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시한폭탄 '부채한도'…월가가 숨죽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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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현지시간) 뉴욕 증시는 롤러코스터를 탔습니다. 다우 지수는 플러스로 개장했지만, 쭉 내려가면서 오전 11시께에는 274포인트나 떨어졌습니다. 하지만 반등해 오후 3시 반께는 다시 플러스를 회복했으나 이후 하락하면서 0.18% 떨어진 채 마감됐습니다. S&P500 지수도 0.16% 내렸고, 나스닥은 0.13% 올랐지만 움직인 궤적은 비슷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금요일 쿼드러플 위칭 데이와 다음 주 미 중앙은행(Fed)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둔 데다 워싱턴에선 인프라법안 협상과 증세, 부채한도 상향 이슈 등으로 시끄러워 투자자들이 관망세를 보이고 있다"라면서 "다만 약세 속에서도 S&P500 지수의 50일 이동평균선은 계속 지켜지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날 S&P500 지수는 4473.75로 마감됐습니다. 50일 이평선은 4433 부근입니다. 전날 반등했던 곳입니다.
이렇게 기술적 지지선이 지켜지는 건 풍부한 유동성 덕분입니다. 9월 들어 약세가 이어지자 S&P500 지수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SPY ETF로)로 순 유입이 급격히 증가했습니다. 이른바 '저가 매수'입니다.
이날 경제지표들도 지수와 마찬가지로 롤러코스터를 탔습니다.
델타 변이 확산세 속에 감소(0.8%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던 8월 소매판매는 전월보다 0.7% 증가한 것으로 나왔습니다. 특히 재고 부족으로 살 수 없는 자동차를 제외한 8월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1.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자동차와 부품 판매는 전월 대비 3.6%나 감소했고 전자제품 3.1% 줄었습니다. 전자제품도 재고가 모자라지요. 하지만 레스토랑과 술집 지출은 전월과 같았습니다. 또 온라인 소비는 5.4% 증가했고 가구는 3.7%, 일반 용품 3.6%, 음식료 1.8% 증가했습니다. 정리하면 델타 변이에 집에서 온라인 쇼핑을 늘렸고 음식과 가구 지출도 늘었습니다. 9월 학교 개학을 맞아 학용품(일반 용품) 소비도 증가했죠. 그러면서도 레스토랑과 바에서 쓰는 돈을 줄이지 않은 겁니다. 역시 막대한 이전소득을 받은 미국의 소비자들은 상황이 어쨌든 간에 돈을 계속 쓰고 있는 겁니다. 절대 액수로 보면 팬데믹 이전보다 무려 18%나 많은 상황입니다.
판테온이코노믹스는 "8월 소매판매를 한마디로 정리하면 델타 변이 공포가 많은 현금을 가진 미국인들이 소비하는 걸 막지 못했다는 것이다. 물론 서비스에서는 조금 후퇴했지만 말이다. 예상을 넘어 이렇게 잘 나오는 건 자주 나오는 일은 아니다"라고 밝혔습니다.
다만 7월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1.1% 감소에서 1.8% 감소로 하향 조정된 건 월가의 흥분을 감소시켰습니다.
캐피털이코노믹스는 "8월 소매 판매가 0.7% 증가했지만 7월 수치가 크게 하향 조정된 것, 그리고 8월 세부 사항은 훨씬 덜 긍정적이었습니다. 레스토랑과 바 지출이 늘어나지 않은 건 델타 변이에 대한 두려움이 (소비 심리에) 부정적 역할을 하고 있음을 시사한다"라고 분석했습니다.
