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을 시작하겠습니다. "

집도의 말에 따라 레지던트 간호사 등과 함께 아마존 인공지능(AI) 플랫폼인 알렉사도 업무를 시작한다. 수술 중 환자상태가 어떻게 바뀌는지, 특이사항은 없는지 꼼꼼히 기록한다. 수술실 밖에서도 알렉사는 의사와 함께다. 외래 진료실에서 환자 말을 들으며 전자의무기록(EMR)을 작성한다. 미국 휴스턴감리병원 정형외과 의사인 니콜라스 데사이 최고의료정보책임자는 "음성 비서가 환자를 함께 돌보면서 키보드 두드리던 시간을 환자 진료에 쓸 수 있게 됐다"며 "두번째 귀를 얻었다"고 했다.

'유통 공룡' 아마존이 헬스케어 시장에서 발톱을 드러냈다. 의료데이터 클라우드, 원격의료 서비스를 가동하면서 의료 분야의 아마존화(아마조니피케이션)가 시작됐다. 아마존 뿐 아니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빅테크(대형 정보기술기업)들이 앞다퉈 건강 산업에 자금을 쏟아 부었다. 헬스케어 시장에서 빅테크 대전이 펼쳐지고 있다는 평가다.

헬스케어 보폭 넓히는 아마존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1년 간 아마존웹서비스(AWS)와 협력해 알렉사 서비스를 도입한 미국 병원 네트워크가 8곳으로 늘었다고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음성 비서는 아마존이 추진하는 헬스케어 서비스의 일부다. AWS는 환자 의료 데이터를 분석해 질병을 예측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스마트폰 앱처럼 다양한 응용프로그램을 선보일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직접 헬스케어 스타트업 인큐베이팅에 나섰다.

아마존 헬스케어 서비스 대상은 환자부터 기업, 병원까지 광범위하다. 미 전역에 분포한 아마존 창고와 배송망도 헬스케어 인프라 구축에 활용한다. 알렉사는 환자와 병원을 잇는 도구다. 집에서 간편하게 진료 예약을 하고 먼 거리에 있는 의사 진료도 원격으로 받는다.

아마존이 직원용 원격의료 서비스인 아마존 케어를 시작한 것은 2019년부터다. 올해 3월 다른 기업에까지 서비스를 개방했다. 일부 지역에선 의료진이 환자 집을 방문해 검체를 수집하고 백신도 놔준다. 플로톤 자회사인 프레코 등이 고객사로 참여하고 있다. 아마존이 서비스 대상을 수천만명으로 확대하기 위해 보험사와 논의 중이라고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전했다.

전자처방·코로나 진단 등 서비스 확장

코로나19 확산으로 원격의료 시장에 훈풍이 부는 것은 아마존엔 호재다. 올해 2월 미 원격의료 서비스 이용자는 코로나19 이전보다 38배로 늘었다.

아마존은 온라인 약국 사업도 확대하고 있다. 2018년 전차 처방 서비스 업체인 필팩을 인수한 뒤 지난해 말 아마존 약국을 열었다. 올해 6월엔 6달러만 내면 6개월치 만성질환 약을 받을 수 있는 구독 서비스를 도입했다. 3600억 달러에 이르는 처방약 시장 주도권을 잡기위해 승부수를 던졌다는 평가다.

7월엔 가정용 코로나19 검사 서비스인 아마존DX를 출시했다. 코로나19 키트를 배송해 수거한 뒤 24시간 안에 결과를 알리는 서비스다. 아마존은 최근 임상진단 전문가 채용에 나섰다. 의료 서비스 도입 속도가 빨라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아마존이 헬스케어 분야에서 늘 승승장구한 것은 아니다. 2018년 JP모간, 벅셔 해서웨이와 손잡고 의료벤처 헤이븐을 창업했다. 직원 건강관리를 위한 회사였지만 3년 만인 올해 초 법인이 폐쇄되고 57명의 직원은 뿔뿔이 흩어졌다.

헤이븐 프로젝트가 실패로 끝난 뒤 아마존은 크로스오버헬스와 손잡고 직원들을 위한 의료 서비스를 도입했다. 아마존은 기업들의 진료비 부담을 낮춰주는 서비스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제프 베커 CB인사이츠 의료수석애널리스트는 "많은 기업들이 의료비용 절감을 절실히 원하고 있다"며 "아마존이 이를 제대로 할 수 있다면 큰 수익원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빅테크 헬스케어 대전 본격화

미국 공보험인 메디케어&메디케이드에 따르면 2021년 의료비 지출은 4조2000억달러로 국내 총생산의 18%를 차지했다. 2025년 5조달러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진료비 지출이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기업 부담도 커졌다. 직원 복지를 위해 기업들은 보험료를 분담하고 있어서다. 기업 임직원 상당수가 5~10년 안에 의료비 지출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에 다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헬스케어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아마존 뿐 아니다. 아마존의 헬스케어 사업 미래를 낙관적으로만 볼 수 없는 이유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는 아마존보다 먼저 의료 데이터 시장에 발을 들였다. 이들은 아마존보다 많은 병원 고객을 확보했다.

유통기업 월마트는 전국에 클리닉을 열면서 헬스케어 시장에 진출했다. 페이스북 아마존 MS 구글 애플 등 팜(FAAMG) 기업의 헬스케어 공동 투자금은 올해 상반기만 31억 달러에 이른다. 지난해 1년 투자금(37억달러)에 근접했다.

아마존의 사업영역 확대를 곱지 않게 바라보는 시선도 부담이다. 엘리자베스 워렌 미 상원의원은 '아마존 해체'까지 주장하고 있다. 아마존이 자체 진료센터를 구축하거나 보험사 업무까지 담당하면 반발이 커질 것이라고 FT는 보도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