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델타 변이는 넘었지만…'걱정의 벽' 더 남았다
미국의 델타 변이 확산세는 꺾어졌습니다. 미국질병통제센터(CDC) 집계 기준 신규감염자 수(7일 이동평균)는 8월 말 15만7000명에서 9월 10일 13만5000명으로 열흘 새 14% 감소했습니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델타 변이는 넘었지만…'걱정의 벽' 더 남았다
이는 13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서 에너지와 금융주 등 경기순환주가 장을 이끄는 계기가 됐습니다.

JP모간의 유명한 퀀트 애널리스트인 마르코 콜라노비치는 보고서에서 "델타 변이 확산세는 미국과 세계에서 물러가고 있는 것 같다. 팬데믹으로부터의 경기 회복은 다시 시작될 것이다. 우리는 리플레이션(경기 회복과 물가 상승을 예측해 경기민감주를 사는 것)/리오프닝(경제 재개 관련주를 사는 것) 트레이드가 재개되면서 관련주가 시장 수익률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한다. 우리는 경기민감주, 그리고 금리가 지난달 바닥을 쳤다고 믿는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경기민감주와 가치주 등 주식 및 원자재에 대한 시장 수익률 상회 의견, 그리고 채권에 대한 시장 수익률 하회 의견을 유지한다고 덧붙였습니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델타 변이는 넘었지만…'걱정의 벽' 더 남았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지난 4주간 감소세를 보이던 미국의 항공권 예약이 안정화될 조짐을 보인다. 다음 3주간은 역사적으로 예약이 몰리는 주간인 만큼 주목할 필요가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이날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월간 보고서를 발행하고 내년 세계 원유 수요가 올해보다 하루 420만 배럴 더 늘어 1억80만 배럴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8월 전망치에서 90만 배럴 상향한 겁니다. 이는 2019년 세계 수요 1억30만 배럴을 넘어서는 것으로 세계 경제가 정상화된다는 것을 뜻합니다.

국제유가가 올겨울 배럴당 100달러까지 갈 것이란 주장도 나왔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날씨가 국제 에너지 시장의 가장 중요한 동인이 되고 있다"라며 이같이 주장했습니다. BofA의 기본 시나리오는 내년 중반에 국제유가가 100달러에 달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올겨울에 한파가 오면 6개월 빨리 100달러에 달할 것이란 분석입니다.

골드만삭스도 오는 4분기에 유가가 배럴당 80달러까지 반등할 것으로 관측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OPEC+ 산유국의 증산량이 기대에 못 미치고, 허리케인 아이다로 인한 미국의 원유 시설 가동 중단으로 공급량이 부족하다고 분석했습니다. 특히 이란핵협정 협상이 결렬되면 유가를 급등시킬 수 있는 변수라고 지적했습니다.

사실 지난 몇 달 조용했던 유가와 천연가스, 석탄, 알루미늄 등 원자재 급등세가 심상치 않습니다. 서부텍사스원유(WTI)와 브렌트유는 이날 각각 배럴당 70달러, 73달러로 마감됐습니다. 지난 8월 저점보다 10%가량 오른 겁니다. 올해 들어선 40% 이상 올랐습니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델타 변이는 넘었지만…'걱정의 벽' 더 남았다
최근 유럽에선 천연가스 재고 부족으로 이달 들어서만 가격이 20%가량 급등했습니다. 또 중국에선 석탄 가격이 연초 t당 200달러 수준에서 9월 현재 t당 430달러를 넘어섰습니다. 알루미늄 가격은 이날 한때 2008년 이후 13년 만에 처음으로 톤당 3000달러를 돌파했습니다. 최대 생산국인 중국에서의 생산 및 물류가 막히면서 공급 부족에 대한 우려가 커진 탓입니다. 지난 3주 동안 15% 올랐고, 올해 50%가량 뛰었습니다. 구리 가격도 연내 다시 1만 달러대에 재진입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농산물 가격도 상승하면서 전반적 원자재 물가를 나타내는 블룸버그 상품 현물 지수는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집값과 임금도 오르고 있습니다. 오르지 않는 걸 찾기 힘들 정도입니다. 이는 이날 발표된 뉴욕연방은행의 8월 소비자 기대 설문에 그대로 나타났습니다.


조사에서 소비자의 단기(1년 후) 인플레이션 기대치 중간값은 5.2%, 중기(3년) 기대치는 4%에 달하는 것으로 나왔습니다. 이는 2013년 조사 시작 이래 최고치입니다. 지난 7월 각각 4.9%, 3.7%에서 추가 상승한 겁니다. 둘 다 Fed의 물가목표 2%를 훨씬 넘습니다. 즉 소비자들은 3년 뒤에도 Fed보다 두 배 높은 인플레이션을 예상하는 겁니다. 제롬 파월 의장의 인플레가 '일시적'이란 말을 믿지 않고 있는 것이죠.

