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손'들의 스타트업 투자 확대, 실리콘밸리 거품 키울까 [실리콘밸리 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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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지펀드 연금 등 스타트업 투자 적극적
전체 스타트업 거래액의 77% 비중
거품 가능성
좋은 기업 아닌데도 돈 몰릴수도
전체 스타트업 거래액의 77% 비중
거품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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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상반기 미국 내 스타트업 대한 투자액은1500억달러(시장조사업체 피치북 기준)입니다. 이는 2020년 이전 모든 연도의 연간 투자액보다 많습니다. 또 2020년 연간 총 투자액(1643억달러)의 91.3%에 해당하는 수치입니다.
미국 스타트업에 돈이 몰리는 이유가 뭘까요. KOTRA 실리콘밸리무역관의 '美 스타트업 생태계에 불어오는 변화의 바람' 보고서를 보면 배경으론 '비전통적 투자자'들의 적극적인 투자가 꼽힙니다. 국부펀드, 뮤추얼펀드, 연금, 헤지펀드 등이 실리콘밸리에 몰려오고 있다는 겁니다. 2021년 상반기 미국 내 벤처캐피털의 거래 건수 중 비전통적 투자자들이 참여한 거래는 약 39%입니다. 투자 금액을 기준으로 봤을 때는 전체 거래액의 약77%(1233억달러)에 달합니다. 이 역시 역대 최대 규모입니다.
미국 유력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전통적인 주식시장에서 좋은 투자처를 찾기 어려워진 점, 저금리 장기화를 스타트업 투자 시장 활황의 원인으로 꼽았습니다. '큰 손'들이 높은 수익률이 기대되는 기술 스타트업들(tech startup)으로 눈을 돌렸다고 분석입니다. 최근 수 년 간 기업가치를 키운 것도 큰 손들이 스타트업에 본격적으로 투자할 수 있었던 계기가 됐다고 분석했습니다.
비전통적 투자자들의 특징은 우선 VC보다 운용규모가 크고 투자한 기업의 경영이나 이사회 운영에 깊게 관여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VC투자자들이 스타트업을 파악하기 위해 창업자와 오랜 기관 관계를 유지하며 성장성을 잰다면, 비전통적 투자자들은 '빠르게' 거래를 성사 시키는 게 특징으로 꼽힙니다. 이같은 큰 손들이 실리콘밸리 투자판에 뛰어들면서 스타트업 투자 규모가 급속도로 커지고 있는 것입니다.
이들은 시드, 시리즈 A, 시리즈 B 등 '초기 단계(early stage)' 투자 유치를 진행 중인 스타트업에 투자하기보다, 안정기에 접어들어 수익을 창출하고 있는 '후기 단계(late stage)' 스타트업에 주로 투자합니다. 피치북은 "비전통적 투자자들은 기업공개(IPO) 등 투자금 회수 바로 직전 단계 펀딩 라운드에 있는 기업에 첫 투자를 하는 경우가 대다수였다"며 "최근 들어 후기 단계 스타트업에 더 많은 자본을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합니다.
투자 규모도 급증했습니다. 비전통적 투자자들의 후기 단계 VC 거래액 평균값은 2020년 2500만달러에서 2021년 상반기 4060만 달러로 약 62% 증가했습니다. 코트라 실리콘밸리 무역관은 보고서에서 "큰 손들의 자본이 후기 단계 VC 투자에 더욱 집중될 것이라는 것을 의미한다"며 "1억 달러 이상의 메가딜(mega deal)이 거래 건수나 규모 면에서 점점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습니다. 큰 손들의 초기 단계 투자액은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쳤습니다. 2020년 평균 1200만달러에서 2021년 상반기 1500만 달러로 약 25%로 증가했습니다. 창업 단계를 뜻하는 시드(seed) 단계는 2020년 270만달러에서 2021년 상반기 300만달러로 11% 늘어나는 데 그쳤습니다.
하지만 최근 실리콘밸리엔 큰 손들이 좀 더 초기 단계 투자로 이동 중이라는 얘기도 나옵니다. 실리콘밸리의 한 한국계 VC 대표는 "유명 글로벌 운용사들이 최근 시리즈 B 같은 초기 라운드에도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스타트업 '거품'에 대한 우려도 제기됩니다. 전문적이지 않은 투자자들이 스타트업에 대한 깊은 이해 없이 빠르게 투자를 진행하게되면, 우량 스타트업이 아닌데도 '고평가'될 가능성이 크다는 겁니다. 큰 손 투자자들도 향후 기대했던만큼의 수익률을 올리지 못할 가능성도 커집니다. 한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털 관계자는 "거금이 갑자기 스타트업 투자시장으로 몰려 들어오면서 스타트업들의 밸류에이션(기업 가치)이 과도하게 고평가되고 있는 모습"이라며 "2~3년 전보다 비슷한 성장성을 갖춘 스타트업이 3배 이상 고평가 받는 것 같다"고 진단했습니다.
