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갱신 반복해 온 기간제 강사 계약 해지는 부당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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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어학원 기간제 강사, 계약 갱신 거절 당하자 "부당해고" 주장
어학원 측 "강사들이 스스로 원해서 단시간 근로자 된 것" 주장했지만
재판부 "단시간 근로자라고 보호 필요성 낮은 것 아냐" 강조
어학원 측 "강사들이 스스로 원해서 단시간 근로자 된 것" 주장했지만
재판부 "단시간 근로자라고 보호 필요성 낮은 것 아냐" 강조
기간제 강사가 어학원과 수차례 걸쳐 근로계약을 반복 갱신하며 일해 왔는데도 합리적 이유 없이 계약해지가 됐다면 부당해고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강사들에게 근로계약이 갱신될 것이라는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된다고 본 것이다. 1주일에 근로시간이 15시간 미만인 '초단시간 근로자'에게도 이 '갱신기대권'을 인정했다. 초단시간 근로자라고 보호를 완화해서는 안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서울행정법원 제11부는 지난 10일 외국인 학생을 상대로 한국어 강좌를 운영하는 서울소재 대학교가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을 상대로 제기한 부당해고구제재심판정 취소 소송에서 이 같이 판단하고 근로자 측의 손을 들어줬다.
한국어 강사 A와 B는 어학원에 단기 근로 강사로 입사해 근로 기간을 1학기(2개월) 단위로 정해 근로계약을 체결해 왔다. 이들은 1주일 근로시간이 15시간에 못미치는 초단시간 근로자다.
A와 B는 각각 최초 채용 후 12개 학기와 29학기에 걸쳐 계약을 갱신해 왔지만 2019년 말 경 어학원으로부터 근로계약기간 만료, 즉 계약 갱신 거절을 통보 받았다. 이에 이들은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냈다. 중앙노동위원회가 근로자들의 손을 들어주자, 어학원 측이 중노위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재판 과정에서 근로자들에게 '갱신기대권'이 인정되는지가 주요 쟁점이 됐다. 갱신기대권이란 기간제나 계약직 근로자라고 해도 근로계약이 갱신될 수 있다는 '신뢰관계'가 형성된 경우 주어지는 권리다. 갱신기대권이 있는 근로자의 경우, 사용주가 정당한 이유 없이 갱신을 거부하면 부당해고가 된다.
어학원 측은 "단기근로강사는 매학기 학생 수에 따라 조정되고, 매학기 재계약 탈락자가 발생한다"며 "근로자들 스스로도 자유로운 근무를 위해 전임이 아닌 단기 근로 강사를 선호해 왔다"고 주장해 근로자들이 갱신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또 갱신기대권이 인정된다고 해도 △어학원 학생 수의 급격한 감소 △A와 B의 계약 해지 직전 3~6개월 강의 평가가 최하점이었던 점 등을 근거로 들어 "갱신 거절에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어학원 측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강사들의 갱신기대권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채용 공고에도 재임용 가능이 명시돼 있고, 근로계약서 작성 당시 어학원도 사실상 계약 갱신을 전제로 안내했다"며 "실제로 부득이한 사정이 없으면 계약을 갱신해 왔다"고 꼬집었다.
갱신 거절 사유도 정당하지 못하다고 봤다. A와 B의 성적에 대해 재판부는 "경영상 인원감축의 필요에 맞춰서 강의평가 점수가 상대적으로 낮은 강사를 재계약 거절 대상으로 선정한 것"이라며 합리적이지 못하다고 봤다. 또 "계약기간이 만료되는 2개월마다 사용자 측 경영사정에 따라 갱신을 거절당할 수 있게 된다면 굉장히 불안정하고 취약한 법적 지위에 놓이게 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법원은 근로자들이 스스로 단시간 근로를 선택한 것이라는 사용자의 주장에 대해 재판부는 "단시간 근로자라는 이유만으로 갱신기대권을 인정해 줄 필요성이 낮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판단해 근로자 측의 손을 들어줬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서울행정법원 제11부는 지난 10일 외국인 학생을 상대로 한국어 강좌를 운영하는 서울소재 대학교가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을 상대로 제기한 부당해고구제재심판정 취소 소송에서 이 같이 판단하고 근로자 측의 손을 들어줬다.
한국어 강사 A와 B는 어학원에 단기 근로 강사로 입사해 근로 기간을 1학기(2개월) 단위로 정해 근로계약을 체결해 왔다. 이들은 1주일 근로시간이 15시간에 못미치는 초단시간 근로자다.
A와 B는 각각 최초 채용 후 12개 학기와 29학기에 걸쳐 계약을 갱신해 왔지만 2019년 말 경 어학원으로부터 근로계약기간 만료, 즉 계약 갱신 거절을 통보 받았다. 이에 이들은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냈다. 중앙노동위원회가 근로자들의 손을 들어주자, 어학원 측이 중노위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재판 과정에서 근로자들에게 '갱신기대권'이 인정되는지가 주요 쟁점이 됐다. 갱신기대권이란 기간제나 계약직 근로자라고 해도 근로계약이 갱신될 수 있다는 '신뢰관계'가 형성된 경우 주어지는 권리다. 갱신기대권이 있는 근로자의 경우, 사용주가 정당한 이유 없이 갱신을 거부하면 부당해고가 된다.
어학원 측은 "단기근로강사는 매학기 학생 수에 따라 조정되고, 매학기 재계약 탈락자가 발생한다"며 "근로자들 스스로도 자유로운 근무를 위해 전임이 아닌 단기 근로 강사를 선호해 왔다"고 주장해 근로자들이 갱신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또 갱신기대권이 인정된다고 해도 △어학원 학생 수의 급격한 감소 △A와 B의 계약 해지 직전 3~6개월 강의 평가가 최하점이었던 점 등을 근거로 들어 "갱신 거절에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어학원 측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강사들의 갱신기대권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채용 공고에도 재임용 가능이 명시돼 있고, 근로계약서 작성 당시 어학원도 사실상 계약 갱신을 전제로 안내했다"며 "실제로 부득이한 사정이 없으면 계약을 갱신해 왔다"고 꼬집었다.
갱신 거절 사유도 정당하지 못하다고 봤다. A와 B의 성적에 대해 재판부는 "경영상 인원감축의 필요에 맞춰서 강의평가 점수가 상대적으로 낮은 강사를 재계약 거절 대상으로 선정한 것"이라며 합리적이지 못하다고 봤다. 또 "계약기간이 만료되는 2개월마다 사용자 측 경영사정에 따라 갱신을 거절당할 수 있게 된다면 굉장히 불안정하고 취약한 법적 지위에 놓이게 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법원은 근로자들이 스스로 단시간 근로를 선택한 것이라는 사용자의 주장에 대해 재판부는 "단시간 근로자라는 이유만으로 갱신기대권을 인정해 줄 필요성이 낮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판단해 근로자 측의 손을 들어줬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