한 월가 관계자는 "공급망 혼란이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소비가 이렇게 강하면 인플레이션을 더 부추길 수 있다"라고 우려하기도 했습니다. 이날 시스코의 척 로빈스 최고경영자(CEO)는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공급망 혼란이 내년 중반에나 끝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소매판매와 같은 시간에 나온 주간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전주보다 2만 건 증가한 33만2000 건으로 나왔습니다. 예상(32만 건)보다 많았습니다. 다만 미국의 고용은 여전히 회복 경로에 있다는 해석이 많았습니다. 이렇게 경기 지표가 엇갈리면서 시장 움직임도 이날 그다지 방향성이 없었습니다. 50일 이동평균선이 지켜지고 있다는 게 유일한 방향성입니다.
역시 9월은 9월입니다. 이달 들어 시장은 걱정이 많습니다. 특히 시장의 발목을 잡는 건 정치입니다. 월가 관계자는 "최근 가장 큰 걱정은 부채한도 상향 이슈"라고 말했습니다. 월가 곳곳에서는 계속해서 부채한도가 시한폭탄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날 조 바이든 대통령은 재닛 옐런 재무장관이 공화당의 미치 맥코널 상원 원내대표와 통화했고, 부채한도가 높아지지 않으면 부정적 충격이 있을 것이란 뜻을 전했다고 밝혔습니다. 맥코널 대표는 이에 대해 "옐런 장관에서 민주당은 부채한도를 높일 수 있는 모든 권한을 갖고 있다. 알아서 해라"라고 말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리곤 트위터를 통해 "확실히 하자. 민주당은 백악관과 상원, 하원을 모두 지배한다. 부채한도를 높일 수 있는 모든 도구를 갖고 있다. 이건 그들의 책임이다. 공화당은 또 다른 무모하고 당파적인 증세와 과다 지출을 가능하게 하지 않겠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즉 공화당이 협조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한 것입니다. 맞습니다. 민주당은 부채한도도 단순다수결 투표만 필요한 예산조정 절차를 통해 통과시킬 수 있습니다. 하지만 민주당 지도부는 양당 협의를 통해 통과시키겠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JP모간은 "향후 국가재정에 문제가 생기면 홀로 책임져야 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물론 막판에 몰리면 입장을 바꿀 수도 있겠지요.
부채한도가 왜 뉴욕 증시에 큰 문제가 될까요? 인베스코, 그리고 JP모간의 보고서를 기반으로 자세히 짚어보겠습니다.
① 부채한도는 무엇입니까?
연방 정부는 매일 세수보다 더 많은 돈을 지출하고 차입금으로 차액을 메우고 있습니다. 이렇게 감당할 수 있는 부채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1917년 제2차 자유채권법(Second Liberty Bond Act)은 발행할 수 있는 국채의 양을 80억 달러로 제한했습니다. 의회는 1917년 이후 지속해서 한도 증액을 위해 투표하고 있습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에만 다섯 번 인상했습니다. 과거에는 관행적으로 이를 통과시켰지만, 부채가 커지며 점점 정치적 쟁점이 되고 있습니다. 2011년, 2013년에는 부채한도 증액에 실패하면서 연방 정부가 일시적으로 폐쇄됐습니다.
② 부채한도 논쟁이 다시 등장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2019년 의회는 부채한도 적용을 2년간 유예하기로 했습니다. 당시 한도는 22조 달러였습니다. 지난 7월 말로 유예기간이 끝나면서 8월 1일 자로 28조5000억 달러로 복원됐습니다. 현재 연방 정부 부채는 28조4273억 달러입니다. 새로운 국채를 발행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③ 그렇다면 연방 정부는 어떻게 하고 있습니까?
재닛 옐런 재무장관에 따르면, 정부는 지금까지 '특별 조치' 등을 통해 자금을 융통해 돈을 쓰고 있습니다. 재무부는 특별 조치를 통해 얼마나 더 버텨낼지 구체적인 추정치를 제시하지 않았습니다. 옐런은 모든 자금이 10월 중 소진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④ 돈이 떨어지면 어떻게 됩니까?
