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 합정동 양화로 일대에서 마포경찰서 소속 경찰관들이 음주운전 단속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 마포구 합정동 양화로 일대에서 마포경찰서 소속 경찰관들이 음주운전 단속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만취한 상태로 차를 몰다 도로에서 작업하던 인부를 치어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여성 운전자에게 검찰이 중형을 구형했다.

검찰은 17일 서울동부지법 형사7단독 박소연 판사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 법률 위반(위험운전치사)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피고인 권모(30)씨에게 "유가족은 수의조차 입힐 수 없는 피해자 모습에 비통함을 금하지 못하고 있다"며 징역 12년을 구형했다.

권씨는 지난 5월24일 오전 2시께 서울 성동구 뚝섬역 인근 도로에서 자신의 벤츠 승용차를 148km/h 속도로 몰다 지하철 방음벽 철거 작업을 하던 일용직 노동자 A씨(60)를 치어 숨지게 했다.

A씨를 친 권씨는 이어 크레인의 전도방지 지지대를 들이받았고, 이후 차량에서 화재가 일어났다. 불은 소방대가 출동해 진화했지만 벤츠 차량은 전소됐다.
만취한 권모씨가 몰다 공사 현장을 덮친 뒤 전소된 벤츠 차량. 사진=성동소방서
만취한 권모씨가 몰다 공사 현장을 덮친 뒤 전소된 벤츠 차량. 사진=성동소방서
당시 권씨의 혈중 알코올농도는 면허취소 수준인 0.188%였다. 권씨는 지난해 8월에도 음주운전으로 벌금 400만원의 약식 명령을 선고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피고인이 음주운전 처벌 전력이 있는데도 승용차를 운전하다 피해자를 사망하게 한 사고”라며 “피고인의 혈중 알코올농도가 매우 높은 점, 적색 신호에도 교차로를 통과한 점, 시속 148km로 주행한 점, 공사현장을 덮친 점, 피해자가 처참하게 사망한 점 등 매우 중대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A씨의 딸은 "아버지는 심한 장기손상과 반신 절단을 당해 온전한 모습으로 돌아가시지도 못했다"며 “진술이 끝나면 더는 아버지를 위해 어떠한 것도 할 수 없어 마음이 아프다”고 엄중한 처벌을 촉구했다.

첫 공판에서 혐의를 모두 인정한 권씨는 “정말 잘못했습니다. 얼마나 큰 상처를 입고 고통을 겪으실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라며 "무책임하게 술에 취해 인간으로서 못 할 짓을 저질렀다"고 고개를 숙였다.

권씨에 대한 선고공판은 11월 12일 열릴 예정이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