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산대교나 대장동이나, 사업과 사안의 본질은 같다 [여기는 논설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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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경기지사가 성남시장 재직 때 추진한 성남 대장동 개발사업이 특혜 논란으로 점입가경이다. 이 지사는 "민간 특혜를 막고 성남시가 5503억원을 환수한 모범적 사업"이라고 주장하지만, 화천대유라는 자산관리회사와 6명의 투자자(SK증권 특정금전신탁 가입)도 4040억원이란 어마어마한 이익을 가져갔다는 점에서 쉽게 사그라질 이슈가 아니다. 민간이 그 정도의 대가를 얻을 만큼 위험을 많이 감수했는지, 그에 따른 민관(民官)의 수익배분이 적정하게 설계됐는지 철저하게 따지고 들어야 특혜 시비에 대한 판단 또한 가능할 것이다.
의혹을 제기하는 측에선 화천대유라는 사실상의 시행사가 △택지 확보 및 구입(지주 작업) △인허가 △분양에서 큰 어려움이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먼저, 도시개발법을 적용받는 민관합동사업이란 점을 든다. 가장 어려운 지주 작업이 '토지 수용' 절차를 따르면 되기 때문에 위험 부담이 크지 않았다는 것이다. 인허가 문제는 성남시가 관계한 사업이어서 난관을 예상하기 어렵다.
다만, 사업이 본격 추진된 2014~2015년은 부동산 경기가 회복되기 전이었기 때문에 아무리 '남판교'라 불리는 선호 입지라 해도 100% 성공을 장담하긴 어려웠을 것이다. 그래서 사업 주체(PFV)인 특수목적법인 '성남의뜰'의 우선주를 보유한 성남도시개발공사 등은 누적배당금이 1822억원이 될 때까지 1순위로 배당받고, 남는 이익금은 모두 보통주를 가진 화천대유와 SK증권(특정금전신탁)에 배당토록 약관을 짠 것일 테다. 성남시는 이 배당금 외에 제1공단 공원조성(2761억원)과 교통기반시설(920억원)을 완공 상태로 기부채납 받도록 계약했다. 결국 성남시는 확정이익 5503억원을 보장받는 대신, 민간 참여사엔 이후 사업성에 따른 일종의 '런닝 개런티'를 다 가져가라고 한 셈이다.
이 지사가 "자기(민간 참여사)들이 위험 부담을 100% 떠안은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이런 측면을 말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또한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렸다. 결과적인 얘기이지만, 발생이익의 무려 42% 가량을 민간이 가져갔다는 점에서 성남시는 의도했건, 하지 않았건 공익으로 더 환수해야 할 이익을 놓쳐버린 셈이다. 그런 위험도 위험의 범주에 넣어야 한다. 일종의 기회비용이다. 이 지사는 민간 이익이 과도하지 않다는 점을 내세우려고 이 부분은 강조하지 않았을 것이다.
어제 이 지사가 '수사 공개 의뢰'를 했으니 특혜 시비는 사태 추이를 지켜보면 될 일이다. 여당의 유력 대선 주자란 사실과 관계없이, 대선에 영향을 미칠 사안이란 부담에서 벗어나 철저한 수사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그러나 사업 추진 과정의 위법성 여부 못지 않게 이 지사의 리더로서의 자질을 검증해보는 기회란 점도 중요하다. 만약 여기에 초점을 맞춘다면 각종 개발 사업과 관련한 이 지사의 표변하는 입장과 정치 지도자로서의 신뢰성은 문제가 적지 않다. 바로 일산대교 통행료 면제(공익처분)와 대장동 의혹에 대한 이 지사의 입장이 180도 다르다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사실 민자사업으로 추진된 일산대교 건설(민간 1910억원, 경기도 340억원 투자)이나 공공주도로 진행한 대장동 개발이나 사업의 본질에선 '민관합동'으로 다르지 않다. 일산대교는 민간(건설사 컨소시엄)이 지어 공공에 기부한 뒤, 30년간 운영 수입을 올리고 운영권도 넘겨주는 BTO(Build-Transfer-Operation) 방식의 사업이다. 민관이 손발을 잘 맞춰야 사업이 개시될 수 있고, 삐걱대지 않고 성공적으로 완료될 수 있다. 그러려면 민과 관이 위험배분, 그에 따른 수익배분 설계에 합의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컨소시엄에 들어온 어떤 주체들도 만족할 위험·수익 배분 스킴(scheme)을 얼마나 정교하게 짜느냐가 관건이다.
