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11만% 수익률"…스토리의 위력 보여준 윤창현 [이호기의 금융형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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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의 유력 대선 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가 최근 정치 인생 최대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바로 하루가 멀다하고 각종 의혹이 쏟아져 나오는 '대장동 개발 사업' 때문인데요.
하지만 다소 의외인 것은 이 개발 사업과 관련한 의혹이 이번에 처음 불거진 게 아니라는 점입니다.
2018년 지방선거 당시에도 대장동 개발 사업과 관련해 이 지사가 5500억원의 이익을 시민 몫으로 확보했다는 내용의 허위 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기소됐지만 대법원에서 결국 무죄 판결을 받았지요.
그해 7월 방송됐던 SBS 시사 프로그램 '그것이알고싶다'에서도 이 지사를 둘러싼 각종 의혹이 보도됐고 방송이 나간 직후엔 인터넷 등에서 2016년 개봉한 영화 '아수라'가 뒤늦게 재조명되기도 했습니다.
이런 해묵은 대장동 개발 사업 의혹이 이렇게까지 커질 줄은 이 지사 본인도 미처 예상치 못했을 겁니다. 심지어 지난 세 차례의 지방 순회 경선에서 과반 이상을 득표하며 '대세론'이 점차 힘을 얻어가던 상황에서 말입니다.
이달 초 지역 언론 보도에서 시작된 대장동 개발 사업 의혹을 한 종합 일간지가 추종 보도할 때만 해도 '찻잔 속 태풍'에 불과했습니다. 이어 이 지사의 최대 라이벌인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점차 포문을 열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대다수 언론은 크게 관심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15일 이 같은 흐름을 단숨에 바꿔놓은 사건 하나가 발생합니다. 바로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김부겸 국무총리를 상대로 펼친 국회 대정부질문이었습니다.
약 10분간 진행된 이 질의에서 윤 의원은 미리 준비한 도식도를 본회의장 전광판에 띄워놓고 대장동 개발 사업의 문제점과 의혹을 조목조목 짚어가며 설명합니다.
전광판에는 대장동 개발 사업의 시행사인 '성남의뜰' 주주 및 배당금 현황이 고스란히 나타났고 이 가운데 '화천대유' 및 SK증권(특정금전신탁)의 실소유주인 '천화동인 1~7호'가 공개됩니다.
윤 의원에 따르면 SK증권으로 '위장'된 천화동인 1~7호는 모두 총 3억원을 투자해 3463억원의 배당금을 수령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수익률로 계산하면 무려 11만5345%에 달하는 정말 믿기 어려운 수치였지요.
윤 의원은 스스로 법인 등기부등본 등을 일일이 떼가며 자체 조사를 벌인 끝에 이 같은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리고 김 총리에게 물었습니다.
"11만5345%. 저런 수익률이 과연 가능한지에 대해 총리님께서 어떤 느낌을 갖고 계십니까."
이전 비슷한 질의에서 "이미 과거에 몇번 감사가 이뤄졌지만 문제 없는 것으로 판명났다"는 식으로 회피했던 김 총리는 이번엔 마지못해 "조금 상식적이지는 않다"고 인정합니다.
100만원을 투자해 원금과 이자를 합쳐 110만원을 돌려받으면 수익률은 10%(10만원÷100만원)입니다. 은행 예금 금리가 연 1~2%에 불과한 시대에 작지 않은 수익률이지요.
그런데 단 7명의 투자자가 단돈 3억원을 내고 무려 11만5345%의 수익을 가져갔다는 사실은 누가 봐도 이상한 일일 수밖에 없습니다.
김 총리로부터 "대장동 개발 수익률이 비상식적"이라는 상식적 답변을 이끌어낸 윤 의원은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대표 '금융통'으로 손꼽히는 의원입니다.
대전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시카고대 박사 학위를 받은 뒤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 한국금융연구원장 등을 지냈습니다. 지역구가 없는 비례대표로 21대 국회에 입성한 뒤 줄곧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을 관할하는 정무위에서 활동해 왔습니다.
내달 초 시작되는 정무위 국정감사에서도 대장동 개발 사업을 놓고 여야 간 치열한 공방이 예상됩니다. 정무위 여당 간사를 맡고 있는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적인 이재명계라는 점에서 증인 채택에서부터 상당한 난항이 불가피할 전망입니다.
지금까지도 이 지사 측은 극소수의 투자자들이 11만%에 달하는 수익률을 낼 수 있었던 특혜성 사업 구조가 대체 어떻게 만들어진 건지 경위를 속시원하게 해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각종 위기를 정면 돌파하면서 오히려 정치적 체급을 키워온 이 지사였던 만큼 이번에도 그런 승부사적 기질이 발휘될 수 있을지도 관심을 끄는 대목입니다.
