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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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끌, 빚투'를 통해 주택을 구매한 사람의 이자 부담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와 올 초 주택을 구매한 사람들의 70%가량은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은 이자가 비교적 높은 고정금리 대출 보다는 연 2%대 초반의 변동금리 대출을 선호했다.

1년새 이들의 상황은 180도 바뀌었다. 향후 금리가 얼마나 더 올라갈 지 걱정이 크다. 시장금리가 오름세를 나타내는 가운데, 금융당국이 은행에 대출 총량을 죄라고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신규 대출에 대한 강력한 억제책을 펴기 시작했다.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각종 우대금리를 없애고, 전세대출 취급을 중단하는 사태가 빚어졌다. 변동금리 대출을 받았던 사람들이 부담해야할 이자 비용도 순차적으로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

○변동금리 코픽스 "더 오를일만"

은행연합회는 지난 15일 8월의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 금리가 1.02%라고 발표했다. 7월(0.95%) 보다 0.07%포인트 올라간 수치로, 이 숫자가 1%를 넘어선 건 2020년 5월 이후 15개월 만이다.

은행연합회는 8개 대표 은행이 정기 예‧적금, 상호부금, 주택부금, CD, RP, 표지어음매출, 금융채 등으로 조달한 비용(금리)을 가중평균을 내 코픽스 금리를 구한다. 전달의 코픽스 금리는 다음달 중순부터 그 다음달 중순까지 은행이 주택담보대출을 산정할 때 '기본금리'로 활용된다. 주택담보대출의 최종 금리는 기본금리에 은행의 수익인 가산금리를 더하고, 소비자 혜택인 우대금리를 빼 산정된다. 기본금리인 코픽스의 인상, 인하 분은 3개월, 6개월 등 변동금리 주담대를 받았을 때 계약한 갱신 주기에 맞춰 순차적으로 조정된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28일 기준금리를 0.5%에서 0.75%로 0.25%포인트 높였다. 이에 따라 은행들도 최근 예·적금 금리 인상에 나섰다. 예금의 금리가 높아지는 건 '현금부자'에 유리한 반면 대출을 낸 사람에게는 이자부담이 높아질 유인이 된다. 코픽스를 구성하는 요소 중에선 예적금 금리가 약 70% 가량의 영향을 끼친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변동금리 주담대를 받을 때 활용하는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직전 한 달간의 은행들의 조달 비용으로 구해진다. 은행이 과거에 조달한 비용이 오랫동안 반영되는 잔액기준 코픽스와 신잔액기준 코픽스에 비해 시장금리 변화에 영향받는 정도가 심하다.

8월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7월에 비해 0.07%올랐는데, 기준금리 인상효과가 제대로 반영되기도 전에 코픽스 대폭 뛴 것이라는 평가다. 기준금리 인상 전 금융채 금리 상승 등의 효과가 선제적으로 반영됐다는 의미다. 반대로 해석하면 은행의 주요 조달 수단인 예·적금 금리 인상분은 적게 반영됐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8월 26일 기준금리 인상 이후 단 3영업일간만의 효과가 코픽스에 영항을 (적게) 끼쳤기 때문에, 10월 15일 발표될 9월 코픽스 금리는 더 크게 뛸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최소 기준금리+α, 우대금리도 줄어든다

과거 기준금리 변동기 시점의 코픽스 변동폭을 살펴보자. 2020년 3월 17일 기준금리 인하(1.25→0.75%)이후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1.43%(2월)에서 1.26%(3월)로, 1.20%(4월)으로 떨어졌다. 0.5%의 기준금리 '빅컷'이 두달 간 0.23%포인트의 코픽스를 떨어뜨린 셈이다. 은행이 기준금리 인상보다는 예적금 금리를 늦게 낮췄기에 코픽스 금리도 감소 폭도 기준금리 인하폭 보다는 작았다.

한은이 2020년 5월 28일 기준금리를 0.75%에서 0.5%로 더 떨어뜨린 이후의 코픽스는 1.20%(4월)에서 1.06%(5월), 0.89%(6월)로 떨어졌다. 두달여간 감소폭은 0.31%포인트다. 0.5%포인트의 '빅컷'이 뒤늦게 반영된데다, 기준금리 추가 인하가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두 번의 전례를 볼때 코픽스 금리는 이번 기준금리 인상분인 0.25%포인트 만큼 올라갈 수 있다. 8월 올라간 0.07%포인트 이후 0.2%포인트 가량 추가로 올라갈 가능성이 큰 셈이다.

기준금리 인상폭과 별개로 실제 체감하는 주담대 금리는 더욱 높아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금융당국의 대출 총량 규제를 강하게 펴는 가운데, 은행들이 주담대에 대해 우대금리 축소, 가산금리 인상 등의 조치를 펴고 있기 때문이다.

○이자부담 1.5배 이상 커진다…자산가격 하락이 변수

다만 주담대 금리 인상엔 두 가지 변수가 있다는 게 은행들의 평가다.

첫째는 코픽스 금리는 기준금리가 직접 반영되는 건 아니고, 은행의 예·적금 관련 외부 환경과 경쟁요인이 크게 영향을 준다는 셈이다. 8개 대표 은행들이 '조달엔 큰 무리가 없다'고 예적금 금리를 크게 올리지 않는다면 코픽스가 크게 오르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조달이 급하다'고 판단했다면 예·적금 금리가 올라가고 코픽스가 더 크게 뛸 가능성이 크다.

현재로선 은행이 자금 경색을 겪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 그러나 코로나19 대응차원에서 시행된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에 대한 규제 완화조치가 이달 말로 종료를 앞뒀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LCR 규제가 연장되지 않으면, 은행들은 국채 등 고유동성자산을 수십조원 확보해야하고, 조달이 여의치 않다면 예·적금 금리를 높일 수 있다. 은행들은 "코로나 대출에 대한 만기 연장 조치를 지속하는 만큼 LCR 완화 조치도 지속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만일 은행 LCR 완화조치 재연장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코픽스 지수 및 주담대 금리가 더욱 올라갈 수 있다.

두번째 변수는 코로나19가 겨울 전에 진정세를 보이고, 글로벌 경기회복이 본격화하는 상황이다. 미국이 테이퍼링(채권 매입 축소)를 시작하고, 기준금리 인상이 이어지며 한국은행도 추가로 금리인상을 시사하는 경우다. 이때 에도 시장금리 상승과 대출 금리 상승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은행들은 주담대 평균 금리가 '연 4%'에 달하는 시대가 조만간 다시 올 수 있다고도 보고 있다. 만일 주택담보대출로 5억원을 연 2.5%에 빌려 연 1250만원의 이자 부담을 지고 있다면, 연 4%인 경우 이자는 연 2000만원으로 늘어난다. 만일 '영끌 대출'로 은행 신용대출이나 2금융권 대출을 받았다면 이자 부담은 더욱 커질 수 있다.

은행권의 한 고위 관계자는 "이미 은행 변동금리 주담대의 최고금리가 연 4%를 넘어섰다"이라며 "금리 인상기에 '자산가격의 하락'까지 겹칠 경우 빚투에 나섰던 사람이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