소비자들은 음식료 가격이 1년간 7.9% 오를 것으로 예상했고, 주택 임대료는 10%, 의료보험은 9.7% 오를 것으로 봤습니다. 또 임금상승률은 3%, 1년 뒤 주택 가격은 5.9%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델타 변이는 넘었지만…'걱정의 벽' 더 남았다
그렇지 않아도 14일 아침에는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공개됩니다. 월가는 CPI가 전월에 비해선 0.4%, 전년 대비로는 5.3% 증가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지난 7월에는 각각 0.5%, 5.4% 증가했었습니다.

내일 CPI 수치는 매우 중요합니다. 미 중앙은행(Fed)의 테이퍼링 시기와 속도 및 기준금리 인상 경로, 그리고 미국 경제의 근간인 소비 지출에도 영향을 줍니다. 물가가 지나치게 오르면 소비가 줄어들 수밖에 없지요. 지난 8월 미시간대 소비자태도지수가 확 꺾어진 게 이를 대변합니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델타 변이는 넘었지만…'걱정의 벽' 더 남았다
월가 관계자는 "아무래도 지난달에는 델타 변이 확산세로 인해 경제 활동이 주춤했던 만큼 물가 상승세도 완화됐을 것으로 보인다"라면서도 "공급망 혼란 지속으로 중고차 가격이 다시 상승하는 등 불안감도 남아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달에는 주춤해도 다시 9월부터 오를 수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3M의 모니시 패토왈라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이날 모건스탠리 주최 콘퍼런스에서 "모두 반도체 부족을 겪고 있다. 자동차, 전자뿐 아니라 많은 산업 분야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델타 변이 발생은 이미 스트레스를 받은 공급망에 더 많은 스트레스를 가해 세계에 걸쳐 높은 인플레이션과 부품 소재 가용성에 문제를 만들고 있다. 우리는 반도체 부족으로 많은 공장이 제조를 중단하는 걸 보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자동차 반도체 문제가 이전에는 올해 생산량을 3% 줄일 것으로 봤는데, 지금은 6% 감소가 예상된다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이 문제는 2022년에도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인력, 원자재, 물류 등 모든 영역에서 인플레이션을 보고 있고 이는 전례가 없다고 생각한다. 인플레이션은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높다. 미래는 인플레가 언제 완화되기 시작하는지에 달려있으며, 어딘가에서 수요와 공급이 맞아들어갈 때까지 원자재, 물류에서 계속 인플레를 볼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지적했습니다. 3M은 자동차 의료 전자 화학 정유 건설 등 산업 전 영역에 걸쳐 2만여 개 제품을 만드는 기업입니다. 그만큼 더 고통을 겪을 수 있고, 더 정확히 지금 상황을 표현할 수 있을 겁니다.

모하메드 엘 에리언 알리안츠 수석 고문은 CNBC에 출연해 지난주부터 주가가 5일 연속 하락한 데 대해 "지난 며칠 동안 저가매수(buy the dip)를 보지 못했다. 이는 높은 인플레 때문에 Fed가 질서 있게 정상화할 수 있는 능력을 의심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인플레이션에 대해 "지금의 문제는 수요가 아니다. 지금은 공급망 문제가 크며 이는 적어도 1~2년간 지속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그래서 시장에는 불안감이 상당합니다. 월가 관계자는 "요즘 월가 금융사에서 나오는 리포트는 7대 3 수준으로 부정적인 게 많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날도 스티펠은 "우리는 여전히 S&P500 지수가 4분기에 10~15% 조정을 받을 것으로 본다"라고 밝혔고, RBC는 "최근 4500으로 S&P500 지수의 연말 목표치를 올렸지만, 여전히 연말 상승하기 전에 5~10% 수준의 의미 있는 후퇴를 경험할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이날 도이치뱅크가 공개한 9월 투자자 월간 설문을 보면 참가자 550명 가운데 58%가 올해 미국 증시가 5~10%가량 조정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10%가량은 조정폭이 10% 이상일 것으로 봤고, 31%는 조정이 없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델타 변이는 넘었지만…'걱정의 벽' 더 남았다
지난 금요일 주요 지수는 반등 움직임을 보였지만 실패했고, 이날도 시간이 흐르면서 상승 폭이 줄었습니다. 하지만 장 막판 매수세가 들어와 다우와 나스닥은 각각 0.76%, 0.23% 올리 5일 연속 내림세를 끊어냈습니다. 다만 나스닥은 0.07% 떨어진 약보합세로 마감됐습니다.