지난 상반기 여론의 공분을 낳았던 'LH 투기 사건'에서 보듯 '대장동 11만% 수익률'이 부동산 이슈에 민감한 국민 정서를 건드렸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이 문제가 더이상 갈길 바쁜 이 지사의 발목을 잡지 않도록 하루 빨리 모든 진실이 밝혀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
하지만 다소 의외인 것은 이 개발 사업과 관련한 의혹이 이번에 처음 불거진 게 아니라는 점입니다.
2018년 지방선거 당시에도 대장동 개발 사업과 관련해 이 지사가 5500억원의 이익을 시민 몫으로 확보했다는 내용의 허위 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기소됐지만 대법원에서 결국 무죄 판결을 받았지요.
그해 7월 방송됐던 SBS 시사 프로그램 '그것이알고싶다'에서도 이 지사를 둘러싼 각종 의혹이 보도됐고 방송이 나간 직후엔 인터넷 등에서 2016년 개봉한 영화 '아수라'가 뒤늦게 재조명되기도 했습니다.
이런 해묵은 대장동 개발 사업 의혹이 이렇게까지 커질 줄은 이 지사 본인도 미처 예상치 못했을 겁니다. 심지어 지난 세 차례의 지방 순회 경선에서 과반 이상을 득표하며 '대세론'이 점차 힘을 얻어가던 상황에서 말입니다.
이달 초 지역 언론 보도에서 시작된 대장동 개발 사업 의혹을 한 종합 일간지가 추종 보도할 때만 해도 '찻잔 속 태풍'에 불과했습니다. 이어 이 지사의 최대 라이벌인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점차 포문을 열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대다수 언론은 크게 관심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15일 이 같은 흐름을 단숨에 바꿔놓은 사건 하나가 발생합니다. 바로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김부겸 국무총리를 상대로 펼친 국회 대정부질문이었습니다.
약 10분간 진행된 이 질의에서 윤 의원은 미리 준비한 도식도를 본회의장 전광판에 띄워놓고 대장동 개발 사업의 문제점과 의혹을 조목조목 짚어가며 설명합니다.
전광판에는 대장동 개발 사업의 시행사인 '성남의뜰' 주주 및 배당금 현황이 고스란히 나타났고 이 가운데 '화천대유' 및 SK증권(특정금전신탁)의 실소유주인 '천화동인 1~7호'가 공개됩니다.
윤 의원에 따르면 SK증권으로 '위장'된 천화동인 1~7호는 모두 총 3억원을 투자해 3463억원의 배당금을 수령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수익률로 계산하면 무려 11만5345%에 달하는 정말 믿기 어려운 수치였지요.
윤 의원은 스스로 법인 등기부등본 등을 일일이 떼가며 자체 조사를 벌인 끝에 이 같은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리고 김 총리에게 물었습니다.
"11만5345%. 저런 수익률이 과연 가능한지에 대해 총리님께서 어떤 느낌을 갖고 계십니까."
이전 비슷한 질의에서 "이미 과거에 몇번 감사가 이뤄졌지만 문제 없는 것으로 판명났다"는 식으로 회피했던 김 총리는 이번엔 마지못해 "조금 상식적이지는 않다"고 인정합니다.
100만원을 투자해 원금과 이자를 합쳐 110만원을 돌려받으면 수익률은 10%(10만원÷100만원)입니다. 은행 예금 금리가 연 1~2%에 불과한 시대에 작지 않은 수익률이지요.
그런데 단 7명의 투자자가 단돈 3억원을 내고 무려 11만5345%의 수익을 가져갔다는 사실은 누가 봐도 이상한 일일 수밖에 없습니다.
김 총리로부터 "대장동 개발 수익률이 비상식적"이라는 상식적 답변을 이끌어낸 윤 의원은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대표 '금융통'으로 손꼽히는 의원입니다.
대전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시카고대 박사 학위를 받은 뒤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 한국금융연구원장 등을 지냈습니다. 지역구가 없는 비례대표로 21대 국회에 입성한 뒤 줄곧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을 관할하는 정무위에서 활동해 왔습니다.
내달 초 시작되는 정무위 국정감사에서도 대장동 개발 사업을 놓고 여야 간 치열한 공방이 예상됩니다. 정무위 여당 간사를 맡고 있는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적인 이재명계라는 점에서 증인 채택에서부터 상당한 난항이 불가피할 전망입니다.
지금까지도 이 지사 측은 극소수의 투자자들이 11만%에 달하는 수익률을 낼 수 있었던 특혜성 사업 구조가 대체 어떻게 만들어진 건지 경위를 속시원하게 해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각종 위기를 정면 돌파하면서 오히려 정치적 체급을 키워온 이 지사였던 만큼 이번에도 그런 승부사적 기질이 발휘될 수 있을지도 관심을 끄는 대목입니다.
지난 상반기 여론의 공분을 낳았던 'LH 투기 사건'에서 보듯 '대장동 11만% 수익률'이 부동산 이슈에 민감한 국민 정서를 건드렸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이 문제가 더이상 갈길 바쁜 이 지사의 발목을 잡지 않도록 하루 빨리 모든 진실이 밝혀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