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세계적인 커피 기구인 월드커피리서치는 "2050년까지 전세계 커피 수요는 두 배 늘어나는 반면 경작지는 절반 이상 사라질 것"으로 예측했다. 서 대표는 "최근 기후변화가 심각해져 경작지의 사막화 등이 2014년 예측보다 더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20년 전 코스타리카에 정착한 서 대표는 10년간 커피 생두를 수출하고 있다. 국내에선 '테라로사' '프릳츠' 등 스페셜티 커피로 유명한 카페들이 그와 거래한다. 커피 생두를 판매하기 위해선 커피를 알아야 한다는 판단에 바리스타, 로스터, 큐그레이더(생두 감별사) 자격증을 땄다. 9년째 '세계 커피 올림픽'으로 불리는 '컵 오브 엑설런스 코스타리카'에서 심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을 정도로 세계적인 커피 전문가로 꼽힌다.
커피 품종의 멸종 위기는 심각하다. 전 세계엔 130여개의 코페아종이 있다. 이 가운데 유통되는 종은 단 두 가지 뿐이다. 아라비카종과 로부스타로 알려진 카네포라종이다. 각각 세계 커피 시장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이 60%, 40%다. "나머지 128개종은 15년 이내에 멸종할 위기에 처했다"고 서 대표는 말했다. 커피의 생산성이 떨어지자 농사를 포기하는 농부들도 급증하고 있다. 그는 "코스타리카에서만 15년간 커피 생산 가구 수가 5만6000여 가구에서 2만9000여 가구로 절반 가까이 급감했다"고 했다. "불규칙해진 건기와 우기, 이상기온과 잦은 폭우·가뭄, 달라진 모습으로 공격해오는 병충해, 원가에 못미치는 수익성 등 탓에 커피 농사만으론 생계를 이어가기 어려워 재배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는 설명이다.
서 대표는 멸종 위기의 커피나무를 구하기 위해 2019년 세계적인 커피 전문가 3명과 의기투합해 새로운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비바 라 핀카(Viva la finca·농장 만세)'로 커피의 미래 품종을 개발하는 프로젝트다. 서 대표를 비롯해 마리오 로드리게스 스타벅스 글로벌 커피연구센터 디렉터와 윌리엄 솔라노 까띠에(열대농업연구센터) 커피 담당 식물학자, 프란시스코 안수에또 월드 커피 리서치 품종 개발 컨설턴트가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이들은 병충해는 물론 가뭄과 냉해에 강하고 생산성이 기존 대비 2~4배 높은데다 맛이 좋아 상품성이 있는 미래 커피 품종을 개발하고 있다. 서 대표는 "커피나무의 멸종을 막기 위해선 커피 생산자인 농가부터 구해야 한다"며 "미래 커피 품종을 개발해 무상 배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무상 배포하는 이유는 "기후변화 속도가 빨라져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수익성을 계산하고 할 시간이 없다"며 "일단 배포해야 한다"고 했다.
서 대표가 운영하는 제이앤비카페인터내셔널의 '제이앤비'는 솔로몬 성전 기둥의 이름이다. 그는 "스러져가는 커피 농가가 만세를 부를 수 있도록 뛰어난 커피 품종을 개발해 세계 커피업계에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