모든 돈이 떨어지는 마감일(Drop Dead Date) 이후에는 미국 재무부는 세수에만 의존해야 합니다. 한정된 예산 때문에 모든 곳에 돈을 집행할 수 없습니다. 옐런 장관은 "현금이 완전히 소진되면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채무 의무를 이행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⑤ 미국이 채무 불이행에 빠질 것이라는 의미입니까?
꼭 그런 건 아닙니다. 연방 정부는 여전히 들어오는 세금을 쓸 수 있습니다. 백악관 예산관리국에 따르면 매월 총 3150억 달러가 세수로 들어옵니다. 재무부는 그 돈을 어디에 먼저 쓸지 우선순위를 정해야 합니다. 사회 보장 및 메디케어 지급, 부채 상환, 군비 등에 쓸 것입니다.
하지만 돈이 모자라기 때문에 공무원 급여부터 세금 환급, 교육 지출 등 많은 것이 중단될 수 있습니다. 연방 정부는 220만 명을 고용하고 있습니다. 전체 노동력의 1.5%에 대한 급여 중단은 미국 경제를 둔화시킬 것입니다.
⑥ 부채한도는 높아질까요?
궁극적으로 부채한도가 인상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하지만 2011년과 2013년 부채한도 상향이 지연되면서 일시적 연방 정부 폐쇄가 발생했고 금융시장이 흔들릴 적이 있습니다.
⑦ 이는 증시에는 무엇을 의미합니까?
지난 2011년과 2013년에도 마감일을 전후해 증시는 하락했습니다. 하지만 문제가 해결되자 다음 12개월 동안 상당한 수익을 올렸습니다. 국채 금리는 2011년 이후 3% 미만으로 떨어졌고, 2013년에도 부채한도를 둘러싼 대치 이후에 급격한 지출 삭감으로 인해 미국 경제가 둔화하자 하락했습니다.
⑧ 마감일이 가까워지면 금융시장은 어떻게 될까요?
금융시장에 심각한 혼란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지 않지만 2011년과 2013년 마감일을 앞둔 경우와 같이 증시 변동성이 더 커질 수 있습니다. 정부가 채무 지불 의무를 이행할 수 없다는 전망에 시장은 앞으로 몇 주 동안 불안한 날을 보낼 수 있습니다. JP모간은 부채한도 상향이 해결되지 않으면 채권 금리가 요동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JP모간은 현재 자신들의 금리 프레임워크(Fed 정책 가이던스+성장 기대+인플레이션 기대 등)에 비춰보면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적정가치보다 20bp(1bp=0.01%포인트) 이상으로 낮은 상태인데, 이는 최근 몇 년 동안 나타난 가장 큰 격차라는 겁니다.
이를 델타 변이 두려움과 여름 동안의 국채 시장에서의 숏커버링 때문으로 풀이했습니다. 지난 6월 초 급증했던 국채 공매도가 이후 국채 금리 하락에 정리되면서 금리 하락을 더욱 부추겼다는 것이죠. 하지만 델타 변이는 8월 초 1.3에 달했던 감염 재생산지수(R)가 1 이하로 떨어졌고, 국채 숏커버링도 거의 정리가 됐습니다. 그래서 연말이면 국채 금리가 1.75%로 올라갈 것으로 예상합니다.
하지만 문제가 있습니다. 부채한도 유예가 지난 7월 말로 끝났지만, 의회는 제대로 논의하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JP모간은 의회는 특히 인프라 협상과 내년 예산안 등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으므로 부채한도가 해결되지 않으면 정부가 폐쇄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특히 10월 중 연방 정부 현금이 떨어질 수 있으므로 9월 중에 해결되는 게 바람직하다고 주장했습니다.
JP모간은 연방 정부의 현금이 소진돼 미 국채를 갚을 수 없는 '기술적 채무 불이행'이 발생할 위험은 매우 낮지만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JP모간은 '기술적 채무 불이행'이 며칠 미만, 즉 매우 단기적으로 발생하면 미국의 지급능력에는 큰 문제가 없겠지만 금융시장에서는 문제가 생길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즉 '채무 불이행'이 짧게 발생해도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지속할 수 있다는 겁니다.
