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의 대출 규제로 중도금 대출이 막히면서 금수저가 아닌 무주택 서민이 서울이나 수도권 아파트 분양을 받기가 어려워진 상황이다.
분양 시장이 현금 부자들만의 잔치판이 되면서 주거의 주택 양극화가 더욱 심해지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지난 13일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상반기에 지나치게 대출이 많이 진행돼 하반기에 연간 대출 총량 목표를 어느 정도 관리해 나가려면 상반기보다 현저하게 축소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했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지난 10일 금융지주 회장단과의 간담회에서 "가계부채 관리 강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이자 최우선 과제"라면서 가계부채 억제에 전력을 다해줄 것을 주문했다. 이에 금융지주사가 화답하며 대출 절벽이 현실화됐다.
한국은행의 금융시장동향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7월까지 월평균 2조1천여억원씩 증가하던 기타대출은 금융당국의 창구지도로 확 꺾였지만, 이 기간 월평균 5조2천억원씩 증가한 주택담보대출 증가세는 여전하다.
따라서 당국의 대출 관리는 주택담보대출에 집중될 수밖에 없지만, 올해 급격히 불어난 전세자금대출이나 이주비대출은 실수요자 대출이어서 손을 대기 쉽지 않은 상황에 중도금대출을 틀어막아야 하는 상황이다.
최근 진행된 '힐스테이트 광교중앙역 퍼스트(수원시 영통구 이의동 광교택지개발지구 C6 블록)' 1순위 청약에서는 일반 분양분 151가구에 3만4천537명이 신청해 228.7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특별공급 청약도 50가구 모집에 8천894명이 몰려 148.2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광교택지개발지구 내에서 마지막 분양하는 이 아파트의 공급가격은 84㎡(104가구)는 9억2천630만원∼9억8천540만원, 60∼69㎡(107가구)는 6억8천90만원∼8억2천380만원으로 책정됐다.
주변 아파트 시세의 거의 절반 가격이다.
문제는 이 아파트 모든 평형에 중도금대출이 안 된다는 점이다.
분양가 9억원이 넘지 않을 경우 시행사의 대출 알선으로 시중은행에서 중도금대출을 받을 수 있는데 이 아파트 시행사는 중도금은 자력으로 직접 납부해야 한다고 했다.
현금 조달 능력이 있는 사람만 청약에 참여하라는 얘기다.
실수요자의 전·월세 대출이나 생애 첫 내 집 마련에 나선 무주택자의 중도금 대출 등이 막히자 불만이 터져나오는 상황이다.
네티즌들은 "결국 돈없는 인간은 청약도 못하게 만들고 부자들만의 잔치구나", "대출이 안 나온다고 했는대도.. 경쟁율이 어마어마하다. 우리나라 현금 부자가 이렇게 많구나" 등의 자조 섞인 반응을 보였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