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택배노조) 조합원들로부터 ‘집단 괴롭힘’을 당했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극단적 선택을 한 CJ대한통운 경기 김포장기대리점 점장 이모씨(40) 유족이 택배노조 소속 기사 13명을 명예훼손과 모욕 혐의로 17일 경찰에 고소했다.

이씨의 부인 박모씨(40)는 이날 김포경찰서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남편을 죽음으로 몰고 간 택배노조원 13명을 경찰에 고소했다”고 밝혔다. 고소장에는 택배노조원들이 저지른 총 30회의 명예훼손과 69회의 모욕행위 혐의에 대해 엄중한 수사와 처벌을 요구하는 내용이 담겼다. 박씨는 “배우자로서 고인을 극단적 선택으로 내몬 피고소인들의 잔인한 행태를 떠올리는 것 자체가 고통이었다”며 “그러나 오히려 고인에게 잘못이 있다고 주장하는 피고소인들을 도저히 용서할 수 없다는 생각과 고인과 같은 피해자가 발생하도록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결심에 고소했다”고 말했다.

박씨에 따르면 노조 설립 전까지만 해도 대리점 기사들과 점장 부부는 단합대회에 함께 참석하고 부부 동반 회식을 할 정도로 사이가 좋았다. 박씨는 “(택배노조 김포지회가 설립된) 5월 초까지만 해도 갈등이 없다고 생각했지만 점점 (갈등이) 심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피고소인들은 남편을 도와 계속 근무한 비노조원 택배기사들에게도 도저히 말로 옮기지 못할 정도의 욕설을 퍼부었다”며 “결국 그중 한 분의 아내는 유산의 아픔을 겪기도 했다”고 폭로했다.

유족 측에 따르면 택배노조원들은 지난 5월부터 8월까지 단체 대화방에서 고인에 대해 “택배기사에게 돌아갈 돈을 빼돌리는 방법으로 많은 돈을 벌어갔다”는 등의 허위 사실을 유포하고 “누구 말대로 X 병신인 건가… 뇌가 없나… 멍멍이 XX 같네… ㅋㅋㅋㅋ”와 같은 폭언을 올렸다. 이처럼 명예훼손과 모욕이 이뤄진 대화방 중 한 곳에는 고인과 배우자가 함께 참여하고 있었다.

이씨는 지난달 30일 김포의 한 아파트에서 극단적 선택을 해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다. 사건 발생 사흘 만인 지난달 2일 택배노조는 기자회견을 열고 “일부 조합원이 이씨를 조롱하며 괴롭힌 것은 사실이지만 택배 배송 거부 등 쟁의행위는 정당했다”고 주장했다.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