JP모간은 세 가지 방향으로 금융시장에 영향을 줄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① 미국 신용등급 하향 가능성
2011년 부채한도 이슈로 연방 정부가 폐쇄되자 S&P는 신용등급을 낮췄습니다. JP모간은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한다. 어떤 채무 불이행도 짧게 발행해도 등급이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② 외국인 국채 수요 감소
외국인의 미 국채 보유량은 정점을 찍고 지난 10년간 감소해왔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발행량을 3분의 1을 외국인이 갖고 있습니다. JP모간은 "'기술적 채무 불이행'이 발생하면 즉시 해소되더라도 해외 수요가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습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 페니메, 프레디맥 등 국채 모기지 기관의 신용등급이 하향되자, 외국인들의 모기지 채권 수요는 영구적으로 훨씬 감소했다는 겁니다. JP모간은 "기술적 디폴트로 인해 해외 수요가 약해질 수 있다고 생각하며, 이는 장기적으로 더 높은 국채 수익률을 초래할 수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③ 레포 시장 혼란→국채 금리 요동
미국의 레포(환매조건부 채권) 시장 규모는 2조 달러가 넘습니다. 미 국채 등 채권을 담보로 맡겨놓고 돈을 빌려 가는 곳입니다. 통상 채권 투자자들이 유동성 확보를 위해 돈을 빌립니다. 또 공매도를 위해 채권을 빌리기도 합니다.
JP모간에 따르면 현재 레포 시장에 담보로 맡겨진 국채가 1조6000억 달러에 달합니다. 전체 레포 시장의 약 75%를 차지합니다.
JP모간은 "'기술적 채무 불이행'이 발생하면 국채 가격이 급락해 마진콜이 발생할 수 있다. 일부 발생할 수 있는 강제 디레버리징(매각) 등은 국채 가격을 더욱 떨어뜨릴 수 있다"라고 경고했습니다.
다만 국채 금리의 방향성은 불투명합니다. 미국의 연방 정부 폐쇄, 채무 불이행 등이 발생하면, 금융시장의 위험 회피가 증가함에 따라 국채 수익률이 하락할 위험도 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미국 신용등급이 떨어져도 미 국채를 팔아서 다른 곳에 투자할 곳이 없다"라며 "금리가 어찌 될지 불확실하다"라고 말했습니다.
금융시장의 가장 큰 적은 불확실성입니다. 이런 불확실성이 점점 더 심화하고 있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이날 경제지표들도 지수와 마찬가지로 롤러코스터를 탔습니다.
델타 변이 확산세 속에 감소(0.8%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던 8월 소매판매는 전월보다 0.7% 증가한 것으로 나왔습니다. 특히 재고 부족으로 살 수 없는 자동차를 제외한 8월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1.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자동차와 부품 판매는 전월 대비 3.6%나 감소했고 전자제품 3.1% 줄었습니다. 전자제품도 재고가 모자라지요. 하지만 레스토랑과 술집 지출은 전월과 같았습니다. 또 온라인 소비는 5.4% 증가했고 가구는 3.7%, 일반 용품 3.6%, 음식료 1.8% 증가했습니다. 정리하면 델타 변이에 집에서 온라인 쇼핑을 늘렸고 음식과 가구 지출도 늘었습니다. 9월 학교 개학을 맞아 학용품(일반 용품) 소비도 증가했죠. 그러면서도 레스토랑과 바에서 쓰는 돈을 줄이지 않은 겁니다. 역시 막대한 이전소득을 받은 미국의 소비자들은 상황이 어쨌든 간에 돈을 계속 쓰고 있는 겁니다. 절대 액수로 보면 팬데믹 이전보다 무려 18%나 많은 상황입니다.
