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구글로 ‘트랙터’ ‘잔디깎이’ 등을 검색하면 페이지 상단에 한국 농기계기업 대동의 북미법인 ‘카이오티(KIOTI)’ 제품들이 나온다. 경쟁사인 미국 농기계기업 J사, 일본 농기계기업 K사 제품을 검색해도 대동 제품을 구매하는 웹사이트가 노출된다. 대동은 20여 개 관련 단어에 광고를 붙여 자사 제품을 노출하는 인터넷 검색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김동균 대동 북미법인 대표는 “코로나19 이후 더욱 공격적인 마케팅 활동을 벌이고 있다”며 “트랙터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현재 주문이 2개월치 이상 밀린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동 '트랙터 본토' 미국 시장 갈아엎다
국내 1위 농기계기업 대동이 북미시장에서 급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대동은 미국과 캐나다에서 올해 상반기 트랙터를 1만 대 넘게 판매했다. 연말까지 2만 대 이상 판매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최근 5년 동안 3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대동에 따르면 소형 트랙터 미국 시장 점유율이 6~7위 수준에서 최근 3위(20%)까지 뛰어올랐다.

대동이 미국 시장에서 급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이 있다. 작년 3월 코로나19 팬데믹이 본격화하자 경쟁사들은 트랙터 생산을 중단하는 등 보수적인 경영전략을 펼쳤다. 트랙터 시장도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었다. 그러나 대동은 생산량을 그대로 유지하는 전략을 택했다. 대신 미국으로 선적하는 시점을 조율하는 유연성을 발휘했다. 김 대표는 “대동의 안정적인 현금 흐름과 곡물가격 추이를 검토했을 때 공장 가동을 굳이 멈출 필요가 없다는 판단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 4월 첫째주까지 주춤하던 미국 트랙터 판매량은 둘째주부터 늘기 시작했다. 코로나19로 재택근무가 시작되자 미국 소비자들이 소형 트랙터와 잔디깎이를 사들였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한국 사람들이 재택근무 기간 집 정리를 한다면 미국 사람들은 마당에서 잔디를 깎고 교외의 텃밭을 가꾼다”며 “미국 텃밭의 크기는 최소 축구장 2개 넓이인 9000㎡ 이상”이라고 말했다.

딜러를 직접 상대하는 대동 직원들도 현장의 변화를 즉각 잡아냈다. 미국의 대동 딜러망은 430개가 넘는다. 한국에서 미국으로 트랙터 선적을 서두르는 한편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을 시행했다. 미국프로야구(MLB) 토론토 블루제이스 홈구장에도 광고를 냈다. 블루제이스는 류현진 선수가 선발투수로 뛰는 팀이다. 대동은 이외에도 미국대학풋볼리그(NCAA) 등 여섯 개 스포츠리그에서 마케팅 활동을 벌였다. 대동은 ‘위 디그 더트(We Dig Dirt·우리는 흙을 판다)’를 주제로 한 광고 캠페인도 시작했다. 김 대표는 “미국 사람들은 손에 흙을 묻혀서 직접 땅을 개척한다는 정신이 강하다”며 “새로운 광고들이 TV에서 방영된 이후 대동에 대한 인지도가 급상승했다”고 말했다.

최근 대동은 미국 시장을 공략할 신제품을 잇따라 출시하고 있다. 1년6개월 이상 연구한 대형 집게(그래플)가 대표적이다. 김 대표는 “가벼우면서도 쥐는 힘이 강한 집게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며 “트랙터 부착용 기기를 내년까지 12종 이상 개발해 북미시장 공략에 더욱 힘을 쏟겠다”고 밝혔다.

김진원 기자 jin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