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스퍼드 사전에 '오빠'는 있어도 '형'은 없는 이유는…[김동욱의 하이컬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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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언니, 애교, 대박, 먹방, 삼겹살, 스킨십, 잡채, 김밥, 콩글리시, 만화, 반찬, 불고기, 치맥, 동치미, 파이팅, 갈비, 한류, 한복…
가장 권위 있는 영어사전인 '옥스퍼드 영어사전(Oxford English Dictionary·OED)'이 얼마 전 최신판에서 한꺼번에 한국어 단어를 26개나 표제어로 추가했습니다. 그동안 사전에 오른 한국어 단어가 순식간에 두 배로 늘어난 것인데요.
특히 한국 음식과 한류 확산에 따른 단어들이 등재된 단어의 주류를 형성한 게 눈에 띕니다. “Oppa Jinjja Deabak!(오빠 진짜 대박!)”같은 표현을 외국의 'K팝'이나 'K드라마'팬들도 흔히 사용하면서 빚어진 현상인데요. 그중에서도 한국 여성들이 주로 사용하는 단어들이 영어단어 목록에 오른 게 주목됩니다. 대표적으로 '오빠(oppa)', '언니(unni)', '애교(aegyo)'와 같은 단어들입니다.
친족 명칭, 사회적 호칭 및 연예인 애칭 등으로 사용되는 단어 중 여성들이 사용하는 '언니'이 대응어인 '누나(noona)'는 사전에 이름을 올렸지만, 아직 '형(hyeong, hyung)'은 영어권 사용자들에게 낯설기만 한 단어인 것 같습니다. '애교'에 대해서는 일본어 '가와이(kawaii)'처럼 한국어에서 특정한 형태의 귀여움을 칭하는 단어로 풀이했습니다. 주로 여성에게 사용된다는 뜻입니다.
옥스퍼드 사전 측은 ‘오빠’ 등이 세계적인 관심을 얻어 사전에 등재된 것에는 K-pop, K-drama 열풍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공식 홈페이지에서 “‘oppa’와 ‘unni’는 한국 밖에서 사용될 때 주목할 만한 변화를 겪어왔다”며 “K-pop이나 K-drama 팬들은 ‘unni’를 자신의 성별과 무관하게 그들이 좋아하는 한국 여성 배우나 가수를 부를 때 사용한다"고 설명했습니다. 해외에서는 남성이라도 '오빠!' '언니!'를 목청껏 외치는 게 이상하게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동남아시아에서 ‘oppa’는 매력적인 한국 남성, 특히 유명한 배우가 가수를 부를 때 사용한다고도 부연했습니다.
이처럼 여성 화자(話者)들이 입에 올리는 단어들이 글로벌화의 선두에 선 것은 한국 대중문화를 즐기는 남성 팬과 여성 팬들의 특성 차이에서 기인한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여성 팬들이 남성 아이돌을 향해 '오빠~'를 외치는 것은 자연스럽게 접했지만, 한국인 남성 팬들이 걸그룹을 향해 '누나~(?)'라고 외치지는 않기 때문일 것입니다. 글로벌 K팝 팬들도 여성이 많은 점도 영향을 미쳤을 것 같습니다.
현대 문화를 누리고, 자신의 관심을 발산하는 주체가 누구인지에 따라 한국어의 세계화에도 미묘한 변화,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치는 모습입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
가장 권위 있는 영어사전인 '옥스퍼드 영어사전(Oxford English Dictionary·OED)'이 얼마 전 최신판에서 한꺼번에 한국어 단어를 26개나 표제어로 추가했습니다. 그동안 사전에 오른 한국어 단어가 순식간에 두 배로 늘어난 것인데요.
특히 한국 음식과 한류 확산에 따른 단어들이 등재된 단어의 주류를 형성한 게 눈에 띕니다. “Oppa Jinjja Deabak!(오빠 진짜 대박!)”같은 표현을 외국의 'K팝'이나 'K드라마'팬들도 흔히 사용하면서 빚어진 현상인데요. 그중에서도 한국 여성들이 주로 사용하는 단어들이 영어단어 목록에 오른 게 주목됩니다. 대표적으로 '오빠(oppa)', '언니(unni)', '애교(aegyo)'와 같은 단어들입니다.
친족 명칭, 사회적 호칭 및 연예인 애칭 등으로 사용되는 단어 중 여성들이 사용하는 '언니'이 대응어인 '누나(noona)'는 사전에 이름을 올렸지만, 아직 '형(hyeong, hyung)'은 영어권 사용자들에게 낯설기만 한 단어인 것 같습니다. '애교'에 대해서는 일본어 '가와이(kawaii)'처럼 한국어에서 특정한 형태의 귀여움을 칭하는 단어로 풀이했습니다. 주로 여성에게 사용된다는 뜻입니다.
옥스퍼드 사전 측은 ‘오빠’ 등이 세계적인 관심을 얻어 사전에 등재된 것에는 K-pop, K-drama 열풍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공식 홈페이지에서 “‘oppa’와 ‘unni’는 한국 밖에서 사용될 때 주목할 만한 변화를 겪어왔다”며 “K-pop이나 K-drama 팬들은 ‘unni’를 자신의 성별과 무관하게 그들이 좋아하는 한국 여성 배우나 가수를 부를 때 사용한다"고 설명했습니다. 해외에서는 남성이라도 '오빠!' '언니!'를 목청껏 외치는 게 이상하게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동남아시아에서 ‘oppa’는 매력적인 한국 남성, 특히 유명한 배우가 가수를 부를 때 사용한다고도 부연했습니다.
이처럼 여성 화자(話者)들이 입에 올리는 단어들이 글로벌화의 선두에 선 것은 한국 대중문화를 즐기는 남성 팬과 여성 팬들의 특성 차이에서 기인한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여성 팬들이 남성 아이돌을 향해 '오빠~'를 외치는 것은 자연스럽게 접했지만, 한국인 남성 팬들이 걸그룹을 향해 '누나~(?)'라고 외치지는 않기 때문일 것입니다. 글로벌 K팝 팬들도 여성이 많은 점도 영향을 미쳤을 것 같습니다.
현대 문화를 누리고, 자신의 관심을 발산하는 주체가 누구인지에 따라 한국어의 세계화에도 미묘한 변화,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치는 모습입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