판테온이코노믹스는 "8월 소매판매를 한마디로 정리하면 델타 변이 공포가 많은 현금을 가진 미국인들이 소비하는 걸 막지 못했다는 것이다. 물론 서비스에서는 조금 후퇴했지만 말이다. 예상을 넘어 이렇게 잘 나오는 건 자주 나오는 일은 아니다"라고 밝혔습니다.
다만 7월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1.1% 감소에서 1.8% 감소로 하향 조정된 건 월가의 흥분을 감소시켰습니다.
캐피털이코노믹스는 "8월 소매 판매가 0.7% 증가했지만 7월 수치가 크게 하향 조정된 것, 그리고 8월 세부 사항은 훨씬 덜 긍정적이었습니다. 레스토랑과 바 지출이 늘어나지 않은 건 델타 변이에 대한 두려움이 (소비 심리에) 부정적 역할을 하고 있음을 시사한다"라고 분석했습니다.
한 월가 관계자는 "공급망 혼란이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소비가 이렇게 강하면 인플레이션을 더 부추길 수 있다"라고 우려하기도 했습니다. 이날 시스코의 척 로빈스 최고경영자(CEO)는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공급망 혼란이 내년 중반에나 끝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소매판매와 같은 시간에 나온 주간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전주보다 2만 건 증가한 33만2000 건으로 나왔습니다. 예상(32만 건)보다 많았습니다. 다만 미국의 고용은 여전히 회복 경로에 있다는 해석이 많았습니다. 이렇게 경기 지표가 엇갈리면서 시장 움직임도 이날 그다지 방향성이 없었습니다. 50일 이동평균선이 지켜지고 있다는 게 유일한 방향성입니다.
역시 9월은 9월입니다. 이달 들어 시장은 걱정이 많습니다. 특히 시장의 발목을 잡는 건 정치입니다. 월가 관계자는 "최근 가장 큰 걱정은 부채한도 상향 이슈"라고 말했습니다. 월가 곳곳에서는 계속해서 부채한도가 시한폭탄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날 조 바이든 대통령은 재닛 옐런 재무장관이 공화당의 미치 맥코널 상원 원내대표와 통화했고, 부채한도가 높아지지 않으면 부정적 충격이 있을 것이란 뜻을 전했다고 밝혔습니다. 맥코널 대표는 이에 대해 "옐런 장관에서 민주당은 부채한도를 높일 수 있는 모든 권한을 갖고 있다. 알아서 해라"라고 말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리곤 트위터를 통해 "확실히 하자. 민주당은 백악관과 상원, 하원을 모두 지배한다. 부채한도를 높일 수 있는 모든 도구를 갖고 있다. 이건 그들의 책임이다. 공화당은 또 다른 무모하고 당파적인 증세와 과다 지출을 가능하게 하지 않겠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즉 공화당이 협조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한 것입니다. 맞습니다. 민주당은 부채한도도 단순다수결 투표만 필요한 예산조정 절차를 통해 통과시킬 수 있습니다. 하지만 민주당 지도부는 양당 협의를 통해 통과시키겠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JP모간은 "향후 국가재정에 문제가 생기면 홀로 책임져야 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물론 막판에 몰리면 입장을 바꿀 수도 있겠지요.
부채한도가 왜 뉴욕 증시에 큰 문제가 될까요? 인베스코, 그리고 JP모간의 보고서를 기반으로 자세히 짚어보겠습니다.
① 부채한도는 무엇입니까?
연방 정부는 매일 세수보다 더 많은 돈을 지출하고 차입금으로 차액을 메우고 있습니다. 이렇게 감당할 수 있는 부채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1917년 제2차 자유채권법(Second Liberty Bond Act)은 발행할 수 있는 국채의 양을 80억 달러로 제한했습니다. 의회는 1917년 이후 지속해서 한도 증액을 위해 투표하고 있습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에만 다섯 번 인상했습니다. 과거에는 관행적으로 이를 통과시켰지만, 부채가 커지며 점점 정치적 쟁점이 되고 있습니다. 2011년, 2013년에는 부채한도 증액에 실패하면서 연방 정부가 일시적으로 폐쇄됐습니다.
