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전 이후 최초로 남북 같은날 미사일 발사?…"군비경쟁 프레임 위험" [송영찬의 디플로마티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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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각각 동해와 서해상에 미사일이 떨어집니다. 동해상에 떨어진 미사일은 북한이 발사한 탄도미사일, 서해상에 떨어진 미사일은 한국이 발사한 잠수함탄도미사일(SLBM)입니다.
남북한이 같은날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경우는 유례를 찾기 힘듭니다. 미사일 개발은 비밀리에 은밀하게 진행되는 비닉(祕匿) 사업인 만큼 군이 일반에 공개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일반에 공개된 사례만을 놓고 보면 1953년 6·25전쟁 정전협정이 체결된 이후 남북이 같은날 탄도미사일을 쏘아올린 건 처음입니다.
북한은 지난 13일 “국방과학원이 9월 11일과 12일 새로 개발한 신형 장거리 순항미사일 시험발사를 성공적으로 진행했다”며 “발사된 장거리 순항미사일들은 우리 국가의 영토와 영해 상공에 설정된 타원 및 8자형 비행궤도를 따라 7580초를 비행해 1500㎞ 계선의 표적을 명중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어 “적대적인 세력들의 반공화국 군사적 준동을 강력하게 제압하는 또 하나의 효과적인 억제 수단을 보유한다는 전략적 의의를 가진다”며 한·미에 대한 견제 차원임을 분명히 합니다.
당시 군은 북한이 13일에 직접 발표하기 전에 북한의 미사일 발사 사실을 공개하지 않아 탐지에 실패했다는 비판에 직면합니다. 서욱 국방부 장관은 다음날인 지난 14일 국회 대정부질문에 출석해 “한미 연합자산이 탐지했다”고 밝히며 수습에 나섰습니다. 북한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 사안인 탄도미사일이 아닌 순항미사일을 발사할 때는 항상 공개하지 않았다고 항변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문제는 북한이 발사한 이 순항미사일이 ‘일반적인’ 단거리 미사일이 아니었다는 점입니다. 북한의 주장대로라면 이 미사일은 사거리 1500㎞로 한반도를 넘어 오키나와 주일미군 기지까지 사정권에 들어오는 미사일이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SLBM 시험발사를 참관한 뒤 “북한의 도발에 대응한 게 아니다”라고 말하긴 했지만, 일각에서는 15일 SLBM 시험 발사가 한국이 북한의 미사일 도발 위험에 맞대응하는 차원이라는 분석도 제기합니다. 군은 앞서 2017년 7월 5일 공개적으로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대응하기 위한 차원이라며 미사일 발사에 나선 적이 있습니다. 북한이 전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 14형’을 발사하자 문 대통령과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은 전화 통화하고 한국군의 현무-2와 미 8군의 에이태킴스(ATACMS) 지대지미사일을 동해상으로 발사합니다. 같은날은 아니지만 하루 차이로 미사일을 발사했던 것이죠.
실제로 이날 군의 SLBM 잠수함 수중 시험 발사 성공은 세계 7번째입니다. 미국, 러시아, 중국, 영국, 프랑스, 인도 다음입니다. 일반적으로 SLBM 개발은 지상 시험 발사, 바지선 등을 이용한 수중 시험 발사, 잠수함 시험 발사 등 3단계를 거쳐 완성됩니다. 북한은 2015년과 2019년 SLBM 수중 시험발사에 성공했지만 SLBM을 탑재할 로미오급 개량형 신형 잠수함(3200t급) 건조 진수를 앞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이 아직 잠수함 시험발사에 성공하지 않은게 맞다면 SLBM 기술에선 우리가 앞서고 있는 것이죠.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같은 남북의 ‘군비경쟁’ 프레임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한국이 무기 개발하니 북한이 개발하는 것’이라는 말은 전형적인 북한의 논리이기 때문입니다. 실제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15일 밤 담화를 발표하고 “우리는 지금 남조선이 억측하고 있는대로 그 누구를 겨냥하고 그 어떤 시기를 선택해 도발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자기들의 유사 행동은 평화를 뒷받침하기 위한 정당한 행동이고 우리 행동은 평화를 위협하는 행동으로 묘사하는 비논리적이고 관습적인 우매한 태도에 커다란 유감을 표한다”고 말합니다.
군비경쟁 프레임이 자칫 북한 비핵화 협상을 ‘군축회담’으로 끌고 가려는 북한의 의도에 휘말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사실상의 핵 보유국인 북한과 핵무기가 없는 한국이 동일선상에서 군축을 진행한다는 게 어불성설이라는 지적입니다. 실제로 로이터통신은 이날 “한국이 핵 미보유국 중 처음으로 SLBM 발사 시험에 성공했다”고 보도합니다. 일반적으로 핵무기가 없으면 SLBM 개발에 나서지 않기 때문입니다.
특히 북한은 이날 처음으로 탄도미사일이 열차에서 발사됐다고 밝힌 점에서도 북한의 의도가 있다는 분석이 뒤따릅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은 핵 보유국으로 인정받고 군축회담으로 가겠다는 의도”라고 분석합니다. 이어 “우리는 재래식 무기이기 때문에 미사일 시험을 당연히 해야 하는거지만 북한은 핵 보유국이기 때문에 미사일 발사 수단을 이렇게 다양하게 가질 필요가 없다”며 “세계 최강군을 보유한 미국도 그렇게 다양하게 투발 수단을 가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북한이 군축회담으로 가려고 한국을 물고 늘어질 수 있다”고 덧붙입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
남북한이 같은날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경우는 유례를 찾기 힘듭니다. 미사일 개발은 비밀리에 은밀하게 진행되는 비닉(祕匿) 사업인 만큼 군이 일반에 공개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일반에 공개된 사례만을 놓고 보면 1953년 6·25전쟁 정전협정이 체결된 이후 남북이 같은날 탄도미사일을 쏘아올린 건 처음입니다.
