 기존 회원들에게 다음달 연회비 인상 계획을 알리면서 “연회비 인상이 부담스러워 탈회를 원할 경우 지난 10년간의 연회비를 돌려드리겠다”고 고지했다. 또한 명의 개서를 원할 경우 가입을 원하는 대기자들을 연결해주겠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회원 200여 명 가운데 단 한 명도 이탈하지 않았다. 골프회원권 시장에서는 “당연하다”는 반응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 당장 1억~3억원 정도 돌려받는다 하더라도 나인브릿지 정도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다른 회원권을 구하기도 어렵고 다시 가입할 수 있다는 보장도 없다”고 말했다.

재력에 ‘품격’도 심사한다

대표적인 국내 하이엔드 골프장은 나인브릿지를 비롯해 삼성물산이 운영하는 안양·가평·동래·안성 베네스트CC, 신세계의 트리니티CC, LG그룹의 곤지암CC 등이 꼽힌다. 10억원 이상의 ‘황제 회원권’으로 꼽히는 남부CC, 남촌CC 등도 있다. 골퍼라면 누구나 한 번은 경험하고 싶어 하지만 시중에서 회원권을 쉽게 구할 수 없다.

상당수의 하이엔드 골프장 회원권은 시중에 풀리지 않는다. 안양CC, 곤지암CC, 트리니티CC 등은 회원권의 외부 유통을 금지하고 있다. 그나마 일부가 유통되는 곳은 가평 베네스트CC지만 최근 몇 년 사이 매물이 없어 대기 수요와 문의만 쌓여 있다. 현재 회원권 시장에서 평가한 시세는 9억5000만원. 하지만 이현균 에이스회원권 본부장은 “호가만 있는 상태”라며 “실제로는 10억원을 훌쩍 넘어선 것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하이엔드 골프장 회원권은 아무리 돈이 많아도 일정 기준을 갖추지 않는다면 얻을 수 없다. 회원으로서 ‘격’을 갖추지 못했다고 판단되면 입회를 거부당한다. 회원권 소유 자체로 사회적 지위를 드러낼 수 있는 셈이다.

가평 베네스트CC는 일정 기간의 심사를 거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회원 가입을 위해서는 다른 골프회원권을 보유하고 있어야 하고, 사업체의 매출 규모 등도 중요한 기준이 된다. 코인, 주식 등으로 갑자기 돈을 번 ‘신흥부자’들은 반기지 않는다는 후문이다. 시범 라운드를 통해 골프 매너도 확인한다. 트리니티CC, 곤지암CC등은 기존 회원들의 동의도 받아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희소성·부가가치 오르자 유동성 몰려

투자처로서의 매력도 커지고 있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부킹 대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보다 편안하게 골프를 즐길 수 있으면서 시세 차익까지 따라오기 때문이다. 골프장이 인수합병(M&A) 시장에서 기업들의 주요 투자처로 자리잡은 상황에서 이제 개인투자자들도 골프 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셈이다.

코로나19 발생 전 6억원대에 거래됐던 경기 광주 남촌CC 회원권은 14억원, 경기 용인 남부CC는 19억원을 넘어섰다. 서울 마포·성동구의 블루칩 아파트와 맞먹는 가격이다. 그나마도 수요에 비해 매물이 턱없이 부족하다. 코로나19 국면에서 지난 2년간 대중제로 전환한 회원제 골프장은 67곳에 이른다. 회원제 골프장의 옥석이 가려지고 회원권 수가 22% 줄어들면서 상품으로서의 가치가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