일산대교 건설이나 대장동 개발이나 그런 점에서 민간의 투자분은 존중받고 보호받을 필요가 있다. 그런데 이 지사는 대장동 개발에선 막대한 이익을 챙겨간 시행사에 대해 "위험 부담을 100% 떠안은 것"이라고 옹호하고, 일산대교 운영권을 가진 국민연금(비록 공공기관이지만)에 대해선 "악덕 사채업자" "봉이 김선달"이라 혹평하고 있다. 지금은 폐지됐지만, 사회간접자본(SOC) 건설 활성화를 위해 민자사업의 최소운영수입보장(MRG)이 제도적으로 보장되던 시기에 '연 8%의 MRG' 계약을 맺어놓고 이제와서 딴소리 하는 것이다.
통행료 인하 등 공익을 생각해 민자SOC 운영회사가 '자본재조달'로 조달금리를 낮추는 게 일반적이라지만, 국민연금은 국민 노후자산의 수익성에 직접적 영향을 주기 때문에 쉽지 않은 사정이 있을 게다. 이런 부분은 애써 못 본 척하고, 적어도 시장에선 최소 3400억~3600억원으로 추정하는 일산대교 운영 기대수익을 무시하고 '2000억원에 운영권을 포기하라'고 으름장을 놓아서야 되겠나.
자신이 필요할 때는 '민간의 위험 감수 투자'에 대한 적정한 보상을 강조하고, 지지 기반 확대에 도움될 것 같으면 '민간은 악덕업자'라는 주장을 서슴없이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기회주의적 입장 표변에 국민이 얼마나 신뢰와 지지를 보낼지 의문이다. 만약 우연하게도 대장동 개발 의혹이 일산대교 공익처분보다 먼저 불거졌더라면 과연 이 지사가 일산대교 공익처분 결정을 내릴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자신의 말이 올무가 돼 민간 역할을 폄훼하는 공익처분을 내리기 쉽지 않을 것이란 생각을 해본다. 국가를 이끌겠다는 정치 지도자의 처신이 이래선 곤란하지 않겠나. 향후 대장동 개발 사업에 법적 하자가 없다는 결론이 나오더라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다.
장규호 논설위원
의혹을 제기하는 측에선 화천대유라는 사실상의 시행사가 △택지 확보 및 구입(지주 작업) △인허가 △분양에서 큰 어려움이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먼저, 도시개발법을 적용받는 민관합동사업이란 점을 든다. 가장 어려운 지주 작업이 '토지 수용' 절차를 따르면 되기 때문에 위험 부담이 크지 않았다는 것이다. 인허가 문제는 성남시가 관계한 사업이어서 난관을 예상하기 어렵다.
다만, 사업이 본격 추진된 2014~2015년은 부동산 경기가 회복되기 전이었기 때문에 아무리 '남판교'라 불리는 선호 입지라 해도 100% 성공을 장담하긴 어려웠을 것이다. 그래서 사업 주체(PFV)인 특수목적법인 '성남의뜰'의 우선주를 보유한 성남도시개발공사 등은 누적배당금이 1822억원이 될 때까지 1순위로 배당받고, 남는 이익금은 모두 보통주를 가진 화천대유와 SK증권(특정금전신탁)에 배당토록 약관을 짠 것일 테다. 성남시는 이 배당금 외에 제1공단 공원조성(2761억원)과 교통기반시설(920억원)을 완공 상태로 기부채납 받도록 계약했다. 결국 성남시는 확정이익 5503억원을 보장받는 대신, 민간 참여사엔 이후 사업성에 따른 일종의 '런닝 개런티'를 다 가져가라고 한 셈이다.