경제와 시장이 혼란스러운데, 워싱턴DC의 정치인들은 여기에 기름을 끼얹고 있습니다.

민주당이 주도하는 하원은 인프라 법안과 관련해 증세안을 발표했습니다. 법인세를 기존 21%에서 26.5%로 인상하고, 개인 소득세율 최고한도를 기존 37%에서 39.6%로 상향하는 내용이 핵심입니다. 이는 월가가 예상하던 법인세율 25%보다 조금 높습니다만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닙니다.

골드만삭스는 법인세가 제안된 세율만큼 오르면 S&P500 기업들의 내년 수익이 5% 감소할 것으로 추정합니다. 데이비드 코스틴 수석 전략가는 "시장은 2022년 인상된 세율을 부분적으로만 책정한 것으로 보인다"라면서 "경제 성장이 아니라 세금이 주식의 핵심 위험"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세법 개정이 내년 기업 이익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불확실한 경제 및 세금 환경에서 안정적 수익과 강력한 대차대조표를 가진 주식이 계속해서 시장 수익률을 웃돌 것"이라고 썼습니다.

월가에서는 증세뿐 아니라 부채 한도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습니다. 2년간 적용이 유예됐던 연방정부의 부채 한도는 지난 8월 1일 자로 되살아났습니다. 살아난 한도가 22조 달러인데, 현재 부채는 28조 4000억 달러에 달합니다. 이에 따라 신규 국채 발행은 불가능해졌습니다. 재닛 옐런 재무장관이 경고했듯이 '특별조치'를 통해 융통하고 있는 돈이 다 떨어지는 시점은 10월 중 어느 시점입니다. 그때까지 의회가 부채 한도를 높이거나 적용을 유예해주지 않으면 연방정부 폐쇄, 국채 부도, 미국 국가신용등급 하향 등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그런 일이 생기지 않으리라고 보지만, 워낙 양당 간 갈등이 첨예한 만큼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라고 말했습니다. 게다가 의회는 지금 인프라 법안 통과에 집중하고 있어 부채 한도 협상은 뒤로 밀려있습니다.

이날 UBS는 “2013년 의회가 부채 한도 상한선 인상을 위한 투표를 연기하고 연방정부 부분 폐쇄가 발생하자 시장에선 미 국채 단기물 매도가 발생했다. 만기가 짧은 단기 국채(T-bill) 매물이 쏟아지자 수익률은 순식간에 50bp(1bp=0.01%포인트) 급등했다. 일부 금융사는 거래할 때 미 국채를 담보로 받기를 거부했다. 단기 상업어음 수익률은 치솟고 S&P500 지수도 4% 하락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UBS는 "우리는 의회가 행동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장기간 지연된다면 단기 시장 변동성은 불가피하다. 다만 하락 폭은 5% 이하로 예상한다"라고 밝혔습니다. 2013년에도 사태가 해결되자 시장이 곧 회복됐다는 겁니다.

골드만삭스의 전망은 좀 더 암울합니다. 골드만은 현 상황이 "지난 10년 동안 가장 위험한 부채 한도 데드라인"처럼 보이기 시작했다고 밝혔습니다. 즉 재무부 자금이 소진되기 전인 10월 중순까지는 의회가 부채 한도를 인상하는 게 쉽지 않아 보인다는 것이죠.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델타 변이는 넘었지만…'걱정의 벽' 더 남았다
민주당이 단순다수결(상원 51표)만 필요한 예산조정절차를 통해 부채 한도 상향을 추진한다면 공화당의 지원은 필요하지 않지만, 시간이 걸립니다. 기존 3조5000억 달러 규모의 인프라 법안을 담은 예산조정안 외에 또 다른 새로운 예산조정안을 통과시켜야 하는데 시간이 필요할 뿐 아니라 절차적으로 가능한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있다는 겁니다.

차기 예산안에 부채 한도 유예를 첨부할 가능성이 더 크지만, 이는 10월까지 성공하지 못할 수 있어 정부 폐쇄로 이어질 수 있다고 봤습니다. 그 외 가능성 있는 시나리오는 민주당 지도부가 부채 한도 유예와 임시 지출 법안을 결합해 우선 12월 중순까지 한도 유예 기간을 연장하는 것입니다.

현재 뉴욕 증시는 이런 ‘걱정의 벽’을 넘고 있습니다. 걱정을 벽을 잘 넘어서서 연말에 추가 상승이 가능할까요? 우선 14일 물가부터 주목해야겠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