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우는 0.68% 올랐고 S&P500은 0.85%, 나스닥은 0.82% 상승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S&P 500지수가 지난 7거래일 가운데 6거래일 동안 내리자 이날 저가 매수가 유입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뉴욕 증시에는 여전히 델타 변이 및 경기 둔화, 인플레이션, Fed의 테이퍼링, 증세와 부채한도 상향, 그리고 중국의 경기 침체 등 걱정이 많습니다. 이 관계자는 "9월 들어 증시가 계속 약세를 보이지만 실제 S&P500 지수는 사상 최고치에서 2%밖에 떨어지지 않았다. 여전히 월가에는 '대안이 없다(TINA), 저가 매수(Buy the Dip)하라는 정서가 강하다"고 말했습니다.
JP모간은 이날 올해 연말 S&P500 지수가 4700으로 높였습니다. 지난 7월 말 4200에서 4600으로 높인 데 이어 또다시 상향 조정한 겁니다. 이날 3분기 미국의 경제성장률은 7%에서 5%로 낮췄지만, 주가는 더 높아질 것으로 전망한 겁니다.
JP모간은 "우리는 이번 코로나 확산 물결이 수요를 영구적으로 파괴할 것으로 보지 않는다. 다만 글로벌 경제 재개를 조금 더 지연시킬 것이다. 지금 델타 변이로부터 나오는 데이터를 보면 이번 연말 쇼핑시즌은 지난해와 달리 강력할 것 같다. 이런 이유로 증시 전망에 긍정적이다. 우리는 S&P500 지수가 연말 4700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며, 내년에는 기업 이익 증가세가 이어지면서 5000을 넘을 것으로 본다. 우리는 S&P500 기업의 내년 주당순이익(EPS) 추정치를 기존 230달러에서 240달러로 높인다"라고 밝혔습니다. 월가의 콘센서스는 220달러입니다. 이미 지난달 22일 내년 지수 전망치를 5000으로 높인 UBS는 한술 더 떴습니다. UBS 주식전략팀은 이날 "우리가 시장 타이밍을 맞출 수 없지만 다시는 하락이 없을 것이며 '올인' 상태를 유지하라고 계속 말한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주가가 사상 최고치라는 게 정점을 말하는 게 아니며, 지난 1960년대부터 보면 사상 최고치를 찍은 뒤에 12개월간 통상 11.7% 추가 상승했다. 또 1945년부터 데이터를 보면 최고가에 매수한 투자자의 34%가 손실을 보지 않았고 59%는 5% 이하의 손실을 보았다. 단지 15%의 경우에만 20% 이상의 하락을 겪었다"라고 밝혔습니다. 이날 골드만삭스의 미국 경제 재개 시계는 9를 가리켰습니다. 작년 3월 팬데믹이 터진 뒤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백신 접종이 확대되면서 미국인들의 경제 활동은 거의 정상화됐습니다. 학교도 개학했고, 델타 변이 감염 증가율이 감소하면서 직업을 찾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이날 증시 분위기가 갑자기 좋아지거나 그런 건 아닙니다. 투자자들은 여전히 조심스러워하고 있습니다. 다음 주 미 중앙은행(Fed)의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열립니다. 테이퍼링에 대한 언급뿐 아니라 새로운 경제 전망(SEP)와 점도표가 제시됩니다.
또 이번 주 금요일은 주식 옵션과 지수 옵션, 주식 선물 및 지수 선물이 만기를 맞는 '쿼드러플 위칭 데이'입니다. 통상 변동성이 높은데, 심지어 변동성이 높은 9월의 선물옵션 만기일입니다. 게다가 중요한 FOMC를 앞두고 있죠.
CNBC는 이날 쿼트러플 위칭 데이(혹은 트리플위칭) 데이가 있는 주간에 약세를 보이면 다음 주에도 약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습니다. 트레이더스 알마냑에 따르면 1991년 이후 트위플위칭 주간에 39번 내렸고 그중 27번은 그 다음 주에도 내림세가 이어졌다는 겁니다. 사실 개장 전 시장 분위기는 그리 좋지 않았습니다. 유럽에서 천연가스, 전기 등 에너지 가격이 계속 폭등하면서 유가까지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이날 영국의 천연가스 도매가는 하루 만에 한때 20% 오르기도 하는 등 심각합니다. 브렌트유는 이날 2.5% 올라 배럴당 75.43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3% 상승해 72.61달러까지 올랐습니다. 덕분에 이날 뉴욕 증시에선 에너지 업종이 3.82%나 폭등했습니다.