이 지사가 "자기(민간 참여사)들이 위험 부담을 100% 떠안은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이런 측면을 말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또한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렸다. 결과적인 얘기이지만, 발생이익의 무려 42% 가량을 민간이 가져갔다는 점에서 성남시는 의도했건, 하지 않았건 공익으로 더 환수해야 할 이익을 놓쳐버린 셈이다. 그런 위험도 위험의 범주에 넣어야 한다. 일종의 기회비용이다. 이 지사는 민간 이익이 과도하지 않다는 점을 내세우려고 이 부분은 강조하지 않았을 것이다.
어제 이 지사가 '수사 공개 의뢰'를 했으니 특혜 시비는 사태 추이를 지켜보면 될 일이다. 여당의 유력 대선 주자란 사실과 관계없이, 대선에 영향을 미칠 사안이란 부담에서 벗어나 철저한 수사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그러나 사업 추진 과정의 위법성 여부 못지 않게 이 지사의 리더로서의 자질을 검증해보는 기회란 점도 중요하다. 만약 여기에 초점을 맞춘다면 각종 개발 사업과 관련한 이 지사의 표변하는 입장과 정치 지도자로서의 신뢰성은 문제가 적지 않다. 바로 일산대교 통행료 면제(공익처분)와 대장동 의혹에 대한 이 지사의 입장이 180도 다르다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사실 민자사업으로 추진된 일산대교 건설(민간 1910억원, 경기도 340억원 투자)이나 공공주도로 진행한 대장동 개발이나 사업의 본질에선 '민관합동'으로 다르지 않다. 일산대교는 민간(건설사 컨소시엄)이 지어 공공에 기부한 뒤, 30년간 운영 수입을 올리고 운영권도 넘겨주는 BTO(Build-Transfer-Operation) 방식의 사업이다. 민관이 손발을 잘 맞춰야 사업이 개시될 수 있고, 삐걱대지 않고 성공적으로 완료될 수 있다. 그러려면 민과 관이 위험배분, 그에 따른 수익배분 설계에 합의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컨소시엄에 들어온 어떤 주체들도 만족할 위험·수익 배분 스킴(scheme)을 얼마나 정교하게 짜느냐가 관건이다.
일산대교 건설이나 대장동 개발이나 그런 점에서 민간의 투자분은 존중받고 보호받을 필요가 있다. 그런데 이 지사는 대장동 개발에선 막대한 이익을 챙겨간 시행사에 대해 "위험 부담을 100% 떠안은 것"이라고 옹호하고, 일산대교 운영권을 가진 국민연금(비록 공공기관이지만)에 대해선 "악덕 사채업자" "봉이 김선달"이라 혹평하고 있다. 지금은 폐지됐지만, 사회간접자본(SOC) 건설 활성화를 위해 민자사업의 최소운영수입보장(MRG)이 제도적으로 보장되던 시기에 '연 8%의 MRG' 계약을 맺어놓고 이제와서 딴소리 하는 것이다.
통행료 인하 등 공익을 생각해 민자SOC 운영회사가 '자본재조달'로 조달금리를 낮추는 게 일반적이라지만, 국민연금은 국민 노후자산의 수익성에 직접적 영향을 주기 때문에 쉽지 않은 사정이 있을 게다. 이런 부분은 애써 못 본 척하고, 적어도 시장에선 최소 3400억~3600억원으로 추정하는 일산대교 운영 기대수익을 무시하고 '2000억원에 운영권을 포기하라'고 으름장을 놓아서야 되겠나.
자신이 필요할 때는 '민간의 위험 감수 투자'에 대한 적정한 보상을 강조하고, 지지 기반 확대에 도움될 것 같으면 '민간은 악덕업자'라는 주장을 서슴없이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기회주의적 입장 표변에 국민이 얼마나 신뢰와 지지를 보낼지 의문이다. 만약 우연하게도 대장동 개발 의혹이 일산대교 공익처분보다 먼저 불거졌더라면 과연 이 지사가 일산대교 공익처분 결정을 내릴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자신의 말이 올무가 돼 민간 역할을 폄훼하는 공익처분을 내리기 쉽지 않을 것이란 생각을 해본다. 국가를 이끌겠다는 정치 지도자의 처신이 이래선 곤란하지 않겠나. 향후 대장동 개발 사업에 법적 하자가 없다는 결론이 나오더라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다.
장규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