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들 곤욕 치르고 곳곳 일본풍 배척당해
'만주사변 90주년' 중일관계 악화 속 중국 내 반일정서 고조
18일 중국이 일제의 침략을 받았던 만주사변 발발 90주년을 맞은 가운데 최근 중국 내에서는 중일 관계 악화 속에 반일 정서가 고조되는 분위기다.

중국은 미국과의 갈등에 대비해 일본 관계 개선에 공을 들였지만, 일본이 지난 4월 미일 정상회담에서 대만해협의 평화·안정 등을 거론하는 등 각을 세우면서 양국 관계는 경색되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 중국 랴오닝성 다롄(大連)에 일본 교토(京都)를 본떠 조성됐던 일본풍 거리는 '일본의 문화침략'이라는 등의 거센 비판 여론에 직면, 영업 시작 2주도 안 돼 이달 초 문을 닫았다.

또 중국 당국의 연예계 정풍 분위기 속에 배우 장저한(張哲瀚)은 2018년 일본 군국주의의 상징인 야스쿠니(靖國)신사에서 찍은 사진이 뒤늦게 논란이 됐고 지난달 20편 넘는 광고가 끊기고 연예계에서 퇴출당했다.

최근 공식 석상에서 사라진 유명 여배우 자오웨이(趙薇)도 일본 군국주의 상징인 욱일기를 연상시키는 디자인의 복장을 하고 2001년 촬영했던 사진이 다시 유포되면서 비난을 받았다.

지난달 푸젠성 샤먼(厦門)에서는 일식당 종업원이 일본 전통 복장인 기모노 차림으로 코로나19 핵산 검사를 받으러 갔다가 '옷을 갈아입고 오라'며 검사를 거부당한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만주사변 90주년' 중일관계 악화 속 중국 내 반일정서 고조
이뿐만 아니라 미국이 중국의 코로나19 책임론을 제기하는 상황에서, 중국 관영매체는 일제 731부대의 인체실험과 세균전을 부각하는 한편 일제가 731부대의 연구 결과를 미국에 넘겼다는 내용도 다루고 있다.

다즈강(笪志剛) 헤이룽장성 사회과학원 동북아연구소장은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스 인터뷰에서 중일 상호 간에 여론이 지나치게 악화하면 관계 개선이 어려울 수 있다면서 "중일 관계 악화 시 일본이 더 고통스러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글로벌타임스는 또 사실상 일본 총리를 결정하는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와 관련, 일본 정치인들의 반중 발언으로 중국인들의 일본 호감도가 떨어지는 측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만주사변 90주년을 맞아 표출되는 중국의 분노는 '일본이 위험한 길을 가고 있다'는 강력한 경고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고 전했다.

이날 랴오닝성 선양(瀋陽)에서는 만주사변 발발 90주년 기념식이 열렸고, 중국 각지에서는 '국치(國恥)를 잊지 말자'는 의미로 방공 사이렌이 울렸다.

중국중앙(CC)TV는 일제 전범재판 관련 다큐멘터리를 방영하고, 웨이보(중국판 트위터)에서도 '(만주사변 발발일인) 9·18 사건을 기억하자'는 검색어가 주목을 받았다.

일부 네티즌은 연예인 팬들에게 이날만큼은 연예 관련 게시물을 온라인에 올리지 말고 언행을 조심하도록 촉구하기도 했다고 글로벌타임스는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