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유력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가 성남시장 시절 추진했던 ‘성남 대장동 개발사업’(성남판교대장 도시개발사업)을 둘러싼 특혜 의혹이 불거져 논란을 빚고 있다. 해당 사업은 ‘남판교’로 불리는 대장동 일대 91만여㎡(약 27만8000평) 부지에 5903가구를 조성하는 1조5000억원 규모 공영개발 사업이다. 그러나 지난 3년간 민간 시행사(화천대유)와 그 특수관계인 6명에게 전체 개발이익(5903억원)의 68.4%가 집중 배당된 사실이 드러나면서 정치공방으로 비화하는 양상이다.

이 지사는 어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단군 이래 최대 공익환수 사업을 둘러싼 억측과 왜곡보도, 네거티브를 넘어선 마타도어가 난무하고 있다”며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또 의혹을 보도한 언론사에 “선거에 영향을 주려는 가짜뉴스를 중단하고 선거에서 손 떼라”고도 했다. 그러나 현직 언론인(올 8월 퇴사)이 설립한 신생회사에 대규모 개발사업을 맡기고 이 업체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사업구조를 짠 배경, 화천대유 설립자와 특수관계인들이 민간회사(SK증권)에 특정금전신탁 형식으로 공동 투자해 더 많은 배당을 챙길 수 있었던 배경 등은 명확히 설명하지 않았다. 특히 해당 언론인이 대장동사업 개시 7개월 전 이 지사를 인터뷰했고, 시행업체 공모 1주일 전 회사를 설립해 선정되는 등 이 지사와의 특수관계가 의심된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여기 있는 기자분들은 앞으로 저와 관련된 사업 하면 안 된다. 기사에 난다”는 식으로 얼버무렸다.

야권에서는 벌써부터 “화천대유가 누구 것이냐” “공수처가 나서 실제 소유주가 누구이고 개발 이익은 어디로 갔는지 밝혀야 한다”는 등 거센 공세가 이어지고 있다. 심지어 여권에서도 “이 지사가 성실하게 해명해야 한다” 등 동조 움직임이 나오고 있다. 흡사 2007년 17대 대선을 앞두고 당시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를 둘러싼 ‘BBK·다스 실(實)소유주 논란’이 정치권을 거세게 강타했던 상황과 비슷한 양상이다.

대선을 5개월여 앞두고 정치판에 의혹들이 난무하면서 “정책 대결은 어디 갔나” “정치가 산으로 간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그러나 이 역시 리더의 자질과 능력을 검증하는 과정으로 봐야 할 것이다. 대선 주자가 나와 의혹을 제기한 언론과 정치원로를 상대로 “중대 범죄행위”란 식으로 겁박할 일이 아니다. 차분히 전후 사정을 낱낱이 밝히고 필요하면 수사도 받아야 할 것이다. 여야 대선주자 누구도 예외일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