중국에선 8월 소매판매가 1년 전보다 겨우 2.5% 오르는 데 그쳤습니다. 전월 8.5% 증가, 예상치 7% 증가를 크게 밑돈 것으로, 작년 8월 이후 가장 낮았습니다. 또 8월 산업생산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3% 증가해 전월 증가율 6.4%, 예상치 5.8%보다 낮았습니다. 게다가 대형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그룹 위기가 심상치 않습니다. 총부채가 1조9500억 위안(약 350조 원)인 헝다는 다음 주부터 거래 은행들에 대출 이자를 갚지 못한다고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헝다는 150만 명이 넘는 주택계약자들로부터 계약금을 받고 주택은 짓지 않는 상황입니다. 만약 파산한다면 부동산 경기뿐 아니라 그렇지 않아도 냉각되고 있는 중국 경제에 찬물을 부을 것입니다.
규제 물결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마카오가 도박 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기로 하면서 윈리조트와 라스베이거스샌즈의 주가는 이틀 새 급락세를 이어갔습니다. 전날 홍콩 증시에서 샌즈 차이나 주식은 한때 21% 폭락하기도 했습니다.
알리바바 사태로 거대 기술주들을 손보면서 시작된 중국의 규제는 지난 7월부터 확대되고 있습니다. 지난 7월 미국에 상장한 기업들을 검사하기 시작했고, 방과 후 사교육을 금지했습니다. 8월에는 기술기업들의 미국 상장을 금지했고 어린이들의 온라인 게임을 일주일 3시간으로 틀어막았습니다. 9월 들어선 전기차 업체들을 통합할 뜻을 밝혔고, 알리페이를 나눠 일부를 국유화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마카오 도박 산업 규제가 나왔습니다. 시시때때로 탈세한 연예인 등이 인터넷에서 사라지기도 합니다.
월가는 이런 중국의 규제 물결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요?
이날 '헤지펀드의 제왕' 레이 달리오는 CNBC와 인터뷰를 가졌습니다. 중국에 관한 얘기가 나왔습니다. 앤드루 소킨(CNBC 앵커, 뉴욕타임스 기자) : 중국의 규제 단속으로 많은 사람이 중국에 투자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당신은 다른 생각이지 않나?
달리오 : 중국은 우리와 다른 하향식 접근 방식을 사용한다. 엄격한 부모와 매우 흡사하다. 질문은 중국 공산당이 마르크스-레닌주의를 추진하면서 어떻게 세계 두 번째로 큰 자본주의 시장과 공존할 수 있는지다. 대답은 그들은 자본주의가 부와 국가의 힘을 늘리는 방법이라고 믿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동시에 재분배를 중시한다. 지금 정책을 보면 중국은 그런 방식을 흔들지 않을 것이고, 옛날 공산주의로 회귀하지도 않을 것이다. 그들은 매우 실용적이다. 미국과 중국은 매우 자본주의적인 나라다. 중국이 유럽이 가버린 것처럼 좌파로 갈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리고 어쨌든 당신은 투자 다각화가 필요하다. 여기 위대한 두 나라(미국, 중국)가 있다. 당신이 자산을 운용한다면 양국에 투자를 다변화하는 게 바람직하다.
달리오의 말을 정리하면, 장기적으로 보고 중국에 계속 투자하라는 겁니다. 이런 얘기는 유독 월가 대형금융사와 달리오와 같이 중국에 대한 노출도가 큰 금융사에서 많이 나옵니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13일 자 보고서에서 "(중국 정부 규제로) 금융시장은 단기적으로 변동성을 겪을 가능성이 크지만, 중국의 장기 경제 성장과 투자 전망에는 제한적인 피해만을 줄 것"이라며 “규제가 기업 수익을 구조적으로 손상할 가능성이 없으므로 중국은 여전히 투자 가능한 상태"라고 주장했습니다. 즉 규제가 광범위한 민간 기업을 대상으로 하기보다는 장기적으로 경제를 평등하고 생산적으로 만들기 위한 것이라는 얘기입니다.