2017년엔 하루차 北 미사일 도발 맞대응
이날 남북의 동시 미사일 시험 발사가 ‘우연의 일치’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군은 오래 전부터 이날을 SLBM 잠수함 시험발사 날로 잡아놨다고 밝혔지만, 북한이 이를 미리 알고 탄도미사일 발사를 같은날로 맞췄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북한은 지난 13일 “국방과학원이 9월 11일과 12일 새로 개발한 신형 장거리 순항미사일 시험발사를 성공적으로 진행했다”며 “발사된 장거리 순항미사일들은 우리 국가의 영토와 영해 상공에 설정된 타원 및 8자형 비행궤도를 따라 7580초를 비행해 1500㎞ 계선의 표적을 명중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어 “적대적인 세력들의 반공화국 군사적 준동을 강력하게 제압하는 또 하나의 효과적인 억제 수단을 보유한다는 전략적 의의를 가진다”며 한·미에 대한 견제 차원임을 분명히 합니다.
당시 군은 북한이 13일에 직접 발표하기 전에 북한의 미사일 발사 사실을 공개하지 않아 탐지에 실패했다는 비판에 직면합니다. 서욱 국방부 장관은 다음날인 지난 14일 국회 대정부질문에 출석해 “한미 연합자산이 탐지했다”고 밝히며 수습에 나섰습니다. 북한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 사안인 탄도미사일이 아닌 순항미사일을 발사할 때는 항상 공개하지 않았다고 항변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문제는 북한이 발사한 이 순항미사일이 ‘일반적인’ 단거리 미사일이 아니었다는 점입니다. 북한의 주장대로라면 이 미사일은 사거리 1500㎞로 한반도를 넘어 오키나와 주일미군 기지까지 사정권에 들어오는 미사일이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SLBM 시험발사를 참관한 뒤 “북한의 도발에 대응한 게 아니다”라고 말하긴 했지만, 일각에서는 15일 SLBM 시험 발사가 한국이 북한의 미사일 도발 위험에 맞대응하는 차원이라는 분석도 제기합니다. 군은 앞서 2017년 7월 5일 공개적으로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대응하기 위한 차원이라며 미사일 발사에 나선 적이 있습니다. 북한이 전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 14형’을 발사하자 문 대통령과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은 전화 통화하고 한국군의 현무-2와 미 8군의 에이태킴스(ATACMS) 지대지미사일을 동해상으로 발사합니다. 같은날은 아니지만 하루 차이로 미사일을 발사했던 것이죠.
"핵 보유국과 미보유국의 미사일 시험은 달라"
남북이 같은날 미사일을 발사하자 많은 외신들이 이 소식을 긴급 타전합니다. 미국 CNN방송은 “남북한이 같은 날에 탄도미사일을 시험 발사하면서 지구상에서 가장 불안정한 지역 가운데 하나인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을 기하급수적으로 고조시키고 있다”고 보도합니다. AFP통신은 존 델러리 연세대 교수를 인용해 “한반도에서 군비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보도합니다.실제로 이날 군의 SLBM 잠수함 수중 시험 발사 성공은 세계 7번째입니다. 미국, 러시아, 중국, 영국, 프랑스, 인도 다음입니다. 일반적으로 SLBM 개발은 지상 시험 발사, 바지선 등을 이용한 수중 시험 발사, 잠수함 시험 발사 등 3단계를 거쳐 완성됩니다. 북한은 2015년과 2019년 SLBM 수중 시험발사에 성공했지만 SLBM을 탑재할 로미오급 개량형 신형 잠수함(3200t급) 건조 진수를 앞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이 아직 잠수함 시험발사에 성공하지 않은게 맞다면 SLBM 기술에선 우리가 앞서고 있는 것이죠.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같은 남북의 ‘군비경쟁’ 프레임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한국이 무기 개발하니 북한이 개발하는 것’이라는 말은 전형적인 북한의 논리이기 때문입니다. 실제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15일 밤 담화를 발표하고 “우리는 지금 남조선이 억측하고 있는대로 그 누구를 겨냥하고 그 어떤 시기를 선택해 도발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자기들의 유사 행동은 평화를 뒷받침하기 위한 정당한 행동이고 우리 행동은 평화를 위협하는 행동으로 묘사하는 비논리적이고 관습적인 우매한 태도에 커다란 유감을 표한다”고 말합니다.
군비경쟁 프레임이 자칫 북한 비핵화 협상을 ‘군축회담’으로 끌고 가려는 북한의 의도에 휘말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사실상의 핵 보유국인 북한과 핵무기가 없는 한국이 동일선상에서 군축을 진행한다는 게 어불성설이라는 지적입니다. 실제로 로이터통신은 이날 “한국이 핵 미보유국 중 처음으로 SLBM 발사 시험에 성공했다”고 보도합니다. 일반적으로 핵무기가 없으면 SLBM 개발에 나서지 않기 때문입니다.
특히 북한은 이날 처음으로 탄도미사일이 열차에서 발사됐다고 밝힌 점에서도 북한의 의도가 있다는 분석이 뒤따릅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은 핵 보유국으로 인정받고 군축회담으로 가겠다는 의도”라고 분석합니다. 이어 “우리는 재래식 무기이기 때문에 미사일 시험을 당연히 해야 하는거지만 북한은 핵 보유국이기 때문에 미사일 발사 수단을 이렇게 다양하게 가질 필요가 없다”며 “세계 최강군을 보유한 미국도 그렇게 다양하게 투발 수단을 가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북한이 군축회담으로 가려고 한국을 물고 늘어질 수 있다”고 덧붙입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