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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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반포동 ‘반포자이’ 전용 244㎡가 지난달 65억원에 거래된 소식이 전해지면서 부동산 시장의 화젯거리로 떠올랐다. 이 주택형의 직전 거래가격은 지난해 12월 이뤄진 42억4700만원. 8개월 동안 거래가 한 건도 없다가 한번에 22억원이 넘게 뛰었다. 이전 신고가인 48억5000만원(지난해 9월)과 비교해도 1년도 안 돼 16억원 넘게 오른 셈이다. 반포동 A공인 대표는 “반포는 집값이 하루가 다르게 급등해 거래가 성사되기 어려운 분위기지만 집주인이 호가를 절대 내리지 않는다”며 “현재 같은 주택형을 70억원에 내놓은 집주인도 있다”고 말했다.

서울 아파트 시장이 집주인이 가격을 좌우하는 매도자 우위 장세로 기우는 분위기다. 양도소득세 중과 등으로 매물 잠김 현상이 심해지면서 수급 불균형에 따른 집값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 일부 ‘현금부자’나 ‘갈아타기 수요’가 매수에 가담하면서 강남 고가 아파트에선 신고가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무주택 실수요자들이 무리하게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해 주택을 매수하는 것보다는 청약이나 주거용 오피스텔 매입 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서울 아파트 매물 품귀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 건수는 3505건(지난 15일 기준)으로, 7월(4697건)보다 25.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직 등록 신고 기한(계약 후 30일)이 남았지만 올 들어 7월까지 월평균 거래량(4381건)을 크게 밑돌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 아파트 '매물 잠김'…"청약·아파텔로 눈돌려라"
실제로 강남권과 강북권을 막론하고 현장 중개업소에선 ‘거래절벽’을 체감하고 있다. 서초구 반포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최근 석 달 새 체감 거래량이 5분의 1로 급감했다”고 말했다. 마포구 아현동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도 “지난해 말에는 한 달에 25건가량 계약했는데, 지난달엔 2건 거래에 그쳤다”고 털어놨다.

서울 아파트 거래절벽은 매물 품귀 현상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6월 이후 양도소득세가 중과되고 있는 데다 집값 상승 기대가 여전해 집주인들이 매물을 내놓지 않고 있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7·10 부동산 대책’에 따라 올 6월부터 규제지역 내 2주택자의 양도세율은 최대 62%(3주택자는 72%)로 높아졌다. 게다가 재건축 규제 등으로 서울의 새 아파트 공급은 계속 줄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15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물은 총 4만27건으로, 지난 5월 초(4만8152건)와 비교해 약 1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매수우위지수는 127.5로, 지난 4월(109.0) 이후 4개월 연속 증가세다. 매수우위지수는 기준선(100)을 넘어 숫자가 클수록 시장에 매도자보다 매수자가 많다는 뜻이다.

잠재 매수자의 경우 급등한 가격과 대출 규제로 적극적으로 아파트 매입에 나서기가 망설여질 수 있다. 서울과 같은 투기과열지구에선 아파트 구입 때 9억원 초과분에 대해선 담보인정비율(LTV)이 20%로 제한된다. 시세 15억원 초과 아파트는 대출이 전혀 나오지 않는다.

신고가 행렬 지속

매물 품귀 현상으로 매도자가 거래의 주도권을 쥔 가운데 일부 현금부자가 매수세에 가담하면서 강남 고가 아파트에서 신고가 행렬이 끊이지 않고 있다.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112㎡는 지난달 50억원에 손바뀜했다. 지난 7월 48억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한 달 만에 2억원이 올랐다. 강남구 청담동 ‘청담자이’ 전용 89㎡도 35억원(5월)에서 40억원(8월)으로 5억원이 껑충 뛰었다. 송파구 잠실동 ‘아시아선수촌’ 전용 178㎡도 지난달 49억5000만원에 손바뀜하며 신고가를 기록했다.

당분간 집주인이 시장 분위기를 주도하는 장세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시장에 매물이 늘어날 만한 유인책이 적어서다. 1주택자는 취득세 등 각종 거래비용과 강화한 대출 규제 등을 고려하면 기존 집을 팔고 새집으로 이주하기 쉽지 않다. 다주택자는 양도세 중과로 발이 묶여 증여 또는 전·월세 인상 등의 우회로를 찾고 있다. 여기에 서울의 재건축·재개발 사업 추진이 장기간 멈추다시피 해 단기간에 양질의 새 아파트를 공급하기도 어렵다.

청약과 오피스텔 매입에 관심을

전문가들은 현 시점에서 무주택자는 무리한 ‘영끌’ 매수를 지양하고 청약을 우선적으로 고려하길 추천한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현재 부동산시장은 과열된 측면이 있다”며 “무주택자는 3기 신도시 등 청약을 먼저 노려보는 게 낫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가 지난 8일 발표한 청약제도 개편안에 따르면 이르면 오는 11월부터 민간분양 아파트 특별공급 유형 중 신혼부부·생애최초 물량의 각 30%가 추첨제로 공급된다. 추첨제 물량은 자녀 수에 관계없이 무작위로 당첨자를 정한다. 생애최초 특별공급은 1인 가구도 청약이 가능하다.

이른바 ‘아파텔’로 불리는 주거용 오피스텔이나 도시형생활주택도 젊은 무주택자에게 아파트의 대안이 될 수 있다. 국토부는 도심 주택공급을 늘리기 위해 아파트 대체재가 될 수 있는 도시형생활주택과 오피스텔 등 이른바 대안주거 시설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기로 했다. 주거용 오피스텔의 바닥 난방 허용면적을 기존 전용 85㎡ 이하에서 전용 120㎡로 높였다. 도시형생활주택은 기존에 전용 50㎡까지만 지을 수 있었으나 60㎡로 늘리고 방도 기존 2개(방+거실)에서 4개까지 늘릴 수 있도록 했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