골드만삭스는 중국의 5개년 경제개발 계획을 분석해 국가 개발 목표와 일치하는 반도체와 항공우주, 특수재료와 같은 하드웨어 기술 및 녹색 에너지 등에 대해 투자하라고 조언했습니다. 또 친환경 제조, 인터넷 보안, 국내 소비 브랜드 등에도 투자할 만하다고 밝혔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이에 대해 "골드만삭스나 블랙록 등 월가의 유수 금융사들은 중국에 대한 노출이 많다"라면서 "이들이 만약 중국 정부의 행동을 비판하고 투자를 줄일 것을 주장한다면 중국 정부로부터 강력한 보복을 당할 수 있다. 그래서 그렇게 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블랙록은 지난달 30일 중국에서 중국인들을 위한 뮤추얼 펀드 등을 출시했습니다. 외국계 금융사로는 처음입니다. 블랙록의 래리 핑크 회장은 "중국 시장은 중국 및 국제 투자자들의 장기 목표를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되는 중요한 기회"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조지 소로스가 최근 중국 정부와 블랙록을 강력히 비판하자,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소로스를 '세계 경제 테러리스트'라고 비판했습니다. 인민일보는 “소로스의 인민폐, 홍콩 달러와의 전쟁은 성공할 수 없다”라고 경고했습니다.
워싱턴포스트의 조시 로긴 칼럼니스트는 지난달 칼럼에서 "중국 공산당이 기업에 대한 단속을 강화한 부작용으로 미국 투자자의 수천억 달러 재산이 파괴됐다. 하지만 월스트리트의 최고 기업들은 여전히 미국인을 보호하는 데 필요한 조처를 하지 않고 있다"라고 비판했습니다. 그는 JP모간의 제이미 다이먼 최고경영자(CEO)가 언론 인터뷰에서 "나는 다른 사람들만큼 중국에 대해 걱정하지 않는다"라고 밝힌 것과 관련, "월가 금융사들은 위험과 관계없이 미국 돈을 중국 기업에 계속 퍼붓고, 신나게 수수료 수입을 거둘 것임을 보여준다"라고 꼬집었습니다.
실제 월가에서는 헤지펀드 중심으로 중국 관련 주식을 대대적으로 정리하는 분위기입니다. 지난 14일 발표된 뱅크오브아메리카의 9월 글로벌 펀드매니저 서베이에서도 참여한 258명의 펀드매니저들은 가장 붐비는 거래 3위로 '중국 주식 매도'를 꼽았습니다. TS롬바드는 최근 투자메모에서 "중국 투자에 주의를 촉구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3기 집권을 확정할 20차 당 대회를 준비하는 단계는 이제 막 시작됐다. 정치적 위험은 (20차 당 대회가 열릴) 앞으로 12개월 동안 계속 높아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중국 증시는 중국 정부가 선호하는 일부 분야 주식만 안전한, 그런 선택적 시장으로 남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시 주석은 마오쩌둥 이후 처음으로 3기 집권에 도전하는 만큼 내부에서 완벽한 통제가 필요하다. 규제는 앞으로 1년간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다만 그는 "내년에 3기 집권을 하면 다시 통제를 풀 수가 있다. 투자한다면 그때쯤 준비를 해야 한다"라고 조언했습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완벽한 집권을 꿈꾸는 시 주석은 지난 600일간 중국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이는 20개국(G20) 지도자 중 가장 긴 기간입니다. 그리고 지난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전화 통화에서 대면 회담을 제시했지만,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월가 투자자들이 중국 증시를 피하면서 한국 증시도 덩달아 피해를 받고 있습니다. 월가의 한 관계자는 "네이버와 카카오 주가가 최근 급락한 것은 한국 정부의 규제가 들어간 탓이 크지만, 중국에서 질린 월가 투자자들이 지레 겁을 먹고 던진 측면도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카카오 등은 초기에 투자한 헤지펀드들이 많은 만큼 상당한 이익을 남긴 투자자가 많다"라고 덧붙였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