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 잡자"…메타버스서 보험 체험·AI챗봇이 상담 '디지털 승부수'
“빅테크에 지지 않을 만한 디지털 경쟁력을 확보하는 게 목표입니다. 협업을 통해 배울 것은 배우되, 중장기적으로는 독자적이고 경쟁력 있는 플랫폼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입니다.”

고영주 DB손해보험 부사장(사진)은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전사적인 디지털 전환 전략을 수립하고 3대 전략 방향에 맞춰 세부 프로젝트를 수행 중”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DB손보에서 디지털·ESG(환경·사회·지배구조) 등 전략을 총괄하고 있다.

“빅테크 잡자”…디지털 전환 ‘속도’

고 부사장에 따르면 DB손보는 보험산업 비대면화에 발맞춰 언택트 사업 전략을 차근차근 실행하고 있다. 지난해 ‘빅테크에 지지 않는 디지털 경쟁력 확보’를 기치로 내세워 △디지털 고객경험 고도화 △인공지능(AI) 기반의 지능화와 자동화 △데이터 기반의 신성장 동력확보 등 3대 전략 축을 세웠다.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고객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할 수 있어야만 미래 생존을 담보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따라 보험 모집 등 판매 채널에서도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 고 부사장은 “기존 비대면 방식의 모바일, 인터넷, 전화를 이용한 보험 모집 방식에서 속도와 편리함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며 “설계사와 같은 전통적인 대면 방식의 보험 모집에서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비대면 활동지원 시스템을 도입 중”이라고 설명했다.

비대면 채널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다이렉트 자동차보험 가입 홈페이지에 AI 챗봇과 채팅상담 서비스를 도입했다. 또 텔레마케팅 통화품질 점검 업무에도 AI 기반의 자동 퀄리티 관리(Auto QC) 시스템을 적용했다. 그는 “점검 업무에 소요되는 시간이 획기적으로 단축돼 텔레마케터의 업무 부담이 대폭 감소했다”며 “고객과 접촉하고 있는 모든 채널에 디지털 기술을 적극적으로 적용해 고객과 설계사 모두 편리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디지털에 익숙한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겨냥한 혁신도 추진 중이다. DB손보는 최근 미국 메타버스 플랫폼인 ‘게더타운’을 통해 보장 분석 체험과 연계한 보험 가입 상담신청 이벤트를 진행했다. 고 부사장은 “아직까지 초기 테스트 단계지만 젊은 세대로부터 호응을 이끌어냈다”며 “홈페이지나 모바일 앱 등을 연결해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보험 관련 상담 서비스도 선보일 계획”이라고 했다.

젊은 층을 공략하기 위해 빅테크와의 협력도 이어오고 있다. DB손보는 보험업계 최초로 카카오 대리운전자 보험을 출시하는 등 협력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최근 ‘카카오톡 선물하기’에서 선보인 안심귀가보험, 효도보험 등도 젊은 층을 중심으로 상당한 인기를 끌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밖에 다이렉트 자동차 보험 가입 서비스, 자동차 고장 긴급출동 서비스 등도 카카오톡에서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 손보업계 최초로 배달의민족과도 협업해 자가용을 이용하는 플랫폼 배달업자 전용 자동차보험을 출시하기도 했다. 고 부사장은 “빅테크와 협력을 병행하면서 장기적으로 노하우를 습득해 DB손보만의 디지털 경쟁력을 확보할 것”이라고 했다.

코로나에도 실적↑…해외로 눈돌려

DB손보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코로나 상황에서도 우수한 경영 실적을 냈다. 지난 상반기 4256억원의 순이익을 내면서 반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기도 했다. 지난해 말 기준 고객 수도 1000만 명을 돌파했다.

고 부사장은 “코로나는 회사의 경영 안정성과 건전성을 재점검하는 계기가 됐다”며 “급격한 영업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회사의 위기극복 과정이 더 큰 성장을 위한 디딤돌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자동차보험에서 손해율이 크게 개선됐고, 장기일반보험에서도 수익성이 좋아졌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내실 경영을 바탕으로 해외 영토 확장도 더욱 가속화하겠다는 게 DB손보의 포부다. DB손보는 국내 손보사 중 독보적으로 높은 해외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고 부사장은 “과거 미국 사업에서 손실을 내는 등 적지 않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2019년 흑자전환 이후 지난해엔 괌, 하와이, 캘리포니아, 뉴욕 등 4개 전 지점이 동시 흑자를 내기도 했다”고 전했다.

여기에 미국 내 사업성이 유망한 10개 주(애리조나주, 네바다주, 오레곤주, 워싱턴주, 미네소타주, 매사추세츠주, 뉴저지주, 버지니아주, 노스캐롤라이나주, 조지아주)를 선정해 주별로 보험 사업 면허 취득 작업도 진행 중이다. 그는 “이달부터 순차적으로 각 주 보험감독국에 사업 면허를 신청할 예정”이라며 “2022년 4월 전후로 사업면허가 순차적으로 승인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향후 신남방국가 등 동남아시아 지역에서도 사업 영역을 넓히겠다는 각오다. DB손보는 2014년 국내 손보사 중 처음으로 미얀마 사무소 개설 인가를 받았다.

고 부사장은 “베트남을 거점으로 주변 국가인 라오스, 미얀마, 캄보디아 등지로 사업을 확대할 것”이라며 “특히 미얀마 사무소를 통해 확보한 현지 사업 네트워크를 활용해 현지 시장 공략을 본격화할 것”이라고 했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