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웅 NH WM마스터즈 수석전문위원.(사진=최혁 한경닷컴 기자 chokob@hankyung.com)
김진웅 NH WM마스터즈 수석전문위원.(사진=최혁 한경닷컴 기자 chokob@hankyung.com)
은퇴 후 노후를 준비해야 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안정적인 노후생활을 위해 단순히 연금 준비 외에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노후 생활비가 얼마나 들지 알고 준비해야하는지는 막막하기만 하다.

활기차고 행복한 100세 시대를 준비하자는 취지로 NH투자증권은 2011년 9월 '100세시대연구소'를 세웠다. 은퇴에 대한 개별적인 상품판매 방식이 아닌 은퇴목적 자금을 준비해야 하는 3040대부터 은퇴가 임박한 50대, 은퇴생활자인 60대까지 전 세대에 걸쳐 각 세대별로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현재 이 연구소를 이끌고 있는 김진웅 NH WM마스터즈 수석전문위원(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장)을 만나 노후준비의 해답을 들어봤다. 보험계리사 출신인 김 위원은 1998년 삼성화재에서 사회생활 첫 발을 내딛었다. 2006년 NH투자증권의 전신인 우리투자증권 퇴직연금부서로 자리를 옮겨 퇴직연금계리 및 제도컨설팅 업무를 하다 100세시대연구소 초창기에 발령받아 노후설계와 금융투자 트렌드 등을 분석하다 올해부터 100세시대연구소장을 맡고 있다.


"수명 늘어난만큼 안전성보다 수익성 챙겨야"

김 위원은 최근 노후 준비의 패턴이 변했다고 강조했다. '안전성' 보다 '수익성'을 추구하려는 경향이 강해졌다는 것이다. 저성장·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다보니 투자형 상품을 활용하지 않고 여유 있는 노후 준비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는 "은퇴에 임박하거나 이제 막 은퇴한 분들도 100세 시대 관점에서 보면 장수하게 된 만큼 시간이 좀 더 주어졌다는 생각에 투자에 적극적인 모습"이라며 "실제 당사 50~65세 고객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결과 응답자의 98.4%가 은퇴 이후에도 생활비 마련을 위해 금융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답변했고 평균투자금액은 3억2000만원에 달했다"고 말했다.

현재와 같은 저금리, 저성장, 고령화 환경에서는 투자형 상품을 활용하지 않고 여유있는 노후준비를 하기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다만 노후자산의 안전성 측면을 고려한다면 투자원칙을 좀 더 절처하게 지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 위원은 "성장성이 높은 산업이나 기업에 장기투자 해야 한다"며 "5년 뒤, 10년 뒤 성장의 결과를 기대하며 장기투자를 실천한다면 단기투자보다 손실 위험은 줄이면서 만족할 만한 투자성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변동성을 줄일 수 있도록 분산투자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상장지수펀드(ETF)와 같이 알아서 분산투자가 되는 상품을 주로 활용하되 적립식으로 투자시기를 분산해 가격 분산도 함께 이뤄지도록 하는게 좋다"며 "최근에는 해외투자도 활성화되고 있으니 다양한 국가와 자산군에 골고루 투자하기를 추천한다"고 덧붙였다.

부자들의 노후 준비는 증여에 '관심'…부자·일반인 모두 연금 '효율적'


부자들도 노후 준비를 따로 할까라는 질문에 김 위원은 부자들의 노후준비와 일반인의 노후준비는 다르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은 "고액 자산가는 자산소득만으로 소비규모를 넘어선 경제적인 자유가 이뤄진 상태"라며 "노후자산을 확보해야 하는 보통 사람들의 노후준비와는 분명히 다르고, 주로 얼마를 어떻게 남겨줘야 할지에 더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실제 순자산 기준 상위 0.5%내 가구들의 경우 50대 가구보다 60대 가구 순자산이 꽤 큰 폭으로 줄어든다. 이는 자산규모를 볼 때 자산 자체가 감소했다기 보다 자녀들에게 증여가 이뤄지는 과정으로 추정해볼 수 있다는 게 김 위원의 설명이다. 때문에 부자들의 노후 관리를 무작정 따라하는 건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부자와 일반인 모두 노후 준비는 '연금'으로 별도 관리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라고 충고했다. 월급에 맞춰 생활하는 것처럼 희망하는 생활비를 연금 소득으로 맞춰 놓으면 안정적인 노후 생활이 가능해진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노후자금을 준비하는 대표적인 방법은 연금이다. 노후에는 목돈의 자산보다는 매월 얼마씩 나오는 현금흐름이 유용하기 때문이다. 은퇴 후에 필요한 연금을 충분히 확보하는 방법은 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 등 이른바 3층 노후 보장 체계를 확실히 하는 것이다.