WSJ는 저금리 시대가 막을 내리면 큰 손들의 스타트업 투자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법인세 인상과 자본이득세 움직임도 스타트업 투자 확대 트렌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으로 평가됐습니다.
실리콘밸리=황정수 특파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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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상반기 미국 내 스타트업 대한 투자액은1500억달러(시장조사업체 피치북 기준)입니다. 이는 2020년 이전 모든 연도의 연간 투자액보다 많습니다. 또 2020년 연간 총 투자액(1643억달러)의 91.3%에 해당하는 수치입니다.
미국 스타트업에 돈이 몰리는 이유가 뭘까요. KOTRA 실리콘밸리무역관의 '美 스타트업 생태계에 불어오는 변화의 바람' 보고서를 보면 배경으론 '비전통적 투자자'들의 적극적인 투자가 꼽힙니다. 국부펀드, 뮤추얼펀드, 연금, 헤지펀드 등이 실리콘밸리에 몰려오고 있다는 겁니다. 2021년 상반기 미국 내 벤처캐피털의 거래 건수 중 비전통적 투자자들이 참여한 거래는 약 39%입니다. 투자 금액을 기준으로 봤을 때는 전체 거래액의 약77%(1233억달러)에 달합니다. 이 역시 역대 최대 규모입니다.
미국 유력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전통적인 주식시장에서 좋은 투자처를 찾기 어려워진 점, 저금리 장기화를 스타트업 투자 시장 활황의 원인으로 꼽았습니다. '큰 손'들이 높은 수익률이 기대되는 기술 스타트업들(tech startup)으로 눈을 돌렸다고 분석입니다. 최근 수 년 간 기업가치를 키운 것도 큰 손들이 스타트업에 본격적으로 투자할 수 있었던 계기가 됐다고 분석했습니다.
비전통적 투자자들의 특징은 우선 VC보다 운용규모가 크고 투자한 기업의 경영이나 이사회 운영에 깊게 관여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VC투자자들이 스타트업을 파악하기 위해 창업자와 오랜 기관 관계를 유지하며 성장성을 잰다면, 비전통적 투자자들은 '빠르게' 거래를 성사 시키는 게 특징으로 꼽힙니다. 이같은 큰 손들이 실리콘밸리 투자판에 뛰어들면서 스타트업 투자 규모가 급속도로 커지고 있는 것입니다.
이들은 시드, 시리즈 A, 시리즈 B 등 '초기 단계(early stage)' 투자 유치를 진행 중인 스타트업에 투자하기보다, 안정기에 접어들어 수익을 창출하고 있는 '후기 단계(late stage)' 스타트업에 주로 투자합니다. 피치북은 "비전통적 투자자들은 기업공개(IPO) 등 투자금 회수 바로 직전 단계 펀딩 라운드에 있는 기업에 첫 투자를 하는 경우가 대다수였다"며 "최근 들어 후기 단계 스타트업에 더 많은 자본을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합니다.
투자 규모도 급증했습니다. 비전통적 투자자들의 후기 단계 VC 거래액 평균값은 2020년 2500만달러에서 2021년 상반기 4060만 달러로 약 62% 증가했습니다. 코트라 실리콘밸리 무역관은 보고서에서 "큰 손들의 자본이 후기 단계 VC 투자에 더욱 집중될 것이라는 것을 의미한다"며 "1억 달러 이상의 메가딜(mega deal)이 거래 건수나 규모 면에서 점점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습니다. 큰 손들의 초기 단계 투자액은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쳤습니다. 2020년 평균 1200만달러에서 2021년 상반기 1500만 달러로 약 25%로 증가했습니다. 창업 단계를 뜻하는 시드(seed) 단계는 2020년 270만달러에서 2021년 상반기 300만달러로 11% 늘어나는 데 그쳤습니다.
하지만 최근 실리콘밸리엔 큰 손들이 좀 더 초기 단계 투자로 이동 중이라는 얘기도 나옵니다. 실리콘밸리의 한 한국계 VC 대표는 "유명 글로벌 운용사들이 최근 시리즈 B 같은 초기 라운드에도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스타트업 '거품'에 대한 우려도 제기됩니다. 전문적이지 않은 투자자들이 스타트업에 대한 깊은 이해 없이 빠르게 투자를 진행하게되면, 우량 스타트업이 아닌데도 '고평가'될 가능성이 크다는 겁니다. 큰 손 투자자들도 향후 기대했던만큼의 수익률을 올리지 못할 가능성도 커집니다. 한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털 관계자는 "거금이 갑자기 스타트업 투자시장으로 몰려 들어오면서 스타트업들의 밸류에이션(기업 가치)이 과도하게 고평가되고 있는 모습"이라며 "2~3년 전보다 비슷한 성장성을 갖춘 스타트업이 3배 이상 고평가 받는 것 같다"고 진단했습니다.
WSJ는 저금리 시대가 막을 내리면 큰 손들의 스타트업 투자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법인세 인상과 자본이득세 움직임도 스타트업 투자 확대 트렌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으로 평가됐습니다.
실리콘밸리=황정수 특파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