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메신저' 카카오 어쩌다가…"살려면 결단 내려야" [강경주의 IT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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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주의 IT카페] 18회
문자메시지 '무료' 혁신→문어발식 확장으로 논란
카카오 대기업집단 도약 핵심에 금융업 진출 있어
"카카오 살려면 김 의장이 진정한 결단 내려야"
문자메시지 '무료' 혁신→문어발식 확장으로 논란
카카오 대기업집단 도약 핵심에 금융업 진출 있어
"카카오 살려면 김 의장이 진정한 결단 내려야"
올 들어 폭풍 성장하며 질주하던 카카오가 최대 위기를 맞았다. '문어발식 사업 확장, 골목상권 침탈'이란 비판을 받으면서다. 10여년 전엔 수백억원 적자에 허덕이던 카카오는 어떻게 정치권과 소상공인들의 타깃이 된 것일까.
회사 이름에 모바일 커뮤니케이션이 주는 즐거움을 담고 싶었던 김 의장이 자신이 좋아하는 초콜릿의 원재료인 '카카오'를 사명으로 정한 것은 잘 알려진 이야기다. 영문명은 'Cacao'였지만 해당 도메인이 이미 등록돼 있어 김 의장은 한국(Korea)의 'K'를 따 'Kakao'라 이름 붙였다.
당시에도 '와츠앱' 등 카카오톡과 유사한 어플리케이션(앱)은 이미 존재했다. 미국과 국내에도 출시된 상태였다. 하지만 이들 앱은 유료였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가 서비스하던 문자 메시지 역시 유료, 장문 메시지는 추가 요금까지 붙었다. 문자 메시지 비용이 당연했던 시기, 카카오는 분량과 상관없는 무료 메시지 서비스로 '국민 메신저'로 자리잡았다. 카카오의 초기 창업 자본금은 100억원 규모였다. 무료 서비스를 유지하기 위해 2년간 210억원의 누적 적자를 봤다. 단순히 메시지만 주고 받는 서비스였던 데다가 뚜렷한 수익모델이 없다는 평가에 투자 유치도 쉽지 않았다. 위기가 지속되던 2012년 게임기업 '애니팡' 등 몇몇 업체와 계약을 체결하고 이후 텐센트, 위메이드로부터 투자를 받아 사업을 이어갔다. 그러면서 카카오는 2013년부터는 수백억대 수익을 내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사업에 속도가 붙은 카카오는 '전국민 메신저' 타이틀 덕분에 인지도와 신뢰를 쌓으며 승승장구했다. 카카오톡 모델에 선물하기, 플러스친구, 이모티콘, 카카오스토리, 카카오게임, 카카오프렌즈, 카카오페이지 등의 서비스를 연계했다. 2014년엔 포털 서비스 다음커뮤니케이션까지 인수합병하면서 몸집을 불렸다. 카카오톡과 겹치는 마이피플, 카카오뮤직과 겹치는 다음 뮤직 서비스는 종료했고 다음지도는 카카오맵이라는 이름으로 리브랜딩했다.
카카오가 지금의 대기업으로 도약하는 데 있어 가장 큰 계기는 2015년 11월 카카오뱅크가 인터넷 은행 예비인가를 받은 게 꼽힌다. 금융업 진출 이후 카카오의 성장세는 더욱 가팔라졌다. 카카오는 카카오뱅크 설립 4년 만, 회사 설립 9년 만에 자산규모 10조원을 넘기며 공식적으로 대기업 집단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가 터지면서 비대면 문화가 자리잡은 게 카카오에게는 더 큰 기회로 다가왔다. 그 결과 카카오는 올 상반기 들어서만 계열사 40개를 추가하며 158개의 계열사를 거느린 '정보기술(IT) 공룡'으로 커졌다. 카카오의 몸집은 계열사 144개의 SK그룹보다도 많은 수준. '문어발 기업'이란 비판을 대명사로 찍힌 롯데그룹의 경우 85개에 지나지 않으며, 삼성그룹도 59개에 불과하다. 게다가 카카오 계열사들은 "국내 스타트업 발전을 저해하고, 소상공인 위주 사업 영역을 건드리는가 하면 내수시장에 편중됐다"는 비판을 받았다. 카카오의 해외 매출 비중은 채 10%가 안 된다. 글로벌 IT 기업을 표방했지만 결과는 전혀 다르다는 지적을 받은 이유다.
문자 메시지 무료라는 혁신을 토대로 성장했지만 구글·애플·아마존·페이스북 등 글로벌 IT 공룡의 확장 모델과 유사하다. 공격적 인수합병(M&A)과 투자를 통해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린 뒤 지배력을 앞세워 유료 모델로 전환하는 방식이다. 문제는 독점 체제를 앞세워 수익 확보로 방향을 틀면서 갈등이 커지고 있다는 점.