② 부채한도 논쟁이 다시 등장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2019년 의회는 부채한도 적용을 2년간 유예하기로 했습니다. 당시 한도는 22조 달러였습니다. 지난 7월 말로 유예기간이 끝나면서 8월 1일 자로 28조5000억 달러로 복원됐습니다. 현재 연방 정부 부채는 28조4273억 달러입니다. 새로운 국채를 발행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③ 그렇다면 연방 정부는 어떻게 하고 있습니까?
재닛 옐런 재무장관에 따르면, 정부는 지금까지 '특별 조치' 등을 통해 자금을 융통해 돈을 쓰고 있습니다. 재무부는 특별 조치를 통해 얼마나 더 버텨낼지 구체적인 추정치를 제시하지 않았습니다. 옐런은 모든 자금이 10월 중 소진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④ 돈이 떨어지면 어떻게 됩니까?
모든 돈이 떨어지는 마감일(Drop Dead Date) 이후에는 미국 재무부는 세수에만 의존해야 합니다. 한정된 예산 때문에 모든 곳에 돈을 집행할 수 없습니다. 옐런 장관은 "현금이 완전히 소진되면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채무 의무를 이행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⑤ 미국이 채무 불이행에 빠질 것이라는 의미입니까?
꼭 그런 건 아닙니다. 연방 정부는 여전히 들어오는 세금을 쓸 수 있습니다. 백악관 예산관리국에 따르면 매월 총 3150억 달러가 세수로 들어옵니다. 재무부는 그 돈을 어디에 먼저 쓸지 우선순위를 정해야 합니다. 사회 보장 및 메디케어 지급, 부채 상환, 군비 등에 쓸 것입니다.
하지만 돈이 모자라기 때문에 공무원 급여부터 세금 환급, 교육 지출 등 많은 것이 중단될 수 있습니다. 연방 정부는 220만 명을 고용하고 있습니다. 전체 노동력의 1.5%에 대한 급여 중단은 미국 경제를 둔화시킬 것입니다.
⑥ 부채한도는 높아질까요?
궁극적으로 부채한도가 인상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하지만 2011년과 2013년 부채한도 상향이 지연되면서 일시적 연방 정부 폐쇄가 발생했고 금융시장이 흔들릴 적이 있습니다.
⑦ 이는 증시에는 무엇을 의미합니까?
지난 2011년과 2013년에도 마감일을 전후해 증시는 하락했습니다. 하지만 문제가 해결되자 다음 12개월 동안 상당한 수익을 올렸습니다. 국채 금리는 2011년 이후 3% 미만으로 떨어졌고, 2013년에도 부채한도를 둘러싼 대치 이후에 급격한 지출 삭감으로 인해 미국 경제가 둔화하자 하락했습니다.
⑧ 마감일이 가까워지면 금융시장은 어떻게 될까요?
금융시장에 심각한 혼란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지 않지만 2011년과 2013년 마감일을 앞둔 경우와 같이 증시 변동성이 더 커질 수 있습니다. 정부가 채무 지불 의무를 이행할 수 없다는 전망에 시장은 앞으로 몇 주 동안 불안한 날을 보낼 수 있습니다. JP모간은 부채한도 상향이 해결되지 않으면 채권 금리가 요동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JP모간은 현재 자신들의 금리 프레임워크(Fed 정책 가이던스+성장 기대+인플레이션 기대 등)에 비춰보면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적정가치보다 20bp(1bp=0.01%포인트) 이상으로 낮은 상태인데, 이는 최근 몇 년 동안 나타난 가장 큰 격차라는 겁니다.
