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국가정보원장. / 사진=뉴스1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 사진=뉴스1
야당이 이른바 '윤석열 검찰 고발 사주' 관련 사전 공모 의혹으로 구설에 오른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을 향해 "정보기관 수장의 본분을 망각했다"며 사퇴를 촉구했다.

15일 허은아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정부는 이틀간이나 진행된 북한의 장거리 순항미사일 시험 발사를 북측 보도를 통해 인지하며 정보수집 능력의 총체적 난국을 여실히 드러냈다"며 "책임 당사자인 박 원장은 무능과 정보수집 실패에 대해 아무 해명이 없다. 오히려 대선 개입과 정치공작의 중심에 서서 정치적 발언만 쏟아내고 있을 뿐"이라고 했다.

이어 "박 원장은 취임 직후 대공수사권을 이관하고 '국내 정치 개입은 원천 차단한 채 북한과 해외정보 수집과 대응에 매진하겠다'고 밝혔지만 행적은 전혀 달랐다"며 "지난 8월 11일 북한에서 한미연합훈련을 비난하며 남북 통신선을 다시 끊는 급박한 시기에 박 원장은 조성은 씨를 만나고 있었다는 게 버젓이 SNS에 노출됐다"고 덧붙였다.

허 대변인은 "정보위 비공개 내용을 함께 나눈 정황까지 제기됐지만, 청년 문제에 대해 논의했다는 황당한 변명을 하고 '편하려면 가만히 있으라'며 야당 후보를 겁박하고 있다"며 "지난 8월 3일에는 북한의 영변 핵시설 재가동 사실을 인지하고서도 국회 정보위에 출석해서는 한미연합군사훈련 연기론을 주장하기도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박 원장은 안보가 아닌 정치를 위해 그 자리에 앉아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대한민국 안보를 문재인 정부보다 국제사회가 더 나서서 염려하고 있는 이때, 본분을 망각하고 대선 개입 의혹을 받고 있는 국정원장은 사퇴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앞서 박 원장은 '고발 사주' 의혹 제보자인 조 씨와 지난 8월 11일 서울의 모 호텔에서 식사를 한 바 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측은 박 원장과 조 씨 등이 해당 의혹을 언론을 통해 알리기 전에 '사전 공모'를 한 게 아니냐는 추측을 하고 있다. 윤 전 총장 측은 공수처에 이들을 고발한 상태다.

박 원장은 즉각 불쾌감을 드러냈다. 그는 14일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윤 전 총장을 겨냥해 "내가 입 다물고 있는 것이 유리하다"면서 경고성 발언을 했다. 또 본인을 호랑이에 빗대면서 "저는 윤 전 총장과 신뢰 관계가 있기 때문에 한 번도 나쁘게 얘기한 적이 없는데, 왜 잠자는 호랑이 꼬리를 밟느냐"고 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