국내 택시 호출시장의 90%를 차지하는 '카카오T'가 대표적이다. 카카오T는 우선 배차가 가능한 스마트 호출 기능 요금을 기존 정액제 요금(일반 시간 1000원·심야시간 2000원)에서 최대 5000원까지 받을 수 있는 탄력요금제로 변경을 시도했다. 카카오모빌리티 측은 택시 호출이 많은 특정 시간대 외에는 가격이 더 싸진다는 설명을 내놨지만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이에 스마트 호출료 범위를 '0~5000원'에서 '0~2000원'으로 줄이며 꼬리를 내렸다.
카카오의 유료모델 전환 시도는 또 있었다. 앞서 카카오는 지난 3월 택시 기사들로부터 월 9만9000원을 받고 배차 혜택을 주는 '프로 멤버십' 제도를 도입하며 택시 기사를 대상으로 한 유료화를 본격화했다. 이 밖에도 대리, 주차, 셔틀, 기차, 항공, 퀵, 공유킥보드 등 카카오모빌리티가 진출한 서비스는 언제든 유료화 또는 기존 요금 인상 가능성이 높다. 뿐만 아니라 꽃배달, 헤어샵 등등 골목상권까지 침탈해 소상공인들의 설자리마저 빼앗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이를 위해 카카오는 상생 기금 3000억원을 5년에 걸쳐 마련할 계획이다. 김 의장이 소유하고 가족이 경영하는 투자전문업체 '케이큐브홀딩스'는 미래 교육·인재 양성 등 사회적 가치 창출에 집중하는 기업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최대 플랫폼인 카카오가 살려면 이제 카카오톡에 갖다 붙이는 복제 방식의 사업과 플랫폼을 내려놔야 한다"며 "그러려면 김 의장이 진정으로 결단을 내려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카카오 역사 서막 연 '카카오톡 혁신'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은 2006년 11월 카카오의 전신인 '아이위랩'을 설립했다. 2007~2008년 미국에 블로그 서비스 '부루', 한국엔 소셜 추천 서비스 '위지아'를 선보였지만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2009년에는 카카오아지트(모바일 카페 서비스), 카카오 수다(모바일 사진·동영상 공유서비스), 카카오톡 3가지 시리즈를 선보였고, 카카오톡이 대박을 터뜨렸다. 2010년 9월 사명을 '카카오'로 변경하고 본격적으로 플랫폼 기업으로 변신했다.회사 이름에 모바일 커뮤니케이션이 주는 즐거움을 담고 싶었던 김 의장이 자신이 좋아하는 초콜릿의 원재료인 '카카오'를 사명으로 정한 것은 잘 알려진 이야기다. 영문명은 'Cacao'였지만 해당 도메인이 이미 등록돼 있어 김 의장은 한국(Korea)의 'K'를 따 'Kakao'라 이름 붙였다.
당시에도 '와츠앱' 등 카카오톡과 유사한 어플리케이션(앱)은 이미 존재했다. 미국과 국내에도 출시된 상태였다. 하지만 이들 앱은 유료였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가 서비스하던 문자 메시지 역시 유료, 장문 메시지는 추가 요금까지 붙었다. 문자 메시지 비용이 당연했던 시기, 카카오는 분량과 상관없는 무료 메시지 서비스로 '국민 메신저'로 자리잡았다. 카카오의 초기 창업 자본금은 100억원 규모였다. 무료 서비스를 유지하기 위해 2년간 210억원의 누적 적자를 봤다. 단순히 메시지만 주고 받는 서비스였던 데다가 뚜렷한 수익모델이 없다는 평가에 투자 유치도 쉽지 않았다. 위기가 지속되던 2012년 게임기업 '애니팡' 등 몇몇 업체와 계약을 체결하고 이후 텐센트, 위메이드로부터 투자를 받아 사업을 이어갔다. 그러면서 카카오는 2013년부터는 수백억대 수익을 내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사업에 속도가 붙은 카카오는 '전국민 메신저' 타이틀 덕분에 인지도와 신뢰를 쌓으며 승승장구했다. 카카오톡 모델에 선물하기, 플러스친구, 이모티콘, 카카오스토리, 카카오게임, 카카오프렌즈, 카카오페이지 등의 서비스를 연계했다. 2014년엔 포털 서비스 다음커뮤니케이션까지 인수합병하면서 몸집을 불렸다. 카카오톡과 겹치는 마이피플, 카카오뮤직과 겹치는 다음 뮤직 서비스는 종료했고 다음지도는 카카오맵이라는 이름으로 리브랜딩했다.
