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현직 경찰관 남편으로부터 가정폭력을 당했다는 여성의 청원이 올라왔다. 어린 자녀를 둔 청원인은 "제가 남편을 신고하더라도 결국 남편이 재직 중인 경찰에서 조사를 받게 된다고 하더라"라고 호소했다.

13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현직 경찰관의 가정폭력을 제대로 수사받을 수 있게 해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다.

청원인 A 씨는 "저는 가정폭력의 피해자다. 가해자인 제 남편은 현직 경찰관이자 몇 개월 전까지 여성청소년 수사팀의 수사관이었다"며 "남편의 폭력과 여자 문제로 삶을 포기하고 싶을 만큼 절박하고 절망적인 상황에서 마지막으로 도움을 요청드린다. 시민을 지켜줘야 할 경찰관이 가정폭력의 주범이다"라고 운을 뗐다.

A 씨는 "2017년 11월 부부싸움을 하던 중 처음 (남편의) 욕설이 시작됐다. 그때는 남편이 다혈질이고 너무 화가 나서 그랬구나 싶어서 그게 가정폭력의 시초라는 생각도 하지 못했는데, 이후 부부싸움에서 심한 욕설과 폭언이 계속됐다"며 "이듬해 육아로 인한 다툼 중에 아이를 안고 있는 제게 욕설과 폭언을 하면서 의자를 집어 던졌고, 아이를 안고 있는 제 목을 조르고 이혼을 통보하고 집을 나갔다. 당시에는 아이가 몸이 안 좋은 상황이라 신고할 생각도 못 했다"고 밝혔다.

이어 "아이가 건강해지면 남편도 좋아지리라 생각했지만 2019년 아이가 보는 앞에서 남편이 구타를 시작했다. 아이는 절규하듯 울어대고 저는 고작 할 수 있는 일이라곤 할퀴거나 머리카락을 잡는 게 다였다"며 "남편이 구타하면서 '112에 신고해라. 신고해도 쌍방으로 처리되기 때문에 나는 처벌 안 받는다. 나는 사회적 평판이 좋고 여청과 직원들 다 내 동료다. 누가 네 말을 믿어줄 것 같냐'라는 말을 해 저는 절망할 수밖에 없었다"고 덧붙였다.

또 "시댁에 도움을 청했지만 '네가 대들어서 맞은 거다. 남자는 여자가 그러면 주먹이 나오게 돼 있다'라고 하면서 '내 아들 성격 모르냐. 죽어 지내라. 순종하라'고 말했다. 어떤 도움도 받을 수 없었다"며 "올해 2월 여자 문제로 다투다가 남편이 일방적으로 이혼을 통보한 뒤 생활비를 끊고 통장을 모조리 가져갔다"고 했다.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캡처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캡처
A 씨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시댁에 말을 했고, 남편인 시댁 앞에서 다시는 욕하거나 때리지 않고 여자도 정리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이는 지켜지지 않았다"며 "이렇게 당하고만 살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이웃 지역 경찰서에 상담을 받아보니 공무원 가정 사건은 사건 발생지, 주소지 관할 경찰서 즉, 남편이 재직 중인 경찰서 여성청소년과에 배정된다는 청천벽력 같은 답변을 들었다. 이웃 경찰에 신고해도 지방 경찰청에 신청해도, 결국에는 남편 재직 중인 경찰서로 이관이 된다고 한다"고 했다.

또 "남편은 여성청소년 수사팀에 장기간 근무해 법의 허점도 잘 안다"며 "현재 여성청소년 수사팀 근무자들도 친한 선후배, 동료인데 누가 제 편에서 공정한 수사를 해주겠냐"고 의구심을 표했다.

그러면서 "이런 상황을 남편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폭력을 행사하면서도 '112에 신고해라' 자신 있게 말한 것이었고, 본인의 사회적 지위와 평판을 이용해 신고해도 소용없다는 식의 가스라이팅을 했다. 더는 견디기 힘들어 용기를 내본다"고 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