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통공사 노동조합이 14일 예고한 파업 계획을 철회했다. 서울 지하철 1~8호선이 ‘파업 혼선’ 없이 정상 운행하게 됐다. 노사간 잠정 합의로 당장 지하철 운행 차질을 피하긴 했지만, 서울교통공사의 재정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선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은 상황이다.

서울교통공사 노사는 13일 밤 11시40분께 잠정합의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파업을 예고한 14일 자정을 불과 10여분 앞두고 가까스로 타결이 된 것이다. 이날 오후 3시 최종교섭을 시작한 뒤 8시간30여 분 만이다.

노조 관계자는 “사측이 이번 파업 핵심 쟁점인 구조조정과 관련해 ‘재정 위기를 이유로 강제 구조조정이 없도록 하겠다’고 했다”며 “노사공동협의회를 구성해 재정 여건 개선 등을 위한 경영 정상화를 진행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양측은 당초 구조조정 철회, 무임수송 손실 보전 요구 등과 관련해 입장 차이가 컸다. 교섭 정회와 속개를 이어가다 ‘재정위기 극복을 위해 노사가 공동으로 노력하기로 하자’고 뜻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양측이 합의한 ‘노력의 범위’가 구체적이지 않고 실현 가능성이 낮아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노조의 핵심 요구인 구조조정 철회, 무임수송 손실 국비 보전 등은 노사 교섭으로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기 때문이다. 결정 권한을 가진 기획재정부와 서울시 등은 이번 교섭에 참여하지 않았다. 노사가 뜻을 모은다고 해결된다는 보장이 없다. 기재부에선 아직 ‘무임수송 손실 보전 사례를 남길 수 없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서울교통공사의 손실 규모는 해마다 늘고 있다. 지난해 1조1000억원의 영업손실을 낸 데 이어, 올해 손실 예상 규모도 1조6000억원에 달한다. 서울교통공사는 지난 6월 직원 1539명(전체 직원의 9.2%)을 감축하는 방안을 서울시에 제출한 상태다. 노조 측은 “주요 손실 원인이 무임수송 증가와 코로나19 등인 것을 감안해 정부와 서울시가 재정을 투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