이를 델타 변이 두려움과 여름 동안의 국채 시장에서의 숏커버링 때문으로 풀이했습니다. 지난 6월 초 급증했던 국채 공매도가 이후 국채 금리 하락에 정리되면서 금리 하락을 더욱 부추겼다는 것이죠. 하지만 델타 변이는 8월 초 1.3에 달했던 감염 재생산지수(R)가 1 이하로 떨어졌고, 국채 숏커버링도 거의 정리가 됐습니다. 그래서 연말이면 국채 금리가 1.75%로 올라갈 것으로 예상합니다.
하지만 문제가 있습니다. 부채한도 유예가 지난 7월 말로 끝났지만, 의회는 제대로 논의하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JP모간은 의회는 특히 인프라 협상과 내년 예산안 등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으므로 부채한도가 해결되지 않으면 정부가 폐쇄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특히 10월 중 연방 정부 현금이 떨어질 수 있으므로 9월 중에 해결되는 게 바람직하다고 주장했습니다.
JP모간은 연방 정부의 현금이 소진돼 미 국채를 갚을 수 없는 '기술적 채무 불이행'이 발생할 위험은 매우 낮지만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JP모간은 '기술적 채무 불이행'이 며칠 미만, 즉 매우 단기적으로 발생하면 미국의 지급능력에는 큰 문제가 없겠지만 금융시장에서는 문제가 생길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즉 '채무 불이행'이 짧게 발생해도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지속할 수 있다는 겁니다.
JP모간은 세 가지 방향으로 금융시장에 영향을 줄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① 미국 신용등급 하향 가능성
2011년 부채한도 이슈로 연방 정부가 폐쇄되자 S&P는 신용등급을 낮췄습니다. JP모간은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한다. 어떤 채무 불이행도 짧게 발행해도 등급이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② 외국인 국채 수요 감소
외국인의 미 국채 보유량은 정점을 찍고 지난 10년간 감소해왔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발행량을 3분의 1을 외국인이 갖고 있습니다. JP모간은 "'기술적 채무 불이행'이 발생하면 즉시 해소되더라도 해외 수요가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습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 페니메, 프레디맥 등 국채 모기지 기관의 신용등급이 하향되자, 외국인들의 모기지 채권 수요는 영구적으로 훨씬 감소했다는 겁니다. JP모간은 "기술적 디폴트로 인해 해외 수요가 약해질 수 있다고 생각하며, 이는 장기적으로 더 높은 국채 수익률을 초래할 수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③ 레포 시장 혼란→국채 금리 요동
미국의 레포(환매조건부 채권) 시장 규모는 2조 달러가 넘습니다. 미 국채 등 채권을 담보로 맡겨놓고 돈을 빌려 가는 곳입니다. 통상 채권 투자자들이 유동성 확보를 위해 돈을 빌립니다. 또 공매도를 위해 채권을 빌리기도 합니다.
JP모간에 따르면 현재 레포 시장에 담보로 맡겨진 국채가 1조6000억 달러에 달합니다. 전체 레포 시장의 약 75%를 차지합니다.
JP모간은 "'기술적 채무 불이행'이 발생하면 국채 가격이 급락해 마진콜이 발생할 수 있다. 일부 발생할 수 있는 강제 디레버리징(매각) 등은 국채 가격을 더욱 떨어뜨릴 수 있다"라고 경고했습니다.
다만 국채 금리의 방향성은 불투명합니다. 미국의 연방 정부 폐쇄, 채무 불이행 등이 발생하면, 금융시장의 위험 회피가 증가함에 따라 국채 수익률이 하락할 위험도 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미국 신용등급이 떨어져도 미 국채를 팔아서 다른 곳에 투자할 곳이 없다"라며 "금리가 어찌 될지 불확실하다"라고 말했습니다.
금융시장의 가장 큰 적은 불확실성입니다. 이런 불확실성이 점점 더 심화하고 있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