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 장관은 15일 서울 도렴동 외교부청사에서 열린 한·중 외교장관회담을 마친 뒤 ‘북한의 장거리 순항미사일 시험 발사에 대한 중국 정부의 입장이 무엇이냐’는 취재진의 질의에 “우리 모두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기를 희망한다”며 이같이 답했다. 이어 “우리는 모두 대화를 재개하는 방향으로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왕 장관이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대해선 일체 비판하지 않으며 ‘다른 나라들’을 언급한 것이 한·미를 겨냥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왕 장관은 지난달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 참석해 이례적으로 한미연합훈련 중단을 요구한 바 있다. 왕 장관은 이날 ‘한국이 중국보다 미국으로 기울었다는 평가가 나온다’는 취재진의 지적에 “미국을 선호하든 중국을 선호하든 스스로에게 이 질문을 던져야 한다”며 “한·중 수교 30년 동안 우리 두 민족에게 매우 실질적인 이익을 가져다줬고 우리는 한·중 관계가 계속 발전하기를 원한다”고 답했다.
특히 미국 의회가 첩보동맹 ‘파이브 아이즈’에 한국을 추가하려는 움직임에 대해서는 “완전히 냉전 시대의 산물”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이미 시대에 뒤떨어졌다”고 덧붙였다. 중국을 겨냥하는 것으로 알려진 파이브 아이즈에 한국이 참여하는 것에 대해 직접적으로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낸 것이다.
왕 장관은 이날 ‘공동체 인식’을 재차 언급했다. 미·중 갈등 속에서 미국과 밀착하는 한국에 메시지를 던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왕 장관은 이날 회담 모두발언에서 “새로운 정세 아래 양국은 한층 더 공동체 인식을 강화하고 공동이익을 지속적으로 확대하며 협력의 잠재력을 부단히 발굴해 나가야 한다”며 “중·한(한·중) 관계의 업그레이드를 추진해서 더욱 더 좋고 빠르며 안정적이고 전면적이며 지속적인 발전을 실현해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회담을 마친 뒤 취재진에게도 “중국과 한국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이웃이자 떼려야 뗄 수 없는 동반자”라며 공동체 인식을 강조했다.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겠다는 의지도 강조했다. 왕 장관은 “한국은 이사할 수 없는 가까운 이웃이고 서로 떠날 수 없는 파트너”라며 “근 30년 이래 양국은 상호 근절된 상태에서 밀접한 교류를 하게 되고서로 서먹한 사이에서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구축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중·한(한·중) 관계는 부단히 새로운 단계에 오르고 갈수록 성숙해지고 안정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회담 모두발언에서 “한·중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더욱 내실화하고 미래 지향적으로 발전시켜 나갈 수 있는 방안들에 대해 폭넓은 의견 교환을 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반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을 묻는 질문에는 확답은 피한채 부정적인 반응을 내비쳤다. 왕 장관은 시 주석의 방한을 묻는 질문에 “시 주석은 한국 방문을 매우 중시한다”면서도 “현재 코로나19 상황이 불안정한데 이는 우리가 고려해야 할 요소”라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 상황이 완전히 안정됐을 때 안심하고 고위급 교류를 할 수 있다고 본다”며 사실상 현 단계에서 시 주석의 방한은 어렵다는 뜻을 내비쳤다. 반면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각국 지도자들의 참석을 바란다”며 베이징올림픽에는 문재인 대통령을 초청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뒀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