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을 둘러싼 대외환경이 흔들리고 있다. 추석 연휴가 끝나고 연말까지 투자전략을 짜는데 어려움을 호소하는 개인투자자들도 많다. 전문가들은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수준) 매력이 커진 낙폭과대주를 중심으로 한 시장 대응 전략이 유리할 것으로 진단했다.

22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 3곳 이상이 실적 전망치를 내놓은 상장사 241개 중 주가수익비율(PER)이 1개월 사이 10% 이상 떨어진 곳은 38개다. 시장 변동성이 높아지면서 자동차·반도체·미디어 등 업종의 저평가 상태가 특히 두드러졌다.

한 달 사이 저평가가 가장 심화한 종목은 동국제강으로 '12개월 선행 PER'(이하 PER)이 4배에 불과했다. 3개월 전(12배), 1개월전(7배)에 비해 급격히 떨어졌다. 철강 업종 전반의 저평가 상태가 심화했다. 대한제강의 PER이 3개월 전 5배에서 3배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현대제철의 PER도 8배에서 6배로 낮아졌다. 1개월전 PER이 6배로 저평가 상태였던 포스코도 여전히 6배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실적 개선세인데 반해 경기 회복세 둔화 우려로 경기민감 업종의 투자심리가 악화한 영향이다.

미디어·게임·플랫폼 업종의 저평가 심화도 두드러졌다. 중국과 국내 관련 규제 영향이 크다. 단순 낙폭과대로 보기 어렵다. 밸류에이션 기준 자체가 내려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무작정 낙폭과대로 접근했다간 손해를 볼 수도 있다는 얘기다. 1개월 사이에 게임주인 네오위즈(13배→10배), 엔씨소프트(21배→18배), 엔터주인 에스엠(34배→28배), 와이지엔터테인먼트(33배→27배), 카카오(61배→51배), JYP 엔터테인먼트(32배→27배) 등이 조정받았다.

실적 증가세를 주가가 따라가지 못하면서 저평가 상태가 된 종목도 있다. 증권업계에서 꼽는 실적개선+낙폭과대주다. 이녹스첨단소재는 PER이 1개월 전 12배에서 11배로 줄었다. 같은 기간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 평균은 760억원에서 776억원으로 상승세다. 2차전지 소재 동박을 생산하는 일진머티리얼즈도 1개월전 42배였던 PER이 38배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가 821억원에서 903억원으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실적이 개선하면서 저평가 상태가 된 전형적인 모습이다.

자동차와 반도체 업종은 공급 부족 문제로 저평가 상태가 지속되고 있는 업종이다. 장기적 관점에서 경기 회복세를 고려하면 저가매수 전략을 취할만한 업종으로 꼽힌다. 금호타이어는 1개월전 27배였던 PER이 19배까지 빠졌다. 같은 기간 현대위아(12배→11배), SNT모티브(9배→8배), 만도(12배→11배) 등도 저평가가 심화한 종목이다. 현대차도 PER이 9배로 역사적 밴드 하단에 머물고 있다.

삼성전자는 11~12배를 오가며 PER 밴드 하단에 머물러 있다. 다른 반도체주도 저평가 심화상태다. 반도체 장비주인 DB하이텍은 1개월 전 10배였던 PER이 8배로 떨어졌다. LX세미콘(9배→7배), 네패스(22배→19배), 원익QnC(11배→10배), 한미반도체(16배→15배) 등 대부분 반도체 관련주 밸류에이션이 떨어졌다.

김용구 삼성증권 연구원은 "현 코스피지수의 12개월 선행 PER은 10.9배로 코로나19 이전 수준에도 못 미치는 절대 저평가 상태"라며 "실적은 개선세지만 최근 낙폭이 컸던 종목 중심으로 포트폴리오 전략을 짜는 것이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고윤상 기자