김 위원은 "연금은 자산관리에도 시너지 효과를 가져다 준다"며 "연금으로 노후준비가 계획대로 준비되면 노후가 불안하지 않기 때문에 금융투자와 같이 변동성 있는 투자를 해도 상대적으로 심리적 안정감을 확보할 수 있고 적극적인 자산관리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김진웅 NH WM마스터즈 수석전문위원.(사진=최혁 한경닷컴 기자 chokob@hankyung.com)
김진웅 NH WM마스터즈 수석전문위원.(사진=최혁 한경닷컴 기자 chokob@hankyung.com)
NH100세시대연구소의 2019년 조사에 따르면 노후생활 기간을 30년으로 가정해 단순하게 계산했을 때 적정샐활비는 월 291만원으로 약 10억50000만원이 필요하다. 하지만 실제 60세 이상 소비지출 통계를 살펴보면 40% 안팎으로 소비가 감소하고 있기 때문에 필요 노후자산 금액의 60%인 6억3000만원 정도면 크게 부족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노후준비가 잘 돼 있는지 평가하는 기준으로는 '4% 법칙'을 언급했다. 각종 연금을 포함해 은퇴예상시점에 만들어지는 노후자산총금액의 4%에 해당하는 금액이 희망하는 은퇴생활비 연간금액을 비교했을 때 더 많다면 노후준비가 비교적 잘 진행된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은퇴시점에 예상되는 총 노후자산이 10억원(4%=4000만원)이고 희망하는 은퇴생활비가 연 3600만원(월 300만원)이라면 여유 있는 노후준비가 되어간다고 볼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반도체·전기차 장기투자 조언…노후준비용 자산은 따로 분리해야"

김 위원은 안정적인 노후 준비를 위해서는 4차산업 혁명이라는 시대의 변곡점을 잘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상황에 따라 투자금액이나 비중은 다르겠지만 노후자산 일부라도 반도체, 전기차 등과 같이 4차산업의 변화를 따라가는 산업에 장기투자를 해보라고 조언했다. 그는 "관점을 바꿔 생각하면 시대의 흐름에 뒤쳐지지 않는 것도 안정적인 노후준비"라고 말했다.

돈을 구분짓기는 쉽지 않지만 노후 준비는 최소한 구분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월급 가운데 노후 준비용 자금과 부동산이나 금융투자 상품에 투자하는 돈은 구분해 주는 것이 좋다"며 "두 영역이 서로 겹쳐지는 부분도 있긴 하겠지만 노후 준비와 자산증식 적인 목적 구분해주면 이게 나중에는 결국은 자연스럽게 서로 시너지가 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노후 준비가 안정적으로 돼 가는 모습이 느껴지면 다른 자산관리를 적극적으로 하는 마음의 여유가 생긴다"며 "노후 준비는 일찍부터 시작하고 항상 일정 부분을 적립해 나간다는 원칙을 지키면서 재테크적인 부분도 챙긴다면 보통 직장인들도 재벌까지는 아니겠지만 부자 레벨까지는 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 위원은 '내 집 마련이 먼저냐', '노후 준비가 먼저냐'는 질문에 주거용 집은 투자부동산이 아니라고 못박았다. 그는 "집은 주택연금으로 활용할 수도 있겠지만 노후자산으로 보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만약 모든 자산이 다 부동산에 가 있다면 유동성에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노후 준비용 자산은 따로 떼어놓고 나머지 자산으로 여유가 됐을 때 집을 마련하는 것이지 노후를 위한 자산을 끌어다 집을 마련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노후 준비를 막막해하는 사람들에게 이것저것 따져보며 늦추지 말고 지금 바로 시작하라고 조언했다. 한 달에 5만원이든 10만원이든 일단 적립을 실천하면서 고민하라는 당부다.

그는 "노후준비는 쌓아가는 기간이 길수록 훨씬 쉽다"며 "시간의 힘을 믿고 장기투자를 병행하면서 연금을 쌓아가다 보면 5~10년만 지나도 안정된 노후 준비에 대한 청사진이 그려질 것"이라고 말했다.

차은지 한경닷컴 기자 chacha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