카카오가 지금의 대기업으로 도약하는 데 있어 가장 큰 계기는 2015년 11월 카카오뱅크가 인터넷 은행 예비인가를 받은 게 꼽힌다. 금융업 진출 이후 카카오의 성장세는 더욱 가팔라졌다. 카카오는 카카오뱅크 설립 4년 만, 회사 설립 9년 만에 자산규모 10조원을 넘기며 공식적으로 대기업 집단에 이름을 올렸다.
삼성·SK·롯데보다 계열사 수 많아
카카오 플랫폼은 어느 사업 모델을 갖다 붙여도 대박이 났다. 선물하기, 결제, 보험, 금융, 증권, 쇼핑, 웹툰, 엔터테인먼트, 게임, 퀵서비스, 꽃배달, 샐러드 배달, 미용실, 네일숍, 영어 교육, 골프장, 택시, 대리, 주차 대행 등 종류가 다양하다.지난해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가 터지면서 비대면 문화가 자리잡은 게 카카오에게는 더 큰 기회로 다가왔다. 그 결과 카카오는 올 상반기 들어서만 계열사 40개를 추가하며 158개의 계열사를 거느린 '정보기술(IT) 공룡'으로 커졌다. 카카오의 몸집은 계열사 144개의 SK그룹보다도 많은 수준. '문어발 기업'이란 비판을 대명사로 찍힌 롯데그룹의 경우 85개에 지나지 않으며, 삼성그룹도 59개에 불과하다. 게다가 카카오 계열사들은 "국내 스타트업 발전을 저해하고, 소상공인 위주 사업 영역을 건드리는가 하면 내수시장에 편중됐다"는 비판을 받았다. 카카오의 해외 매출 비중은 채 10%가 안 된다. 글로벌 IT 기업을 표방했지만 결과는 전혀 다르다는 지적을 받은 이유다.
문자 메시지 무료라는 혁신을 토대로 성장했지만 구글·애플·아마존·페이스북 등 글로벌 IT 공룡의 확장 모델과 유사하다. 공격적 인수합병(M&A)과 투자를 통해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린 뒤 지배력을 앞세워 유료 모델로 전환하는 방식이다. 문제는 독점 체제를 앞세워 수익 확보로 방향을 틀면서 갈등이 커지고 있다는 점.
국내 택시 호출시장의 90%를 차지하는 '카카오T'가 대표적이다. 카카오T는 우선 배차가 가능한 스마트 호출 기능 요금을 기존 정액제 요금(일반 시간 1000원·심야시간 2000원)에서 최대 5000원까지 받을 수 있는 탄력요금제로 변경을 시도했다. 카카오모빌리티 측은 택시 호출이 많은 특정 시간대 외에는 가격이 더 싸진다는 설명을 내놨지만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이에 스마트 호출료 범위를 '0~5000원'에서 '0~2000원'으로 줄이며 꼬리를 내렸다.
카카오의 유료모델 전환 시도는 또 있었다. 앞서 카카오는 지난 3월 택시 기사들로부터 월 9만9000원을 받고 배차 혜택을 주는 '프로 멤버십' 제도를 도입하며 택시 기사를 대상으로 한 유료화를 본격화했다. 이 밖에도 대리, 주차, 셔틀, 기차, 항공, 퀵, 공유킥보드 등 카카오모빌리티가 진출한 서비스는 언제든 유료화 또는 기존 요금 인상 가능성이 높다. 뿐만 아니라 꽃배달, 헤어샵 등등 골목상권까지 침탈해 소상공인들의 설자리마저 빼앗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정치권 때리자 몸 낮춘 카카오
결국 지난 7일 송갑석·이동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회에서 '118개 계열사를 거느린 공룡 카카오의 문어발 확장-플랫폼 대기업의 불공정거래 근절 및 골목상권 생태계 보호 대책 토론회'를 개최하여 카카오에 대한 규제를 논의했다. 정치권도 추석 이후 진행될 2021 국정감사에서 김 의장을 증인으로 채택해 책임을 묻겠다고 벼르는 상황이다. 여론이 심상찮게 돌아가자 카카오는 지난 13~14일 주요 계열사 대표 전체 회의에서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기로 했다. 김 의장은 "최근의 지적은 사회가 울리는 강력한 경종"이라며 "지난 10년간 추구했던 성장 방식을 과감하게 버리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성장을 위한 근본적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언급했다.이를 위해 카카오는 상생 기금 3000억원을 5년에 걸쳐 마련할 계획이다. 김 의장이 소유하고 가족이 경영하는 투자전문업체 '케이큐브홀딩스'는 미래 교육·인재 양성 등 사회적 가치 창출에 집중하는 기업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최대 플랫폼인 카카오가 살려면 이제 카카오톡에 갖다 붙이는 복제 방식의 사업과 플랫폼을 내려놔야 한다"며 "그러려면 김 의장이 진정으로 결단을 내려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