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호 칼럼] 노란 메기, 초록 메기 다 죽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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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때리기' 한몸 된 정부·여당
빅테크 혁신·신사업 진출 막으면
한국판 구글·아마존은 꿈도 못꿔
이건호 편집국 부국장
빅테크 혁신·신사업 진출 막으면
한국판 구글·아마존은 꿈도 못꿔
이건호 편집국 부국장
![[이건호 칼럼] 노란 메기, 초록 메기 다 죽이면…](https://img.hankyung.com/photo/202109/07.26110264.1.jpg)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지난 7일 네이버파이낸셜 카카오페이 토스 등의 금융상품 비교·추천판매 금지 방침을 밝히면서 핀테크 본격 규제의 서막을 알렸다. 공교롭게도 여당 의원들은 이날 ‘공룡 카카오의 문어발 확장-플랫폼 대기업의 불공정거래 근절 및 골목상권 생태계 보호 대책 토론회’를 열었다.
카카오가 막강한 플랫폼을 기반으로 택시호출·대리운전(카카오T), 간편결제(카카오페이), 스크린골프(카카오VX), 어린이 영어교육(카카오키즈), 미용실 예약(헤어샵) 등 생활과 밀접한 서비스를 내놓다 보니 영향력이 더 커 보이는 측면도 있다. 이런 와중에 코로나19 팬데믹이 사람들의 일상을 플랫폼 안으로 더욱 깊숙이 몰아넣으면서 관련 업체들의 위력은 증폭됐다. 초연결시대를 맞아 모바일 서비스가 세분화·전문화하면서 플랫폼 업체들의 조직과 계열사는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독점·가격인상에 따른 비판은 있지만, 카카오 네이버가 ‘승자독식 시대’의 주인공이 됐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는 대목이다.
핀테크기업들이 불러온 혁신과 경쟁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간편 송금과 결제 등 인터넷은행들의 새 서비스에 시장과 소비자는 열광했다. 카카오뱅크가 상장하자마자 KB금융의 시가총액을 훌쩍 뛰어넘어 대장주 자리에 앉은 이유다. 다음달 출범을 앞둔 3호 인터넷은행 토스뱅크가 연 2%의 이자를 주는 수시입출금식 통장을 내놓기로 하는 등 핀테크의 혁신 서비스는 이어지고 있다.
노란 메기(카카오), 초록 메기(네이버), 파란 메기(토스) 다 죽이면 혁신은 누가 하겠나. 기득권층의 반발로 좌절된 타다와 원격의료 등의 사례를 되풀이해선 안 된다. 여당의원들은 10월 국정감사를 벼르고 있고, 국회에는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 ‘온라인 플랫폼 이용자 보호법’ ‘전자상거래법 개정안’ 등 플랫폼기업 규제 법안이 10여 건 발의돼 있다. 빅테크·플랫폼 기업들의 혁신 동력과 의지가 꺾이지 않을지 걱정된다.
사업 영역 확장과 몸집 키우기를 문제 삼는다면 한국에서 구글 아마존 같은 글로벌 빅테크의 출현은 기대하지 말아야 한다. 구글과 아마존은 손대지 않는 분야가 없다. 빅테크·플랫폼기업에 인수합병(M&A)을 통한 확장전략은 생존과 직결된 문제다. 위축되면 스타트업 생태계까지 악영향을 끼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