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사원 뽑았다가 곧바로 취소…채용 취소인가? 아니면 해고인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청년의 고용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사회로 진입하는 청년들은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실업과 취업 사이의 경계에서 불안정한 삶에 내몰리고 있다. 기업들은 점점 신규 채용을 줄이고 경력직을 선호하는 추세다. 사회 진입을 바라고 있는 청년 구직자들은 일시적으로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취업을 포기하거나 하향 취업을 하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업이 채용할 것을 내정한 구직자와의 근로관계를 일방적으로 파기하는 ‘과도기적 근로관계의 일방적 파기’를 가리키는 말로 ‘채용취소’라는 단어가 사용되기도 한다.

채용취소는 보통 ‘채용비리 사건’에서 문제가 된 채용비리를 이유로 근로자와의 근로관계를 일방적으로 종료하는 행위를 일컫는 용어로 사용된다. 즉, 근로계약의 체결 과정에서의 근로자 측의 기망 또는 강박이 있었거나 또는 기업의 중대한 착오가 있음을 이유로 근로계약을 취소하는 경우에 ‘채용의 취소’라는 표현은 법적으로 정확하며 탓할 바가 전혀 없다.

따라서 전후 맥락을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채용취소’라는 말을 들으면 채용비리를 연상하기 쉽다. 하지만 ‘과도기적 근로관계의 일방적 파기’는 엄격하게는 채용의 취소라기보다는 해고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

일반적인 언어 관행은 계약의 취소와 해지, 의사표시의 철회라는 말을 엄격하게 구별해 사용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법률의 영역에서는 이러한 용어들을 명확하게 구분하여 사용한다. 먼저 취소(取消)는 미성년자의 법률행위나 법률행위에 중대한 착오가 있거나, 법률행위에 사기 또는 강박이 매개된 경우, 취소권자의 일방적 의사표시로 하자가 있는 법률행위의 효력을 사후적·소급적으로 무효화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즉, 계약의 성립 자체에 흠결이 있는 경우 이러한 흠결을 이유로 계약의 성립 자체를 소급적으로 무효화하는 것이다. 다만, 법원은 근로계약은 취소가 되더라도 예외적으로 소급효가 제한된다는 입장이다.

반면, 해지는 일단 유효하게 성립된 계약에 대하여 계약당사자 일방이 일방적으로 장래를 향하여 그 계약을 종료시키는 행위이다. 해지(解止)라는 말 그대로 계약이라는 구속을 풀어서(解) 끝내는 것(止)이다.

해고(解雇)는 어원적으로 고용계약의 해지에서 나온 것이다. 마지막으로 철회(撤回)는 의사표시를 한 사람이 그러한 의사표시가 상대방에게 도달하기 전에 일방적으로 이를 무효로 만드는 행위로, 민법에 따르면 그 의사표시가 상대방에게 도달하기 전에만 철회가 허용된다.

취소, 해지, 철회의 개념을 이렇게 장황하게 설명하는 이유는 이들은 그 요건이 서로 상이하기 때문에 기업의 입장에서 안이하게 채용을 취소했다가 나중에 부당해고로 판명돼 원직복직 및 소급임금 지급의 부담을 지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흔한 표현으로 ‘법률의 부지’는 용서받기 쉽지 않다.

근로계약이 성립하기 이전 단계에서의 ‘채용취소’는 법적으로는 해당 응모자를 채용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통지한 것에 불과하다. 이러한 단계에서는 응모자와 구인기업 간에 어떠한 개별적인 법률관계가 형성되지 않은 상태이다. 따라서 구인기업은 응모자에게 어떠한 계약상 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 다만 계약성립의 실패가 당사자의 일방에게 그 책임이 있는 경우 ‘계약체결상의 과실책임’의 성립이 문제 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일단 근로계약이 성립한 이후에는 ‘채용취소’라고 흔히 불리는 사안은 법적으로는 근로계약의 취소이거나 해고에 해당한다. 근로계약의 취소는 위에서 본 것처럼 근로계약의 성립과정에서 근로자가 사기 또는 강박을 하였거나 채용기업에 중대한 착오가 있었던 아주 예외적인 경우에만 허용된다. 만일, ‘채용취소’가 해고에 해당한다면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에 따라 정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만 채용취소가 가능하다.

‘과도기적 근로관계의 일방적 파기’를 고려하는 기업의 입장에서 무엇보다 자기가 하려는 행위의 법적 성격을 올바르게 인식하는 것이 무엇보다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권오성 성신여대 법대 교수·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