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기업 규제 물결이 마오쩌둥의 원조 사회주의 비전을 달성하기 위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단순히 말을 듣지 않는 기업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려는 게 아니라, 공산당이 돈의 흐름을 지배하고 민간 기업의 이윤 창출을 엄격히 제어하려는 목적이란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일(현지시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목표는 중국의 자본주의를 억제하고 마오쩌둥의 사회주의 비전을 따르는 것'(Xi Jinping Aims to Rein In Chinese Capitalism, Hew to Mao’s Socialist Vision)이라는 기사에서 이같이 보도했다.

WSJ은 "시 주석의 글과 당내 토론, 정책 결정권자들의 인터뷰를 자세히 검토한 결과, 기업을 규제하는 시 주석의 캠페인은 눈에 보이는 것보다 훨씬 더 야심적이라는 것이 점점 더 분명해지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시 주석이 기업을 손보는 게 단지 누가 보스인지 보여 주려는 게 아니라 서구식 자본주의로 향하는 중국을 완전히 다른 길로 돌리려는 것이란 얘기다.

중국은 1980년대 덩샤오핑이 개혁개방에 나선 뒤 40년간 시장경제가 번성했다. 수억 명이 빈곤에서 벗어났고 수조 달러의 부가 창출됐다. 하지만 이는 공산주의 통치를 위한 이데올로기적 기반을 침식했고 부패가 만연했다.

WSJ은 "시 주석의 생각에 정통한 사람들에 따르면 시 주석은 민간 자본이 무분별하게 흘러가도록 허용한 게 공산당의 정통성을 위협한다고 생각한다"라며 "시 주석은 자본주의를 사회주의로 가는 과도기 단계로 본 마오쩌둥의 비전으로 중국을 되돌리려 힘쓰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기업가와 투자자, 이익 창출에 대해 좀 더 엄격한 기준을 설정하고 지금보다 훨씬 더 국가가 경제를 통제하는 걸 원하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지적했다. 이는 중국의 사업 규칙을 다시 쓰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시 주석은 지난 1월 연설에서 “중국은 새로운 발전 단계에 진입했다”라고 선언하고 "현대 사회주의 강국"으로 건설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중국에서는 작년 말부터 새로운 인터넷 규제 등 100건 이상의 규제 정부 지침 및 정책 변경이 이뤄졌다. 또 주택 가격을 억제하려는 조치는 헝다그룹의 위기를 악화시켰다. WSJ은 "시장 분석가들은 베이징이 많은 국영 기업을 구제한 방식으로 헝다를 구제할 가능성이 작고, 다른 민간 개발자에 대한 규제를 더욱 강화할 수 있다고 말한다"라고 보도했다.

시 주석은 지난 8월 '공동 부유' 목표를 제시했다. 중국 국영언론은 이를 국가의 "심각한 혁명"이라고 불렀다.

중국 전문가인 베리 노튼 캘리포니아주립대 교수는 WSJ과의 인터뷰에서 "시진핑은 세계 어디에도 없는 정부 주도 겨에 시스템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WSJ은 "문제는 이런 압박은 중국의 경제 붐과 수년간의 혁신을 이끈 기업가정신을 굉장히 억누를 수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WSJ은 "외국 기업의 경우 캠페인은 앞으로 더 많은 혼란을 의미할 수 있다"라며 중국 규제 기관에 정통한 관계자를 인용해 "외자에 대한 감독이 강화될 것이고, 중국에서 초고수익을 얻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WSJ은 올해 전까지는 시 주석의 우선순위가 권력 유지였지만, 이제 통합된 권력을 갖춘 그는 내년 3기 집권을 앞두고 국가 사회주의를 우선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알리바바 등 기술 기업뿐 아니라 사교육, 디지털 게임, 엔터테인먼트 등 시 주석이 자본주의 정신에 휘둘리고 있다고 보는 산업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WSJ에 따르면 시 주석은 내부 회의에서 서구 자본주의는 이윤과 개인의 부를 추구하는 일에만 지나치게 집중하는 한편, 대기업을 너무 강력하게 성장시켜 불평등, 사회 불의, 사회 안정에 대한 위협을 초래한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또 중국 국유 기업들은 디지털 데이터 관리와 같이 국가 안보에 점점 더 중요하게 여겨지는 영역으로 진출하고 있다.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는 정부가 통제하는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를 더 많이 설립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또 더 많은 회사의 지분을 확보하고 이사회 자리를 채우고 있습니다. 동영상 공유 앱 틱톡을 운영하는 바이트댄스, 마이크로블로깅 플랫폼을 운영하는 웨이보 등은 최근 국영 기업에 지분을 매각했다.

시 주석은 중국 사회주의가 미국식 자본주의보다 우세하며, 중국 모델이 코로나19 팬데믹과 싸우는 데 서구 시스템보다 더 나은 것으로 입증됐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이런 비전을 밀어붙이기 위해 중국 공산당은 올해 2021년 성장률 목표를 6%로 설정했다. 이는 시장 예상보다 상대적으로 낮았다.

마오쩌둥은 국가 자본주의는 사회주의로 완전히 이행하기 전에 중국 경제가 서구를 따라잡을 수 있는 일시적 단계라고 봤다. 마오쩌둥의 열렬한 추종자인 시진핑은 당원들에게 이런 복합 모델이 유통기한이 지났다고 설교했다. 그는 2018년 당 이론지 홍치에 "국가 자본주의는 과도기적 경제 형태로서 역사적 사명을 완수하고 역사적 단계에서 물러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2013년 1월 당 고위 간부들에게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는 사회주의이지 다른 어떤 '주의'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WSJ은 시 주석이 자본 단속에 나서면서 공산당의 기반인 노동계급과 농촌 빈민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