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총 "광주형 일자리 모델 실패한다" 집요한 방해에도
GGM, 2019년 출범…15일 1호차 내놓고 본격 양산 돌입

2018년 10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내놓은 논평이다. 기존 자동차회사 근로자 임금의 40%만 지급하는 대신 새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광주형 일자리 사업’에 대한 비난이었다. 민주노총은 이후에도 수차례 이 사업을 접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23년 만에 탄생한 완성차 공장
GGM의 탄생은 ‘난항의 연속’이었다. 2014년 처음 아이디어가 나온 뒤 한동안 진행되지 않다가 2018년 현대차가 지분투자 의향서를 광주광역시에 제출하면서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현대차 노조와 상급단체인 민주노총은 이 사업을 집요하게 방해했다. 현대차가 참여를 철회하지 않으면 총파업을 강행하겠다고 협박하기도 했다.이 와중에 이 사업을 논의하는 한 축이었던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여러 차례 무리한 요구를 하거나 논의에서 빠지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사업 논의에 참여했던 한 인사는 “현대차 노조는 연봉 3500만원 수준의 자동차 회사가 만들어지면, 자신들의 고임금이 정당화될 수 없지 않을까 걱정했다”며 “한국노총은 민주노총 등의 눈치를 보면서 미온적으로 대응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여러 차례 결렬 위기를 넘어선 뒤 2019년 1월 투자협약식이 열렸고, 같은 해 9월 법인이 설립됐다. 지난 4월 공장이 완공됐고, 시험생산이 시작됐다. 1998년 삼성자동차(현 르노삼성자동차) 부산공장 이후 23년 만의 국내 자동차 생산공장이다. 올해 1만6000대, 내년 7만 대를 생산하는 게 1차 목표다. 이후 연 10만 대 규모의 공장을 증설해 20만 대 체제를 구축할 계획이다. 채용 인력을 현재(580명)의 두 배 수준인 1000명으로 늘릴 예정이다.
경차인데 지능형 안전기술 장착
캐스퍼는 현대차가 생산하는 첫 경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다. 가격은 스마트 트림(세부모델) 기준 1385만원부터 시작한다. 다른 차량에 비해 가격은 저렴하지만 다양한 편의사양 및 안전사양을 갖췄다. 세계 최초로 운전석 시트를 완전히 접는 ‘풀 폴딩 시트’를 적용한 게 대표적이다. 2열 시트를 최대 160㎜ 앞뒤로 옮길 수도 있다. 뒷좌석을 앞으로 밀면 301L 크기의 적재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가솔린 1.0 엔진을 적용했고, 최대 76마력의 힘을 낼 수 있다. 연비는 L당 14.3㎞다. 가솔린 1.0 터보 모델을 선택하면 100마력의 힘을 낼 수 있다. 캐스퍼 모든 트림에는 지능형 안전기술인 전방 충돌방지 보조와 차로 이탈방지 보조, 차로 유지 보조 등이 적용됐다. 국내 경차 중 최초다.
업계에서는 GGM이 불필요한 인건비를 줄이는 데 성공했기 때문에 합리적인 가격과 뛰어난 성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 관계자는 “한국에서 경차가 워낙 인기가 없었기 때문에 캐스퍼를 두고도 우려가 많았다”며 “GGM은 합리적인 인건비라는 강점을 기반으로 이런 우려를 정면돌파했고, 소비자의 많은 관심을 얻는 데 성공했다”고 평가했다.
GGM 실험 성공할까
자동차업계에서는 캐스퍼가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하면 한국 자동차산업의 판이 뒤집힐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현대차와 기아 등 기존 자동차업체 대비 40% 수준인 임금(연봉 3500만원)을 준다는 시도 자체가 고임금에 신음하는 한국 자동차업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이유다. 노조를 만들지 않고, 차량 누적 생산량이 35만 대에 도달할 때까지 임금 및 직원 복지 제도에 크게 손대지 않겠다는 노사 합의도 마찬가지다.캐스퍼 판매 방식도 첫 실험이다. 국내 완성차업체 중 온라인으로 차량을 판매한 적은 없다. 많은 소비자가 온라인으로 차량을 구매하기를 원하고, 불필요한 비용을 줄일 수 있지만 노조라는 걸림돌이 있었다. 판매노조가 자신들의 일거리가 줄어든다는 이유로 결사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앞으로는 온라인으로 자동차를 구매하는 게 일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며 “캐스퍼가 성공하면 다른 자동차업체들도 온라인 판매를 시작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도병욱/광주=임동률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