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우리금융 회장 항소 검토…정치에 휘둘리는 '시장친화'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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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금감원, 항소 포기 검토했지만
정치권·시민단체 거센 압박에
다시 항소 쪽으로 기류 바뀌어
금융권 다시 불확실성속으로
정소람 금융부 기자
금감원, 항소 포기 검토했지만
정치권·시민단체 거센 압박에
다시 항소 쪽으로 기류 바뀌어
금융권 다시 불확실성속으로
정소람 금융부 기자
“이른 시일 내에 항소해야 한다. 포기한다면 똑같은 사유로 제재를 받은 징계 처분도 즉각 취소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지난 14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용우·오기형 의원 등 더불어민주당 의원 12명은 “금융감독원은 반드시 항소해 법리오해 등에 대한 판단을 끝까지 받아야 한다”며 이 같은 성명을 냈다.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금감원을 상대로 낸 행정 소송의 1심 판결(8월 27일)이 내려진 이후 항소 기한(9월 17일)이 다가오자 ‘압박’하고 나선 것이다.
앞서 금감원은 손 회장에게 DLF 사태의 책임을 물어 지난해 초 중징계에 해당하는 문책경고를 내렸다. 그러자 손 회장은 징계를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냈다. 중징계를 받으면 3년간 금융권 취업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법원은 1심에서 손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금감원이 내건 다섯 가지 징계 사유 중 한 가지만 인정하고 나머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징계의 정당성이 떨어진다는 판단이었다. 금감원도 당초 항소 포기를 검토했다. 그러나 최근 기류가 바뀐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의 한 관계자는 “법원도 DLF 판매 당시 우리은행의 실질적 내부 통제 기준을 마련하지 않았다는 점은 인정했다”며 “은행의 잘못에 대해 다시 한번 판단을 받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 커졌다”고 전했다.
양측의 다툼이 있는 소송에서 항소하는 것은 법률 당사자의 권리다. 금감원이 항소의 실익이 있다고 내부적으로 판단했다면 이를 비판하기는 어렵다는 시각이 많다. 그럼에도 시장에서는 허탈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새로 교체된 감독당국의 수장(고승범 금융위원장, 정은보 금감원장)이 일제히 ‘시장 친화적 행정’을 내걸었기 때문이다. “제재 일변도의 감독 관행을 끊어내겠다”는 메시지도 컸다. 항소 포기는 무리한 제재 관행을 끊어내겠다는 당국의 상징적인 ‘의지 표명’이 될 것이란 기대가 컸다.
그러나 갑자기 기류가 바뀌면서 금융권은 또다시 긴 불확실성의 안갯속에 빠지게 됐다. 윤석헌 전 금감원장은 DLF·라임·옵티머스 등 잇단 펀드 사고와 관련해 금융사 전·현직 임원들에게 줄지어 중징계를 내린 바 있다. 금감원이 항소한다면 손 회장 외 다른 최고경영자(CEO)들도 또다시 줄줄이 제재 절차를 밟게 된다. 올해 완전 민영화를 목표로 하던 우리금융의 행보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예금보험공사는 최근 보유 중인 우리금융 지분 10%를 연내 매각해 최대주주 자리를 넘기겠다고 발표했다. DLF 사태 이후 줄곧 지배구조 위기를 겪어 온 우리금융은 숙원사업이던 완전 민영화를 앞두고 다시 한번 불확실성에 휘말리게 됐다.
소송 당사자가 아닌 제3의 집단의 목소리가 두드러지는 점도 우려스럽다. 시민단체에 정치권까지 가세하고 나서면서 금감원과 시장의 소통, 자발적인 의사결정은 더 어려워졌다. 한 금융사 관계자는 “무리한 제재에 책임이 있는 금감원 전·현직 임원과 정권 말 ‘은행 길들이기’를 원하는 정치인들이 한몸이 돼 움직이는 듯한 인상을 준다”며 “‘정치 금융’의 그림자만 점점 더 짙게 드리우는 느낌”이라고 꼬집었다.
지난 14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용우·오기형 의원 등 더불어민주당 의원 12명은 “금융감독원은 반드시 항소해 법리오해 등에 대한 판단을 끝까지 받아야 한다”며 이 같은 성명을 냈다.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금감원을 상대로 낸 행정 소송의 1심 판결(8월 27일)이 내려진 이후 항소 기한(9월 17일)이 다가오자 ‘압박’하고 나선 것이다.
앞서 금감원은 손 회장에게 DLF 사태의 책임을 물어 지난해 초 중징계에 해당하는 문책경고를 내렸다. 그러자 손 회장은 징계를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냈다. 중징계를 받으면 3년간 금융권 취업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법원은 1심에서 손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금감원이 내건 다섯 가지 징계 사유 중 한 가지만 인정하고 나머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징계의 정당성이 떨어진다는 판단이었다. 금감원도 당초 항소 포기를 검토했다. 그러나 최근 기류가 바뀐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의 한 관계자는 “법원도 DLF 판매 당시 우리은행의 실질적 내부 통제 기준을 마련하지 않았다는 점은 인정했다”며 “은행의 잘못에 대해 다시 한번 판단을 받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 커졌다”고 전했다.
양측의 다툼이 있는 소송에서 항소하는 것은 법률 당사자의 권리다. 금감원이 항소의 실익이 있다고 내부적으로 판단했다면 이를 비판하기는 어렵다는 시각이 많다. 그럼에도 시장에서는 허탈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새로 교체된 감독당국의 수장(고승범 금융위원장, 정은보 금감원장)이 일제히 ‘시장 친화적 행정’을 내걸었기 때문이다. “제재 일변도의 감독 관행을 끊어내겠다”는 메시지도 컸다. 항소 포기는 무리한 제재 관행을 끊어내겠다는 당국의 상징적인 ‘의지 표명’이 될 것이란 기대가 컸다.
그러나 갑자기 기류가 바뀌면서 금융권은 또다시 긴 불확실성의 안갯속에 빠지게 됐다. 윤석헌 전 금감원장은 DLF·라임·옵티머스 등 잇단 펀드 사고와 관련해 금융사 전·현직 임원들에게 줄지어 중징계를 내린 바 있다. 금감원이 항소한다면 손 회장 외 다른 최고경영자(CEO)들도 또다시 줄줄이 제재 절차를 밟게 된다. 올해 완전 민영화를 목표로 하던 우리금융의 행보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예금보험공사는 최근 보유 중인 우리금융 지분 10%를 연내 매각해 최대주주 자리를 넘기겠다고 발표했다. DLF 사태 이후 줄곧 지배구조 위기를 겪어 온 우리금융은 숙원사업이던 완전 민영화를 앞두고 다시 한번 불확실성에 휘말리게 됐다.
소송 당사자가 아닌 제3의 집단의 목소리가 두드러지는 점도 우려스럽다. 시민단체에 정치권까지 가세하고 나서면서 금감원과 시장의 소통, 자발적인 의사결정은 더 어려워졌다. 한 금융사 관계자는 “무리한 제재에 책임이 있는 금감원 전·현직 임원과 정권 말 ‘은행 길들이기’를 원하는 정치인들이 한몸이 돼 움직이는 듯한 인상을 준다”며 “‘정치 금융’의 그림자만 점점 더 짙게 드리우는 느낌”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